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1t 들던 '마장동 둘째아들' 일냈다…김민종, 韓최중량급 첫 銀[파리PLUS]
'헤라클레스' 김민종(23·세계랭킹 1위·양평군청)이 2024 파리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민종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100㎏ 이상급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국민영웅' 테디 리네르(35)에게 정규시간(4분) 종료 16초를 남기고 허리후리기 한판패를 당했다. 키 2m7㎝, 몸무게 140㎏(김민종 1m83㎝·135㎏)의 거구인 리네르는 세계선수권에서 역대 최다인 11회, 올림픽에선 2회(2012·16년) 우승한 남자 유도 최중량급의 'GOAT(역대 최고)'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의 공동 최종점화자로 나설 만큼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국민영웅'이다. 이번이 '라스트 댄스'였다. 리네르가 우승하자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매트로 내려와 리네르에게 축하를 전했다.
한국 유도에는 금메달 못지 않게 값진 은메달이다. 김민종은 두 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한국 유도 최중량급 선수로는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역대 올림픽 최중량급 메달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1988년 서울 대회(이상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 회장), 2000년 시드니 대회(김선영)에서 나온 동메달뿐이었다. 남자부로 범위를 좁히면 36년 만에 나온 올림픽 메달이다. 김민종은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선 1회전 탈락했다.
김민종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부모 밑의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유도계에선 '마장동 둘째 아들'로 통한다. 코로나19로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이 휴식기에 들어갔던 2021년엔 아버지를 도와 마장동에서 1톤 분량의 돼지고기를 옮기는 것으로 근력 운동을 대신한 건 유도계에 잘 알려진 이야기다.
100㎏ 이상급 경기를 끝으로 올림픽 유도 개인전 일정이 모두 끝났다. 한국은 은메달 2개(남자 100㎏ 이상급 김민종·여자 57㎏급 허미미), 동메달 2개(남자 81㎏급 이준환·여자 78㎏ 이상급 김하윤)를 따냈다. 2016 리우, 2020 도쿄에 이어 올림픽 3회 연속 '노골드'에 그쳤다. 한국 유도의 마지막 금메달은 2012 런던올림픽(김재범·송대남)이다. 비록 바랐던 금메달을 수확하진 못했지만, 남녀부에서 세대 교체에 성공했다는 점에선 의미있는 대회였다. 한국 유도는 김민정·이준환·허미미 등 20대 초반의 차세대 스타 선수들의 기량과 잠재력을 확인하는 등 2028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봤다.
김민종은 결승전이 끝난 뒤 "금메달을 따지 못해 너무 아쉬운 마음뿐이다. 역사를 썼다고 하기에는 숙제가 많은 것 같다"며 "유도를 시작하면서 꿈이 올림픽 금메달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늘이 덜 감동한 것 같다"며 "이 정도로는 부모님만 감동하지, 하늘은 감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하늘을 감동하게 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때는 확실하게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종이지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부모님을 보니까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장인데도 자신을 압도한 리네르를 향한 존경심도 표했다. 김민종은 "나에 대해 많은 걸 연구하고 나온 것 같다. 반면 나는 연구가 부족했다"며 "원래 그런 기술을 잘 쓰는 선수인데 방어하지 못했다. 내가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 선수의 장점은 배우고 싶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대단한 선수와 맞붙은 것만으로도 이번 올림픽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며 "결승에서 그 선수와 상대했다는 것만으로도 다음 대회를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양평군민도 이날 한마음 한뜻으로 김민종의 금메달을 기원했다. 양평군청은 양평물맑은시장 쉼터광장에서 이날 오후 5시부터 파리올림픽에 나선 양평군청 유도팀 거리응원을펼쳤다. 지난 27일엔 남자 60㎏급에 나선 또 다른 양평군청 유도팀 멤버 김원진의 거리응원이 열렸다. 유도 거리응원을 준비한 정상욱 양평군 체육회장은 "김민종 선수의 선전을 온 군민이 함께 기원했다"며 "김민종 선수의 은메달 획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파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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