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생중계 카메라 1대→1000대 이상…50억 인구 시청 비결[파리올림픽]
라디오→TV→스마트폰으로 보는 올림픽
1936 베를린올림픽 생중계 시작
1960 로마올림픽 국경 넘은 생중계 시작
지금은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시대
지구 반대편에서 진행되는 2024 파리올림픽 경기를 한 손에 든 네모난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시대다. 90여년 전만 해도 경기 생중계가 가능한 카메라는 단 1대뿐이었지만, 이제는 1000대 이상의 카메라가 경기장 곳곳을 비추며 세계인에게 선수들이 경험하는 영광의 순간과 희비가 오가는 표정, 땀과 열정을 실시간으로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미디어 기술의 변화는 올림픽 중계 역사를 바꾸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미디어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번 올림픽은 수천시간의 경기 중계 영상을 세계인의 절반 수준의 관중에게 전달할 카메라가 곳곳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수십년간 올림픽 개막식과 경기는 TV 생중계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올림픽 중계권을 따낸 방송사의 채널을 시청하고 있을 때만 볼 수 있어 이를 위해 케이블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방송사가 중계하는 유튜브 라이브를 비롯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올림픽을 즐기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
올림픽 중계를 이렇게 한 손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지금이 오기까지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료에 따르면 192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 관중이 올림픽 경기를 보려면 수개월 뒤에나 공개되는 녹화 영상을 구해야만 했다고 한다. 100년 전인 1924 파리올림픽 당시에는 카메라로 영상을 내보내기 어려운 대신 라디오를 통해 음성 생중계가 이뤄졌다.
올림픽 영상 생중계가 처음 시작된 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때다. 올림픽이 처음 시작된 이후 무려 4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현장에 카메라 3대를 설치해 TV로 영상을 내보냈는데, 3대 중 생중계가 가능한 카메라는 1대뿐이었다고 한다. 생중계도 어두컴컴한 밤에는 어려워 낮에 청량한 날씨에서 진행 중인 경기만 카메라로 담을 수 있었다. 이를 즐길 수 있는 세계인은 16만2000명 정도였다.
1948 런던올림픽에서는 생중계 영상이 경기장에서 200㎞ 떨어진 곳까지 송출돼 50만명이 이를 즐길 수 있게 됐지만, 국경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국경을 넘는 첫 생중계는 1960 로마올림픽 때 이뤄졌다. 1964 도쿄올림픽은 위성을 활용해 일본 외에 미국으로 실시간 경기를 중계할 수 있었다. 4년 뒤인 1968 멕시코시티올림픽 때는 그 범위를 확장해 3개 대륙에 경기 현황 생중계를 송출하면서 세계 인구의 17%가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빠르게 늘었다. 다음 올림픽이 개최된 1972년에는 5개 대륙 98개국에서, 1984년에는 156개국이 경기를 실시간으로 즐겼고, 2012 런던올림픽 이후에는 세계 인구의 70% 수준인 50억 인구가 올림픽을 생중계로 볼 수 있게 됐다.
생중계로 올림픽 영상을 받는 국가가 확대된 만큼 영상 기술도 업그레이드됐다. 1936 베를린올림픽 당시 생중계 가능했던 카메라는 불과 1대였으나, 2012 런던올림픽에서 그 수는 1000대 이상으로 늘었고 4000대 이상의 마이크도 활용해 현장 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활용했다.
또 흔들림을 줄이고 몰입도를 키우는 스테디캠부터 경기를 방해하지 않고 선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잡아내는 레일 위 카메라까지 다양한 카메라를 도입했다. 촬영하는 영상 분량이 수만시간에 달하면서 각국 방송사들이 이를 취사선택해 송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삼성전자가 IOC, 올림픽 방송 서비스(OBS)와 협력해 갤럭시 S24 울트라를 활용, 개막식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85대 퍼레이드 보트에 갤럭시 S24 울트라를 200대 이상 설치해 영상을 찍어 실시간으로 송출한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삼성전자는 요트 경기 중계에도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디어가 스포츠 사업을 재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파리올림픽 경기 시청자 3분의 1은 방송이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경기를 볼 것으로 예상되며, 그 시청 층은 일부 부유한 국가의 젊은 관객들이 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미국프로풋볼(NFL) 등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리그는 경기 중계가 스트리밍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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