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잊힐 수 없는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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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김원호 고현철 함진우.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 6인이다.
실제로 북한에 735일간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선교사는 회고록 '잊지 않았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역을 해야 했고 음식이라곤 국수 몇 가닥과 달걀 하나, 채소 몇 조각이 전부였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 억류 국민 문제를 교섭한 것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월 고위급회담이 마지막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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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김원호 고현철 함진우.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 6인이다. 앞의 3명은 선교사로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생사도 확인되지 않은 채 붙잡혀 있다. 2016년에 억류된 북한이탈주민 3명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와 형벌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정욱 선교사는 지난해 10월이 억류 10년째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생사는 알 수 없다. 그의 가족은 지난해 방송 인터뷰에서 “생사 확인이 먼저 돼야 한다. 생사 확인이 된다면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에게 10년의 세월은 마치 진공상태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한국이 아닌 외국 국적자가 북한에 억류되면 제3국을 통해 영사 접견이 이뤄지곤 했지만 김 선교사는 철저히 고립돼 있는 탓에 모진 옥살이에 시달리고 있으리란 관측만 나온다. 실제로 북한에 735일간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선교사는 회고록 ‘잊지 않았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역을 해야 했고 음식이라곤 국수 몇 가닥과 달걀 하나, 채소 몇 조각이 전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미국인이었기에 그나마 이 정도 대우를 받았지 다른 나라 출신이라면 더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당할 거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미국이나 캐나다 국적 억류자에 대해선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해 왔다. 지난해 7월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중 돌연 월북한 주한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을 70여일 만에 중국으로 추방했고, 북·미 대화가 한창 무르익던 2018년 5월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담판을 짓고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등 3명을 한꺼번에 석방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 억류 국민 문제를 교섭한 것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월 고위급회담이 마지막인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이 한국인 억류자, 특히 선교사를 미국인과 달리 대하는 데는 기독교 전파 활동을 체제 위협 행위로 보는 데다 석방을 통해 얻을 실익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남북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는 어떤 노력도 소용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억류자 문제에 대한 국내외 관심과 국제사회의 연대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반도에 처음 복음을 전한 미국 교회 중 하나인 미국장로교(PCUSA) 소속 한인 목회자들은 지난 5월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들의 무사 생환을 위한 각계의 노력을 촉구했다. 이들은 PCUSA 한인교회전국총회(NCKPC) 회원들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북한 당국과의 협상이며 이를 위해 남북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독교계에서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협상 노력을 원한다. 보수 기독교계도 윤석열정부가 억류자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계의 불만은 왜 우리는 미국 정부처럼 자국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하지 않는가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억류자를 이용해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걸 알면서도 특사를 파견하거나 경제 지원을 제안하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6인 석방을 위한 협상 노력이 꽉 막힌 남북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순 없는 것인가.
고 김동식 목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김 목사는 중국 옌지에서 장애인과 탈북자를 지원하고 선교 활동을 하다 2000년 1월 납치됐다. 이후 심한 고문과 영양실조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유해는 여전히 송환되지 못하고 있다.
6명의 이름은 잊힐 수 없다. 그들은 우리 국민이자 이웃, 가족이기 때문이다.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되, 여러분도 함께 갇혀 있는 심정으로 생각하십시오. 여러분도 몸이 있는 사람이니, 학대받는 사람들을 생각해 주십시오.”(히 13:3·새번역)
신상목 미션탐사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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