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 못하면 기어서라도"…희귀병 셀린 디옹, 기적 일어났다
세계적인 디바 셀린 디옹(56)의 감동적인 복귀 무대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근육이 굳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셀린 디옹은 병마를 딛고, 지난달 26일 밤(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의 피날레를 우아하게 장식했다.
캐나다 퀘백 출신인 그는 에펠탑 무대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유명한 샹송 ‘사랑의 찬가’(1949)를 불렀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이란 의미의 원곡이 ‘어떠한 역경도 이겨내고 해내겠다’는 희망가가 되어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이 영상은 유튜브 150만 뷰를 돌파했고, 유튜버들의 리액션 영상 콘텐트도 이어지고 있다.
셀린 디옹은 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피나는 노력으로 재활했다. 지난 6월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공개한 다큐멘터리 ‘아이엠 셀린 디옹’에는 강직인간증후군(stiff-person syndrome, SPS)으로 경련과 발작 증세를 보이는 모습이 담겼다. 신경이 전신 근육을 자극하는 이 질병은 100만명 중 한 명이 걸릴 정도로 희귀하며 치료법도 개발되지 않았다.
용기 필요했던 투병 고백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인 아이린 테일러가 연출한 이 다큐는 음향기사의 귀를 걱정할 정도로 고음을 내지르는 젊은 시절의 셀린 디옹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독보적인 가창력을 가진 그는 27개 앨범을 발매해 전세계적으로 2억 50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세계를 누비며 노래했다. 한국에서도 1998년과 2008년 공연을 펼쳤다. 1980년대부터 40여년간 활동하고 있다.
재활 중인 셀린 디옹은 폐 근육 이상으로 조금만 고음을 내도 목소리가 갈라졌고, 증상이 심할 땐 중심을 자꾸 잃어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오로지 노래를 잘 하기 위해 술과 담배를 멀리 하고, 12시간 숙면의 루틴을 엄격히 지켜왔던 그는 좌절했다. “사람들이 이걸(자신의 투병 사실을) 몰랐으면 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증상들은 17년 전부터 시작돼 셀린 디옹을 계속 괴롭혔다. 목소리를 잘 제어했을 땐 매일 밤 3곡씩 녹음하는 ‘노래 기계’였는데, 증상이 악화하면서 무대 중간에도 뛰어 내려와야만 했다.
당시에 대해 셀린 디옹은 “공연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부비동염, 중이염 등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공연을 취소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셀린 디옹이 투병 사실을 밝힌 건 2022년 12월이다. 늦게 고백한 이유에 대해선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증상이 왔을 땐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돌렸고, 마이크가 고장인 척 속임수를 쓴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젠 더는 거짓말로 살 수 없다. 그 거짓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밝혔다.
공연을 취소한 후엔 집에만 있었다. 그의 집엔 약국과 같은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약학 전문가와 스포츠의학 치료사가 상주했다. 셀린 디옹은 “공연을 취소해 놓고 집 밖을 가족들과 편하게 돌아다닐 순 없다.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이 내게 화를 내도 할 말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는 없다”고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치료제가 없기에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타이레놀, 신경안정제, 면역 글로불린 주사, 비강 스프레이 등에 의지해야 했다. 재활 운동도 빼놓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신경에 자극을 덜 주는 일인데, 노래와 무대를 사랑하는 셀린 디옹에겐 음악 자체가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걷지 못하면 기어서라도”
힘든 재활을 버티게 한 원동력은 가족이었다. 다큐에선 1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았던 그의 어린 시절이 공개됐다. 남편이자 프로듀서였던 르네 앙젤릴과 쌍둥이 아들을 키웠던 일상도 눈길을 끌었다. 남편 르네 앙젤릴은 암으로 투병하다 2016년 세상을 떠났다.
셀린 디옹은 홀로 쌍둥이 아들 에디와 넬슨을 키우며, 친근하면서도 때론 엄격한 엄마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가족과 동료들과 함께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했다. 또 “노래가 전부였고 목소리가 내 인생의 지휘자였다. 목소리가 이끄는 대로 살았고 그게 행복했다”며 무대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영상 후반부엔 2년 만에 다시 노래하는 셀린 디옹이 나온다. 노래가 신경을 다시 자극해 쓰러지긴 했지만, 다시 일어나 윈 스타크스의 ‘후 아이 엠(Who I Am)’을 열창했다. 셀린 디옹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내가 있다”고 노래하는 이 장면은 다큐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셀린 디옹은 스스로를 사과나무에 비유하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과를 기다리는데, 가지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사과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뛰지 못하면 걸어서, 걷지 못하면 기어서라도 나아가겠다. 멈추지 않겠다”고 눈물을 삼키며 말한다. 다큐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후 재활을 거듭해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사랑의 찬가’를 멋지게 소화한 셀린 디옹.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개막식 무대였다. 그는 파리를 떠날 때까지도 수많은 팬들에 둘러싸여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등 오랜만의 무대와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만끽했다. SNS에는 “정말 멋진 밤이었다. 이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파리가 정말 그리울 것 같다”고 적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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