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말고 부모님만 감동시켰나봐요" 결승전서 석패...김민종은 벌써 LA 본다 [2024 파리]
"하늘을 덜 감동시킨 것 같아요. 아직 부모님만 감동시킨 것 같습니다."
한국 유도 대표팀 에이스 김민종(23·양평군청)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준우승으로 새 역사를 남겼다. 하지만 김민종의 얼굴엔 기쁨이 아닌 진한 아쉬움만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시선은 벌써 LA 올림픽을 향했다.
김민종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100㎏ 이상급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유도 영웅 테디 리네르를 상대로 경기 종료 16초를 남겨놓고 허리 후리기 한판 패를 당하며 은메달을 수상했다.
리네르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11차례 우승을 거둔, 사상 최고의 최중량급 유도 선수로 꼽힌다. 유도의 인기가 뜨거운 프랑스의 베테랑 간판 스타다.
비록 준우승이지만, 한국 유도엔 새 역사를 썼다. 유도가 1964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한국이 따왔던 최중량급 메달은 1984년 LA 대회, 1988년 서울 대회(이상 조용철), 2000년 시드니 대회(김선영)에서 나온 동메달뿐이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민종의 얼굴엔 기쁨보단 금메달을 눈 앞에서 놓친 아쉬움만이 묻어 있었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를 씻은 후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아직 아쉽다. 많이 아쉽다"며 소감의 첫 운을 뗐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16강에 그쳤던 김민종에게 결승 진출은 그 자체로 성장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김민종은 "국가대표라면 성장해야 하는 게 맞다. 칭찬을 받고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엔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만이 너무 크다"고 패배를 되씹었다.
김민종은 지난 6월 진천 선수촌 기자회견 때 "고된 훈련을 하다보면 하루하루 죽을 것 같긴 하지만, 하늘을 감동시키고 메달을 받으려 한다"며 "멘탈도 다스리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다. 이번 올림픽은 다를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김민종은 당시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하늘을 덜 감동시킨 것 같다. 아직 부모님만 감동시킨 것 같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한국 유도 최초의 최중량급 은메달이라는 것 역시 김민종에겐 부족했다. 그는 "역사를 썼다기엔 아직 숙제가 많이 남은 것 같다. 올림픽 금메달은 유도를 시작할 때 내 꿈이었다. 꼭 그 종지부는 찍고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다짐했다. 즉 다음 대회인 2028 LA 올림픽에선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김민종은 "이번 패배가 오히려 LA 올림픽까지 가는 4년 동안의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김민종은 "대한유도협회 조용철 회장님,양평군수님, 감독님과 코치님 등 대표팀 지도자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선생님들께서 금메달을 못 땄다고 하셔서 꼭 목에 매드리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 한이 남는다"고 전했다.
그런데 감사의 말에 "감동시켰다"던 부모님은 보이지 않았다. 김민종에게 이를 묻자 그는 쑥쓰럽다는 듯 "가족들은 말 안 해도 알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기자들의 채근에 그는 망설이며 머뭇대더니 가족을 향해 "사랑합니다"라고 전했다.
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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