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 근로자 아냐…부당해고 인정 안돼" 업체 손 들어준 法, 왜

하수영 2024. 8. 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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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서울의 한 거리에서 배달라이더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뉴스1

음식 배달기사(배달라이더)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배달의민족 등 배달라이더는 물론 이와 업무 형태가 비슷한 대리운전기사, 가사관리사 등 다른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부(재판장 정현석)는 배달라이더 A씨와 A씨가 소속된 라이더 노동조합이 배달 플랫폼 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이처럼 판결하며 B사 측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씨가 부당해고의 대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였다. A씨는 B사와 2021년 5월 ‘배송대행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B사가 운용하는 스마트폰 앱으로 ‘배달콜’을 받는 위탁 라이더로 일해 왔다. B사 가맹점인 음식점 등이 B사 앱을 통해 배달을 요청하면 라이더가 ‘콜’을 받아 일하는 형식이다.

그러다 B사가 2021년 12월 A씨와 맺은 배달업무 위탁 계약을 해지하자 원고 측은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만큼 부당해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배달라이더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라이더가 어떤 배달 주문을 수행할지 어떤 경로를 이용할지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회사가 라이더 A씨를 지휘·감독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재판 과정에서 “배달 플랫폼 업체가 라이더들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고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배달료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무리한 묶음배달(여러 배달을 한꺼번에 하는 것)로 인한 과속이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라이더들은 모두 동일 변수와 알고리즘 아래서 상호 경쟁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임금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라이더가 업무 도중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점 ▶근무시간과 장소의 결정 권한이 라이더에게 있는 점 ▶오토바이 수리비,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등을 직접 부담한 점 등도 근로자성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라이더는 특정 회사에 얽매인 ‘전속성’이 없고, 다른 직업을 겸업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으며, 계속 근무도 강제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유경제 출현으로 발생한 (새로운)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무리하게 넓히면 플랫폼산업이 위축되고 일자리를 되레 없애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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