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티메프’ 동시 수사…"시간낭비 중복수사부터 정리해야"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재무 자료가 도착했다. 대규모 정산지연 사태를 예의주시하던 금융감독원이 수사를 의뢰하며 보내온 참고 자료였다. 검찰은 당일 즉각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 등 경영진 3명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특수수사를 맡는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에선 사기·횡령 혐의점을 확인하기 위한 법리검토에 착수했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린 직후인 지난달 29일 경찰도 수사 준비에 착수했다. 이날 티메프 피해자들이 구 회장 등 경영진과 티메프 주요 임원을 강남경찰서에 고소하면서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경찰도 구 회장 등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에 나섰다. 경찰 역시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했지만, 결과적으론 검찰과 경찰의 '중복 출금'이었다. 같은 사건을 놓고 검·경이 각자 수사를 벌이는 이중 수사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티메프 사태의 신속한 수사만큼이나 검·경이 같은 사건을 각자의 방식으로 다루는 중복 수사 상황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필요한 경쟁, 수사 지연, 효율성 저하 등 우려 때문이다. 주요 수사 대상자인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비롯해 수백명이 넘는 피해자가 검‧경 두 기관을 다니며 조사를 받게 될 수 있다. 또 확보한 증거를 두고 양 기관 사이 충돌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복 수사로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경우에 따라 합치면 혐의가 쉽게 인정될 사건도 두 기관으로 분리되면 혐의 구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양 기관의 수사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낭비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검‧경 중복 수사는 양 기관을 둘러싼 수사권 조정 당시부터 우려가 제기돼왔던 문제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수완박(검찰의 직접 수사권 축소)’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과 윤석열 정부에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 범위가 일부 겹치게 돼서다. 또 지난 2020년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며 두 기관의 관계가 지휘에서 협력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줬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전에는 검찰에서 ‘법리 부분이나 출입국 문제 등은 검찰에서 할 테니, 당사자 소환 조사는 경찰에서 담당하자’고 지휘하면 되니 중복이 발생할 이유가 없었다”며 “이제는 중복된 사건을 두고 서로 협의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검‧경은 지난해 7월 오송지하차도 참사의 수사 초기 상황에서도 두 기관의 수사가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검찰과 수사 대상과 범위를 협의하고 “중복수사에 따른 수사지연과 비효율을 방지하겠다”며 대규모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전담수사팀으로 축소 개편했다.
검찰이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에 나서자,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중복되는 부분은 모두 검찰로 송치했다. 형사소송법상 검‧경이 동일 범죄를 수사할 경우 검찰이 요구하면 경찰은 사건을 넘겨야 한다.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도 중복 수사로 인한 비효율을 방지하기 위한 검‧경의 조율 여부가 주목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1일 “아직 경찰과 수사 방향을 나누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에서 수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도 아니고,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티메프 사건의 경우 압수수색 등을 통한 신속한 증거 수집과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이다. 다만 수사 준칙에 따라 경찰과 추후 협의할 예정은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조정은 빠를수록 좋다. 미뤄지면 두 기관 사이 불필요한 경쟁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중복 수사로 인한 비효율의 피해는 결국 피해자들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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