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구멍’ 커진만큼 아우라 UP…준중형 BMW X2 '옥에 티' 이것 [주말車담]
“와, 생각보다 웅장하네.”
BMW의 스포츠액티비티쿠페(SAC) 2세대 모델 ‘뉴 X2’를 처음 마주한 뒤 이런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BMW는 소형으로 분류하지만 배기량(1988cc) 기준 실제 분류는 준중형에 해당하고, 차의 덩치나 외관 디자인의 아우라도 확실히 소형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좁은 지하주차장 터널을 통과할 때는 미끄러지듯 빠져나오는 느낌이 소형처럼 날렵했다.
X2가 지난 4월 완전 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6년 만의 대변신이다. 지난달 20일 뉴 X2를 타고 서울~강원도 평창 등 왕복 300㎞ 거리를 직접 주행해봤다. SAC는 공기저항 감소에 방점을 둔 쿠페와 스포츠 활용성을 강조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결합해 뒷부분을 날렵하게 손질한 패스트백(차 뒤쪽 지붕에서 끝까지 완만한 경사 디자인) 형태의 SUV 차량이다.
차량의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555㎜·1830㎜·1590㎜였는데, 이전 세대보다 소폭(195㎜·5㎜·65㎜ 증가) 커졌다. 차체를 키우면서도 외관 디자인을 날카롭게 뽑아내 스포티한 느낌이 배가됐다. 이른바 ‘자동차 콧구멍’이라고 불리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전작보다 더 크고 각졌다. 넓어진 ‘콧구멍 평수’만큼이나 X2에 대한 BMW의 자신감도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 X2는 인포테인먼트를 늘리고 티맵 네비게이션을 장착해 한국 운전자에 맞게 사용성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대시보드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7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조합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차량 내부의 번쩍이는 스크린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국내 네비게이션 앱 1위인 티맵은 차량 내장 스크린에서도 훌륭한 길 안내자 역할을 했다. BMW가 수년간 내장형 내비에 공을 들여온 만큼, 차량 스크린에서의 구현도도 높았다. 본연의 기능인 길찾기에 탁월할 뿐 아니라, 막히는 길과 대안 경로까지 실시간 도로 상황도 똑똑하게 알려줬다.
문제는 티맵 네비가 BMW 자체 시스템이 아닌 탓에 차량의 다른 시스템에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급의 현대차·기아 차량의 경우 내비게이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터널에 진입하면 공조 기능이 자동으로 적용돼 외기 순환을 끄거나, 자율주행 때 도로 제한속도를 자동으로 변경해준다. 하지만 X2의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 딱 거기까지였다. 터널에 들어설 때는 외기 순환을 직접 꺼야 했고, 자율주행 때 권장 속도를 표시해주긴 했지만 일일이 조작해 제한속도를 변경해야 했다. 운전 경험에 방해가 되는 요소였다.
가솔린 차량임에도 초반 가속에서 ‘시원하게 잘 나간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가속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가속하던 중 추가로 속도를 낼 때는 차량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속도가 붙은 뒤엔 ‘역시 BMW’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였다. 가속 중 코너링을 할 때도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대로 차가 잘 움직여 ‘착 붙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향 성능만큼은 만족스러웠다.
실내 공간은 제법 넉넉했다. 키 180㎝가 넘는 성인 남성이 2열에 앉았을 때도 레그룸(다리 뻗는 공간)이 넉넉했다. 앞 좌석 뒤편에 홈을 파놓는 방식으로 2열에 넉넉한 레그룸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BMW의 특징이긴 하지만 운전석·조수석 등 1열 레그룸을 확장할 수 있는 것도 디테일의 힘이다. 차량 외관 후면부를 쿠페처럼 날렵하게 만들면서도 트렁크 적재 공간을 넉넉히 만들었다. 골프백이 4개쯤 들어가도 괜찮아 보였다.
이제 남은 문제는 가격이다. 시작가는 6830만원부터인데, SAC 차량에 이만큼을 지불할 수 있을까. 현대차 제네시스의 준대형 SUV GV80 시작가가 딱 100만원 비싸기(6930만원) 때문에 소비자는 고민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BMW는 이름값을 한다’는 말을 믿는 이들에겐 고려해봄직한 선택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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