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교회의 존재 의미 깨닫게 해준 고마운 권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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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부목사 시절, 가을 심방 때였다.
그날은 구역 예배가 권사님 댁에서 있는 날이었기에 구역 식구들과 더불어 심방을 했는데, 자그마한 월셋집에 10여명이 들이닥치자 권사님은 반갑게 환대를 하면서도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권사님은 준비한 믹스커피 5잔과 비스킷 샌드 5개를 내놓으셨다.
그때 나는 권사님 눈에서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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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부목사 시절, 가을 심방 때였다. 달동네 산자락에 있는 한 권사님 댁에 갔다. 그날은 구역 예배가 권사님 댁에서 있는 날이었기에 구역 식구들과 더불어 심방을 했는데, 자그마한 월셋집에 10여명이 들이닥치자 권사님은 반갑게 환대를 하면서도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부목사인 나는 예배를 인도했다. 그런데 권사님이 안절부절못하는 것이었다. 나이가 많으신 탓에 요실금으로 곤란해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서둘러 예배를 끝냈다. 그리고 어서 화장실 다녀오시라고 말씀드렸는데, 권사님은 그게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셨다. 왜 그러시냐고 여쭤봤지만 대답은 안 하시고 어찌할 줄 몰라 하셨다. 이내 권사님은 구역장에게 손짓했고, 구역장은 뭔가 알아차렸다는 듯 구역 식구들 5명과 우르르 일어나더니 방에서 나갔다.
그러자 권사님은 준비한 믹스커피 5잔과 비스킷 샌드 5개를 내놓으셨다. 나는 그때야 예배 후 준비해야 했던 다과가 문제였음을 알게 됐다. 커피잔도 구비 못 하고 사는 권사님은 심방 대원에게 대접하려고 이웃집에서 커피잔과 접시를 빌려놨는데, 예상보다 많은 이가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자 상황이 꼬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또 문제가 터졌다. 대원 가운데 한 분은 금식을 해야 해서, 어떤 분은 위염 탓에, 한 집사님은 불면증 때문에, 나는 심방 가는 집마다 커피를 마신 탓에 목이 아파 커피잔을 들지 않았다. 그때 나는 권사님 눈에서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았다. 권사님의 4남매 자식들이 어머니를 조금 더 잘 모실 수만 있었어도 흐르지 않았을 눈물이었다.
그날 저녁 읽은 구절이 오늘 소개한 구절이다. 당시 고린도 시내에는 우상 제물로 바쳐진 고기를 시장에 내다 팔았던 모양인데, 고린도전서 10장 28절엔 이런 말씀이 나온다. “누가 너희에게 이것이 제물이라 말하거든 알게 한 자와 그 양심을 위하여 먹지 말라” 우상 제물일지라도 그 옆에 있는 이들의 입장을 고려해 우리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말씀이 따라붙는다. “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하라.”(고전 10:33)
당시 권사님을 울게 만든 철부지 부목사였던 나는, 목이 아프다는 이유로 커피잔을 들지 않았던 나는, 이후 권사님의 마음을 느낀 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때의 경험 덕분에 지금도 나는 항상 상대의 입장에 서보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타인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교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고마운 사건이었다.
<약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공동회장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공동의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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