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 치기 퍼트 한번 해보실래요? [정현권의 감성골프]
골퍼들 사이에 포천힐마루CC에서 라운드 경험이 요즘 곧잘 회자된다. 지난해 3월 개장한 포천시 영중면 소재 45홀 대중형 골프장이다.
골프장에 들어서면서 목조와 석조가 어우러진 수려한 클럽하우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여름에는 코스 주변에 지천으로 깔린 노란 금계국이 수줍게 군무를 펼친다.
높은 산악 지형에 어떻게 이런 광활하고 평탄한 골프장을 조성했는지 놀랍다. 스포츠 헤어 컷을 한 듯 촘촘하고 섬세하게 관리된 잔디와 곱디고운 금모래 벙커가 골퍼들을 매료시킨다.
그중에서도 그린이 한마디로 예술이다. 변화무쌍한 너울형 그린이 마술처럼 흥미를 더해주기에 개장 2년 차에 CEO 모임 같은 동호인 성지로 자리 잡았다.
밋밋한 보통 그린과 달리 거의 3~4단인 데다 그린 격자별로도 높낮이가 달라 퍼트에 애를 태운다. 그린 스피드는 2.6~2.8m를 유지한다.
2.6m면 스크린 골프에서 약간 빠르고 2.8m면 빠른 편이다. 골프 스코어는 결국 퍼트 고수에게 유리하다. 전체 타수에서 퍼트 비율이 43%라는 통계가 있다.
2온(파4)이나 3온(파5)를 하고도 툭하면 3퍼트나 4퍼트를 범해 통한의 아픔을 남긴다. 이곳에서는 페어웨이까지 예선, 그린에서부터 본선이라는 얘기가 이래서 나온다.
전날 그렇게 잘 구르던 공이 똑같은 힘에도 계속 핀에 못 미쳐 애간장을 녹인다. 이를 의식해 조금이라도 힘을 더하면 아예 지나친다.
같은 골프장에서도 하루가 다르고 골프장을 옮기면 힘 조절 실패로 좌절한다. 도대체 퍼트는 때려야(끊어 치기) 하는 건지 굴려야(밀어 치기)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덜 구르는 그린에서 퍼터로 툭 때려서 공을 척척 홀에 집어넣는 동반자를 보면 묘하다. 20년 넘게 그린에서 죽 밀거나 태우는 퍼트로 일관해오다 회계사 친구의 귀신같은 때리는 퍼트가 눈에 번쩍 띄었다.
“폴로 스루를 더 길게, 손목은 고정하고 어깨를 시계추처럼 움직이면서~.” 골프를 배울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1호 교훈이다. 먼 거리에선 백 스윙보다 폴로 스루를 길게 밀어 치고 짧은 거리에선 툭 때리는 퍼트가 옳다고 배웠다.
퍼트는 잔디 길이와 결에 워낙 예민하다 보니 그 효과가 일관적이지 않아 문제다. 퍼트 귀재로 불리는 브랜트 스네데커(44)는 끊어 치기 달인이다.
그는 교과서적인 스트로크 원칙을 허문다. 밀어서 퍼트를 하기보다 끊어 치듯 볼을 때린다. 밀어 치기 스트로크는 볼을 부드럽게 구르도록 해주기 위함이다.
그에 따르면 끊어 칠 때 더 일찍 구르기 시작하고 방향도 정확하다. 보통 골퍼들은 후방 스트로크는 짧게, 전방 스트로크는 길게 해야 퍼터 헤드의 감속을 막을 수 있다고 여긴다.
회계사 친구는 딱 스네데커 방식으로 탁월한 퍼트 실력을 발휘한다. 특히 스피드가 불안정한 한여름이나 겨울철 그린에선 그를 당할 자가 없다.
이런 끊어 치기 퍼트는 기존 상식과 반대의 스트로크 과정을 거친다. 손목을 고정한 채 어깨를 시소처럼 움직여 퍼터를 컨트롤하지 않는다.
후방에서 스트로크를 시작할 때 오른 손목을 부드럽게 뒤쪽으로 꺾어준다. 어깨와 양팔로 삼각형 프레임을 고정하려고 하지 말고 양팔을 유연하게 유지하면서 손목을 꺾어주는 탄력에 맞춰 뒤로 빼준다. 당연히 어깨와 팔 동작이 크지 않은 편이다.
전방 스트로크로 전환하면서부터 두 팔을 라인 따라 움직이며 손목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그립 부분이 아니라 퍼터 헤드를 볼 쪽으로 더 많이 움직이도록 한다.
물론 퍼터 헤드가 다운 블로 형태로 공을 맞히는 임팩트 때엔 지면과 평탄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임팩트 후 손목을 타깃 방향으로 젖히지 않아야 한다.
스트로크는 임팩트 지점에서 거의 멈추고 폴로 스루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톡 치고 끊는다는 의미다.
그립을 너무 세게 잡지 말고 가볍게 탁 치며 끝낸다는 식으로 스트로크하면 빠른 그린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스네데커와 김주형에 따르면 잔디 결이 고르지 않거나 느린 그린, 핀에서 1~1.5m 이내에선 끊어 치기가 유용하다는 결론이다.
그래도 오르막과 옆 경사에서 태우기 등을 시도할 때는 밀어 치기, 즉 굴리는 퍼트가 유용하다는 레슨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기분 따라 때리기와 구르기를 막 섞다 보면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한다.
한여름 그린에서 힘 조절이 그토록 미세하고 민감함을 실감한다. 그러다 보면 내 스타일이 때리는 퍼트인지 굴리는 퍼트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요즘은 네 가지 골프 명언을 되뇌며 퍼트를 한다. ① 홀을 지나치게 쳐라(Never up, never in) ② 퍼터를 먼저 핀에 겨냥한 뒤에 몸을 정렬하라(Aim the putter, then align your body) ③ 공 보지 말고 귀로 떨어지는 소리 들어라(Putt with your ears) ④ 죽음은 두렵지 않다. 그러나 3피트 남긴 파 퍼트는 싫다(I do not fear death, but I sure do not like those three-footers for par).
퍼트는 방향보다 세기가 관건이며 처음 읽은 라인이 정확하다는 격언도 늘 명심하지만 여의치 않다. 퍼트, 어렵지만 재미있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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