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DNA는 따로 있나…"감독과 선수가 가족"[파리올림픽]

김진선 2024. 8.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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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어 딸도 올림픽 메달 걸어
부모는 감독, 자녀는 선수
포옹하는 여서정-여홍철. [사진제공=연합뉴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처럼 올림픽 선수들을 보면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올림픽 DNA'가 따로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감독인 부모는 선수로 나선 자녀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선수들은 감독인 부모를 '스승'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올림픽 DNA'를 품은 선수들이 '부모님처럼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는 각오로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감독과 선수로 뭉친 가족
파리올림픽 앞두고 훈련하는 여서정. [사진제공=연합뉴스]

여서정(22) 기계체조 선수와 여홍철 경희대 교수(53)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여서정 선수는 3일 오후 11시 20분 프랑스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미국, 북한 선수 등과 금메달 경쟁에 나선다. 여서정은 지난달 28일 열린 예선에서 도마 1, 2차 시기 평균 14.183점을 얻어 4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앞서 열린 여자 단체전 예선에서는 아쉽게 탈락해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4조까지의 경기 결과 합산점수가 152.496점으로 10위에 자리했다. 아쉽게도 8개 팀이 진출하는 단체전 결선에는 진출하지 못하게 됐다. 당시 여 교수는 여서정 무대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했다. 그는 1차 시기에 대해 "여서정의 앞공중돌기에서 한 발이 뜬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라고 말했고, "마지막에 착지 과정에서 조금 흔들린 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었다"고 2차 시기를 평했다.

여서정은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여자 체조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내는 기록을 세웠다. 아버지 여 교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선수와 서종국 감독. [사진제공=연합뉴스]

서채현(21) 스포츠클라이밍 선수의 아버지는 서종국(51)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 감독이다. 서 선수는 2024 파리올림픽 생애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스포츠클라이밍이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아쉽게 8위로 마무리했다. 서 선수는 앞서 "아빠한테만 배웠고 제 유일한 스승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훈련할 때 좀 더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서 감독은 "올림픽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경기할 때 보면 제가 제일 많이 떨고 있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채현은 2018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리드 금메달, 볼더링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성인 국제무대에 데뷔한 2019년부터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2019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리드 월드컵 6개 대회에 출전했다.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월드컵 8~11차 대회에서도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2021년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서채현은 2022년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땄다. 2023년 스위스 베른 세계선수권에서도 리드 부문에서 동메달을, 세계선수권 2회 연속 메달을 손에 넣었다.

서 감독은 아이스 클라이밍 국가대표 출신으로 2021년 10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팀 감독과 제33회 파리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스프츠클라이밍 서채현.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콤바인에서 은메달을 땄던 이도현(22)도 2024 파리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의 유력한 메달리스트 후보다. 그의 아버지는 2020 도쿄올림픽 때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창현 전 감독이다. 이도현은 2023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체코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에서 금메달, 브릭센 월드컵 은메달, 세계선수권 볼더링 부문 동메달을 차지했다.

경기 펼치는 김원호-정나은. [사진제공=연합뉴스]

배드민턴 선수 김원호(25)의 어머니는 길영아(53) 삼성생명 배드민턴단 감독이다. 김 선수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복식 부문에서 은메달을, 배드민턴 남자단체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올림픽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는 정나은과 지난 2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전에서 세계 2위 서승재-채유정 조를 2대 1로 꺾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혼합복식 메달은 2008년 베이징 대회(이용대-이효정의 금메달) 이후 처음이다. 경기가 끝난 후 김원호는 "제가 길영아의 아들로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길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다. 길 감독은 현역 시절 '복식의 여왕'으로 불렸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복식 동메달, 아시안게임에서는 1990년 베이징,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여자 복식 은메달을 획득했다.

종목은 달라도 DNA는 여전
올림픽 첫 경기 티샷하는 안병훈. [사진제공=연합뉴스]

8년 만에 골프로 올림픽 무대에 오른 안병훈(33) 선수는 안재형(59) 전 탁구대표팀 감독과 중국 전 탁구선수 자오즈민(61) 사이에서 태어났다. 안 선수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해 11위를 기록했다. 안병훈은 지난달 2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 영향으로 올림픽을 많이 보면서 자랐다"며 "골프가 다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메달의 꿈을 키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2일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파71)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골프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오버파 72타를 적어내 48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 전 감독은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남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1987년 뉴델리 세계선수권대회 탁구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대한탁구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자오즈민은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복식 부문에서 은메달, 단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1987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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