'키 203cm, 체중 140kg' 프랑스 영웅 상대로 선전…김민종, 韓 최중량급 최초 은메달 '쾌거' [2024 파리]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한국 유도 최중량급 간판 김민종(23·양평군청)이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민종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전에서 테디 리네르(35·프랑스)에게 한판패를 당했다.
이날 김민종은 프랑스 유도의 전설 리네르 상대로 선전했지만 종료 16초를 남기고 리네르의 허리후리기에 걸려 넘어지면서 한판을 내줬다.
김민종은 아쉬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으나 한국 유도 최중량급 역사를 새로 쓰는데 성공했다.
그는 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와 1988 서울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6년 만에 남자 유도 최중량급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고, 최초의 은메달을 따냈다.
키 184cm, 체중 135kg인 김민종은 전체 시드 1번 자격으로 부전승을 받아 32강전을 치르지 않고 16강전부터 시작했다. 16강에서 이브라힘 타타로글루(튀르키예)를 만난 그는 소매들어허리채기로 절반을 따낸 후 바닥에 엎어진 상대를 팔가로누워꺾기로 항복을 받아내 승리를 거뒀다.
8강에선 우샹기 코카우리(아제르바이잔)를 만났다. 김민종은 허박다리걸기로 한판을 따내는 듯했지만 판정이 번복돼 절반을 얻었다. 이후 남은 시즌 동안 잘 버티면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준결승에서 김민종은 사이토 다쓰루(일본)를 만나 한일전을 가졌다. 1984 로스앤젤레스, 1988년 서울 대회 최중량급에서 2연패를 달성한 '일본 유도의 전설' 사이토 히토시의 아들인 다쓰루 상대로 그는 시원한 업어치기로 한판승을 따내면서 결승행 티켓을 얻었다.
결승전에 진출에 성공하면서 김민종은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대회 전 미국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노트'는 김민종의 파리 올림픽 성적을 동메달로 내다봤지만 예상을 깨고 결승 무대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해냈다.
결승 무대에 선 김민종은 프랑스 유도의 전설이자 영웅 리네르를 상대했다. 리네르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방문하기까지 했다.
리네르는 프랑스를 넘어 유도 최중량급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무려 11차례나 우승하며 대회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 중이다.
키 203cm, 체중 140kg로 어마어마한 거구를 자랑하는 리네르는 2012 런던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20 도쿄 대회에선 동메달에 그쳤지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얻으며 올림픽에서도 명성을 떨쳤다.
도쿄 대회 때 무릎 부상 문제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리네르는 30대가 됐음에도 자국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칼을 갈았고, 30대 중반 나이에 올림픽 결승 진출에 성공하면서 김민종을 상대하게 됐다.
키 184cm 김민종은 자신보다 19cm나 더 큰 203cm 리네르를 상대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다만 긴 팔을 활용한 리네르의 견제에 좀처럼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1분 30여초를 남겼을 때 리네르는 김민종 기습적으로 허벅다리후리기를 시도했을 때 김민종은 앞으로 떨어지면서 방어에 성공했다.
정규시간 종료까지 30여초를 남기고 양 선수에게 지도가 주어진 가운데 리네르가 김민종의 오른쪽 어깨를 잡더니 강력한 허리후리기로 한판을 따냈다. 종료까지 단 16초만을 남겨두고 있었기에 김민종은 아쉬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결승에서 패한 김민종은 잠시 무릎을 꿇고 허공을 바라봤고, 한판승을 거둔 리네르는 손가락 3개를 피면서 3번째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것을 자축했다. 이후 리네르는 김민종과 인사를 나누고 그의 손을 들어 올리면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목표로 삼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김민종은 값진 은메달을 손에 쥐었다. 김민종 이전에 한국 유도 올림픽 최중량급 메달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1988년 서울 대회(이상 조용철)에서 나온 동메달, 여자까지 포함하면 2000년 시드니 대회 동메달리스트 김선영뿐이었다.
도쿄 대회에도 참가했으나 16강에서 탈락했던 김민종은 이후 기량을 갈고 닦아 지난 5월 2024 아부다비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남자 유도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8년 73㎏급 안창림과 100㎏급 조구함 이후 6년 만이다. 최중량급에 한하면 1985 대회에서 금메달을 건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김민종은 결승까지 올라가면서 올림픽 금메달까지 노렸지만, 프랑스 유도 전설 리네르와 접전 끝에 한판을 내주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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