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 목사의 고백록] 로스형과 환담

2024. 8. 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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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또라이가 된 것 같은 심정으로 말합니다마는, 실제로 저는 이라또가 맞습니다. 나는 개고생을 수없이 했으며 부마민주항쟁 관련해 유치장에 갇혀 모진 고문도 받았습니다. 누구보다 비난도 힐난도 많이 당했고, 유언장을 쓰기도 여러 번이었고 여러 차례 죽을 뻔하였습니다. 열정을 다해 일하던 젊은 나이에 학교로부터 쫓겨났습니다. 다섯 차례나 소송으로 죄수(?)가 되었고 세 차례나 부도와 부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가족들로부터 처절하게 외면당하고 두 번 다시 말도 꺼내지 못할 때, 비로소 사채업자가 가족보다 고맙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돈을 떼인 것이 십수 번이었습니다. 교인들로부터 고발당하고 위협까지 당했습니다. 주변에는 먹튀들과 공갈배들이 득실거렸고 꾼들이 참 많았습니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분노조절 장애까지 찾아와 수면제를 곁에 두고 살았으며 2년여 실직으로 망망대해를 유랑했습니다."

"나는 손꼽을 정도가 아냐? 아시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를 버렸어. 그중에 부겔로와 허모게네도 있었던 거고.(딤후 1:15, 4:16)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야." "으악! 요즘 폴 발레리의 시어(詩語)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로 위로를 받고 살아요." "그도 좋지. 하지만 난 '원수 갚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겠다'(롬 12:19)는 말씀을 믿고 참아냈어. 골 때릴 일이었지. 하지만 알았어. 도(道) 중에 도가 '내비도'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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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또라이가 된 것 같은 심정으로 말합니다마는, 실제로 저는 이라또가 맞습니다. 나는 개고생을 수없이 했으며 부마민주항쟁 관련해 유치장에 갇혀 모진 고문도 받았습니다. 누구보다 비난도 힐난도 많이 당했고, 유언장을 쓰기도 여러 번이었고 여러 차례 죽을 뻔하였습니다. 열정을 다해 일하던 젊은 나이에 학교로부터 쫓겨났습니다. 다섯 차례나 소송으로 죄수(?)가 되었고 세 차례나 부도와 부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가족들로부터 처절하게 외면당하고 두 번 다시 말도 꺼내지 못할 때, 비로소 사채업자가 가족보다 고맙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돈을 떼인 것이 십수 번이었습니다. 교인들로부터 고발당하고 위협까지 당했습니다. 주변에는 먹튀들과 공갈배들이 득실거렸고 꾼들이 참 많았습니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분노조절 장애까지 찾아와 수면제를 곁에 두고 살았으며 2년여 실직으로 망망대해를 유랑했습니다.”

누구 이야기냐고? 내 이야기다. 고린도교회를 향해 피를 토하는 듯한 심정으로 썼던 사도 바울의 고백(고후 11:23~30)을 패러디했다. 좀 더 기술해 본다.

“수고와 고역에 시달리고 날밤을 수도 없이 지새우고, 배고팠고 서럽고 자존심 상해 주먹으로 벽을 치고 머리를 찧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 밖의 것은 제쳐 놓고서라도 8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혼밥족이 되어 외로움을 날마다 먹고 마셨습니다. 갱년기 호르몬의 풍랑에 떠밀려 익사 직전에 이르렀고 연로한 부모를 모시는 일로 가족이 ‘웬수’라는 말의 의미를 깨우쳤습니다. 지금도, 나의 노년에 대한 염려와 40이 다 되는 아들 장가보낼 일이 날마다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무지렁이입니다. 누가 약해지면 나도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누가 넘어지면 나도 애타지 않겠습니까. 꼭 자랑을 해야 한다고 하면 나는 내 약점들을 자랑하겠습니다.”

어느 날 나훈아가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이라 부르며 노래한다. 테스형에게 인생과 사랑, 그리고 흐르는 시간과 세월에 대한 고민을 묻는다. 나는 로마서를 작사·작곡해 부른 사도 바울의 ‘파울로스’의 이름을 따서 ‘로스형’이라 불러 보았다. 진짜로 묻고 싶었다. ‘로스형, 교회가 왜 이래?’ 그런데 내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은 뜻밖에도 엉뚱하기 짝이 없었다.

“로스형도 뒤끝이 있어?” 그랬다. 질문이 곧 그 사람이라고 했는데, 나는 이 꼴이다. 그런데도 로스형은 빙긋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 “구리 세공업자 알렉산더 몰라?” “아~하! 형한데 해를 많이 입혔다는… 그래서 ‘주께서 그 행한 대로 그에게 갚으실 것’이라며 디모데에게 경계하라고 했던… 그냥도 아니라 ‘몹시’ 반대했다고 했죠.(딤후 4:14~15) 알아요. 형.”

아하~ 형도 뒤끝이 있었구나. 그것도 ‘뒤끝 작렬’이었네. 누구나 ‘칼 하나 품고 산다’고 했는데 로스형에게는 그 칼이 알렉산더였구나. 나는 더 궁금해졌다. “로스형, 문제는 내 가슴에는 칼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야. 어떻게 해야 돼?”

“무슨 소리? 요새 ‘인문학으로 읽은 성경 이야기’ 공부를 하고 있다며?” “그래요. 형이 그랬잖아요? ‘여러분의 이해력이 미약하므로 내가 사람의 방식으로 말하겠다’(롬 6:19)고. 나는 그것을 ‘문해력’으로 이해했어요. 어느 유치원에서 학부모 통신문을 날렸대요. ‘우천시에는….’ 그런데 한 학부형이 전화를 걸어왔더래요. ‘부천시’는 알겠는데 ‘우천시’는 어디 있느냐’고.”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린 형이 말했다. “나는 손꼽을 정도가 아냐? 아시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를 버렸어. 그중에 부겔로와 허모게네도 있었던 거고.(딤후 1:15, 4:16)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야.” “으악! 요즘 폴 발레리의 시어(詩語)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로 위로를 받고 살아요.” “그도 좋지. 하지만 난 ‘원수 갚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겠다’(롬 12:19)는 말씀을 믿고 참아냈어. 골 때릴 일이었지. 하지만 알았어. 도(道) 중에 도가 ‘내비도’라는 것을.”

아하~ 이래서 인문학은 명답이고 성경은 정답이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로스형과 디아트리베(diatribe, 환담)로 궂은 장마와 한더위를 이겨 내는 중이다.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동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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