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은 ‘볼닦기’, 올해는 ‘프리퍼드 라이’…블랙스톤 제주 ‘민낯’이 앗아간 대박 흥행

정대균 2024. 8. 3.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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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 알고도 2년 연속 블랙스톤 제주서 열려
주최측 제주개발공사 광고대행사에 책임 전가
코스 사용료 3억 원 지불에 대한 의구심 증폭
2일 제주도 제주시 블랙스톤 제주 골프장에서 열린 KLPGA투어 하반기 개막전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선두에 1타 뒤진 2위에 자리한 유현조가 9번 홀 페어웨이에서 볼을 닦은 뒤 놓고 있다. 이번 대회는 맑은 날씨에도 코스 페어웨이 사정으로 1, 2라운드 연속해서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 시즌 하반기 개막전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 원)가 ‘프리퍼드 라이 룰’ 적용으로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프리퍼드 라이 룰 적용은 코스 환경이 좋지 못할 때 경기위원회가 결정한다. 주로 장마철 또는 폭우 등 악천후 시기에 적용된다. 공에 흙이 묻어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처리 방식은 공을 집어 올려 닦은 뒤 경기위원회가 정한 구제 구역 내 좋은 곳에다 플레이스 한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면 된다. 단 이 룰은 페어웨이에 있는 공에 한해서만 적용된다.

올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는 지난 1일 제주도 제주시 블랙스톤 제주 동-남코스(파72)에서 개막됐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제주 지역이 지난주 부터 장마권에서 벗어난 터라 대회 1, 2라운드는 푹푹 찌는 폭염속에서 진행됐다. 이틀간 기상 상황만 놓고 본다면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도 프리퍼드 라이 룰이 적용됐다. 시즌 개막전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 이어 올 시즌 KLPGA투어 네 번째 프리퍼드 룰 적용 대회다.

KLPGA 송이라 치프레프리는 “페어웨이가 물러 공이 박히거나, 박혔다가 튀어나오면서 흙이 많이 묻기도 하고 피치 마크가 생기는데, 그 피치마크는 수리가 불가능해 뒤에 치는 선수들의 볼이 피치 마크에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공정성,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 프리퍼드 라이 보다는 볼닦기를 적용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볼닦기는 볼을 닦고 원래 자리에 리플레이스를 하는 것이라 의미가 없어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했다”면서 “대신 한 클럽 이내 플레이스가 아닌 야디지북 크기로 구제구역 크기를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코스 컨디션이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이에 주최사인 제주개발공사 한 관계자는 긴 장마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페어웨이가 다소 무르다는 골프장측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장마 시기에 대회를 굳이 2년 연속 같은 코스에서 개최했어야 했느냐는 비난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작년 대회 때도 페어웨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볼닦기 룰’을 적용했다. 정상적인 코스 컨디션을 담보할 수 없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되고도 남았다.

게다가 블랙스톤 제주 골프장의 입지 조건이 장마철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점도 코스 선정 때 고려됐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 골프장은 제주도내 골프장 중에서 비교적 저지대에 위치한데다 제주의 천연 습지인 곶자왈 지대가 골프장 내에 넓게 분포돼 있다. 그런 이유로 장마철에는 페어웨이가 물을 흠뻑 머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또 있었다. 가뜩이나 높은 습도로 불쾌지수가 치솟은 상황에서 주변 대형 목장에서 배출되는 가축들의 분뇨 악취 또한 선수들을 괴롭혔다. 대회에 출전한 한 선수는 “폭염에다 악취까지 이래저래 쾌적한 라운드는 결코 아니었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파리 올림픽 기간임에도 이 대회에 대한 골프 팬들의 관심은 컸다. 대상과 상금 순위 1, 2위에 자리한 박현경(23·한국토지신탁)과 이예원(21·KB금융그룹)의 시즌 4승 고지 선점을 위한 경쟁, 디펜딩 챔피언 임진희(25·안강건설)와 대회 최초의 3승 도전에 나선 작년 LPGA투어 신인왕 유해란(22·다올금융그룹), 최혜진(24·롯데)의 출격, ‘남달라’ 박성현(30·솔레어)의 복귀전 등 대회 흥행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가 가지 않은 대회 코스 선정이 ‘옥의 티’가 됐다는 지적이다. 2014년에 창설된 이 대회는 2019년까지 6년 연속 오라CC에서 열렸다. 그러면서 제주도내 다른 골프장들의 불만이 비등했다. 공기업이 한 골프장을 독점으로 밀어 주는 행태는 엄연한 특혜로 밖에 볼 수 없다는게 불만 요지였다.

그래서 제주개발공사는 도내 골프장을 순회하면서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물론 의무 사항은 아니었다. 그 결과 2020년 세인트포CC, 2021년 우리들CC, 2022년 엘리시안 제주, 그리고 작년에 블랙스톤 제주 골프장에서 대회가 열렸다.

그러면서 올해 대회는 그동안 개최되지 않았던 제3 골프장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느닷없는 육지 골프장 개최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제주도내 여론이 좋지 않자 그 안은 유야무야 되고 돌고돌아 결국 작년과 같은 장소인 블랙스톤 제주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대회 주무부서인 제주개발공사 마케팅팀 A 담당자는 “작년까지 사회공헌팀이 대회 주무부서였다가 올해부터 마케팅 팀에서 맡게 됐다”면서 “대회 코스 선정 등 대회와 관련된 일체 업무는 광고대행사에 일임한 상태다. 코스 선정은 공개 입찰에서 최고 점수를 얻은 운영 업체의 안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삼다수의 광고대행사는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된 하쿠호도제일, 운영사는 하쿠호도제일이 진행한 비딩을 통해 선정된 세마스포츠마케팅이다. 제주 개발공사는 광고대행사 공개 입찰 시 공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진행 건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남여프로골프 대회 통틀어 광고 대행사가 골프대회 전반을 컨트롤 하는 것은 계열사 광고 대행사를 보유한 대기업 주최 골프 대회가 아니고선 극히 이례적이다. 참고로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의 주최사인 강원랜드도 공개 입찰을 통해 매년 운영사를 직접 선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철저히 관리 감독을 했어야 할 제주개발공사가 광고대행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채 국외자 스탠스를 취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대회 코스 선정 만큼은 공사가 적극 개입했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다. 제반 여건을 감안했을 때 도내 골프장 상황은 광고대행사보다 공사가 외려 훤히 꿰뚫고 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처럼 거액의 코스 사용료를 지불하고도 대회에 오점을 남기는 우가 재연될 소지는 다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 B골프장 관계자는 “이번 대회 코스 사용료로 3억 원을 지불했다는 건 제주 지역 골프장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혹서기 코스 유지 보수를 감안한다면 결코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요즘 제주 지역 골프장 영업 매출을 놓고 본다면 적은 금액도 아니다. 그 금액이면 코스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 올려 대회를 개최할 골프장은 도내에 많다”고 했다.

내장객 감소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제주도 골프장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일환으로 대회 유치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코스 사용료가 1억 원, 심지어는 사용료 무료까지 제시한 곳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제주도 골프장의 성수기인 11월 개최 대회에 이런 제안들이 따랐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개최지가 2년 연속 블랙스톤 제주로 결정된 것은 다소 의아하다. 대회 코스를 놓고 왈가왈부하더라도 우승자는 반드시 배출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누구이건 간에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다. KLPGA가 아무리 낮은 스코어를 기록하더라도 프리퍼드 라이 룰 적용인 경우 그것을 코스 레코드로 인정하지 않는 데에서 그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주=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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