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의대 옛말? 전세계 의사 지망생 '자석'된 이 나라 [세계한잔]

서유진 2024. 8.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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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를 꿈꾸는 프랑스인 루이즈 루베는 현재 루마니아 제2의 도시인 클루지나포카에 살고 있다. 6년 과정인 클루지나포카 의대의 마지막 학년에 재학하고 있다.

루베는 "처음엔 루마니아의 의대를 다닐 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와보니 생각이 바뀌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전했다.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유학생이 많아 적응하기 편했고, 실무적인 의료 교육이 프랑스에서 겪은 암기 위주의 학습 방식에 비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각국의 의사 지망생을 끌어당기는 '자석'이 된 루마니아를 조명했다. 루마니아는 매년 의대생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루마니아는 인구 10만명당 26.2명의 의대 졸업자를 배출해 전체 2위였다. 이 기간 한국(7.3명)은 일본(7.2명), 이스라엘(6.8명, 단 유학생 제외)등과 함께 하위권이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 의대생의 자석이 된 루마니아의 사례를 조명했다. 사진은 2024년 1월 31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새로 지어진 크라우드펀딩 소아병원 수술실 모습. 이 병원은 루마니아 시민들이 개인 기부금으로 자금을 조달한 루마니아 최초의 병원이다. AFP=연합뉴스


특히 루마니아는 신규 졸업한 의대생 중 유학생 수가 현지인 학생 수를 앞질렀다. OECD에 따르면 2011~2019년 루마니아에서 의학 학위 건수는 17% 늘었는데 영어·프랑스어 등 외국어로 진행되는 의학 학위는 이 기간 약 75% 급증했다. 현재 루마니아의 모든 의대 과목 중에서 3분의 1은 프랑스어나 영어로 진행된다. 2020년 기준 루마니아에는 유학생 1만2000명이 의학·치과학·약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한때 한국·일본에서도 헝가리 의대 진학이 인기였는데, 최근 루마니아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을 중심으로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클루지나포카 의대의 경우 프랑스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트르구무레슈 의대는 아예 독일의 수요를 겨냥해 2019년 독일 함부르크에 캠퍼스를 열었다.

루마니아에 의사를 꿈꾸는 외국인이 몰리는 이유는 입학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매년 의대 지원자의 25%만 합격한다. 반면 루마니아에선 고교 졸업장 이상을 요구하지 않고, 일부 대학은 어려운 입학시험을 없앴다.

저렴한 수업료도 한몫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연간 의대 수업료는 3000유로(약 449만원)~8500유로(약 1274만원)다. 반면 영국에서는 1만1000유로(약 1648만원)가 넘게 든다. 유럽연합(EU) 전역에서 루마니아 의대 졸업장을 인정하는 것도 강점이다.


의사 33%는 부유한 서유럽으로 이주

유학생들이 몰려 의대들이 호황을 누리지만, 정작 루마니아는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루마니아 의사의 약 3분의 1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독일 등 서유럽 국가로 이주한다고 전했다.

신경모세포종 진단을 받은 1년 4개월된 에릭이 2024년 4월 18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지어진 소아병원에서 걸음마 연습을 하는 모습. 이 병원은 민간의 기부로 지어졌다. AFP=연합뉴스


이런 상황인데도 지난해 루마니아 정부는 의료 기금 삭감을 발표해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지난 1월 루마니아 공공 보건의들은 저임금과 인력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부쿠레슈티의 한 어린이병원 응급실은 의료 인력 부족으로 폐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루마니아 가정의가 2024년 1월 17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시위에서 '의사 권리 제한을 중단하라'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루마니아 의료진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앞에서 요율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의사들은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거야!', '외래 의사가 없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우리는 이민이 아니라 진료를 원한다!'고 외쳤다. EPA=연합뉴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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