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다 바꿔라 ‘AX 경영’을 아십니까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8. 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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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으로 보여주는 LAM 뜬다
다음 목적지는 ‘AI 입은 로봇’

“전 세계 AI의 중심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베이징입니다. 그 밖의 국가 경쟁력은 떨어집니다. 이웃 나라 일본과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더 위기감을 느껴야 합니다.” (리처드 장 스트랫마인즈 대표)

“소버린 AI(독립 AI)를 위해 각국이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국가 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리도 ‘팀코리아’와 같은 AI 생태계를 구축,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전 세계가 AI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 정부·기업 차원의 AI 도입은 생존 공식이자 필수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매경이코노미 창간 45주년 기념 AI 콘퍼런스에 참석한 연사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예전에는 DX(디지털 전환)가 대세였다면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기업 경영도 AX(AI 전환)를 적극 적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매경이코노미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실제 현장에 AI를 도입해 성공한 대·중소기업 사례, 그리고 AX 경영의 선결 과제 등을 다각적으로 짚어봤다.

매경이코노미는 지난 7월 25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서울 호텔에서 ‘AGI 돈 버는 AI’라는 주제로 창간 45주년 콘퍼런스를 열고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발달이 경제와 산업에서 갖는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윤관식 기자)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프트웨어를 집어삼킨 게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결국 AI가 세상과 기업 경영 전반을 바꿔나갈 것입니다.” (리처드 장 스트랫마인즈 대표)

모두가 인공지능을 외치는 시대다. 하지만 막상 어떤 전략을 갖고 AI 투자에 접근해야 할지, 또 어떻게 AI로 실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묻는다면 막연한 것이 사실이다.

매경이코노미는 지난 7월 25일 ‘AGI 돈 버는 AI’라는 주제로 창간 45주년 콘퍼런스를 열고,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AI가 현실 속 우리 경제와 산업에 갖는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키워드는 ‘AI 트랜스포메이션’, 이른바 ‘AX’다. 과거 디지털 전환(DX)이 전통 산업과 기업 문화를 디지털화했다면, 이제는 경영 전반에 AI를 도입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극대화를 꾀하는 움직임이다. AI 원천 기술 경쟁을 넘어, 말 그대로 AI로 돈을 벌 수 있는 ‘신경영’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업무에서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 정도 수준이 아니다. 업무를 자동화하고, 나아가 AI 기술로 기존 기업 내 주력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AI는 이미 콘텐츠·커머스·금융·제조 등 기존 전통 산업에 속속 침투하며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배우와 실사 촬영이 없는 영화가 나오고 AI가 관리하는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창간 콘퍼런스에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커머셜 부회장,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재·관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윤관식 기자)
AI로 다 바꿔라 화두는 ‘AX’

정·재·관계 인사 300여명 참석

매경이코노미는 7월 25일 서울 반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창간 45주년 기념 콘퍼런스를 열었다. ‘AGI 시대 돈 버는 AI’라는 주제로 포티투마루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정·재·관계 인사 300여명이 모여 새로운 AI 경영이 가져올 미래와 활용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회장 등 ‘매경이코노미 선정 100대 CEO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CEO를 비롯해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AI를 주제로 한 행사답게 신기술을 활용한 색다른 시도가 관심을 모았다. 생성형 AI로 만든 김주하 AI 앵커가 영상을 통해 인사말을 전했고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역시 챗GPT로 작성한 개회사로 눈길을 끌었다. 행사 전후로는 실제 촬영 없이, 100% AI 기술로만 제작한 영상 콘텐츠가 상영됐다.

콘퍼런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AX 경영’이다. 이미 국내외를 막론하고 AX 경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삼성, SK, LG 등의 재계 총수가 연이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유도 AX 혁신과 관련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방문한 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주요 빅테크와 AI 기업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최신 AI 동향을 파악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AX를 앞당겨야 한다는 판단으로 출장길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AX 속도전이 한창이다. 각국 정부 간 투자 경쟁도 치열하다. AI 주권, 이른바 ‘소버린 AI’를 목표로 기업마다 AX를 도울 보조금 지원 방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일본 정부는 소프트뱅크의 AI 사업에 수천억원대 보조금을 지급 중이고, 캐나다 정부도 AI 산업 육성에 2조원 이상 지원 방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콘퍼런스에는 각계 AI 전문가 20여명이 연사로 나서 AI 트렌드를 분석 전망했다. 사진 왼쪽은 이번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한 ‘포티투마루’ 김동환 대표, 오른쪽은 AI 커뮤니케이션 스타트업 ‘센드버드’를 이끄는 김동신 대표. (윤관식 기자)
LLM 넘어 LAM 뜬다

AI 장착한 하드웨어…제조업 이끌 것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AI 분야 현업 관계자와 전문가 20여명이 연사로 나와 AX 혁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AI 분야에 전문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스트랫마인즈를 이끄는 리처드 장 대표는 “어떤 기업도 AX 없이 다음 단계를 논하거나 혁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양자 컴퓨터, 블록체인 등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주체가 바로 AI기 때문이다. 리처드 장 대표는 “개발자 30명으로 이뤄진 팀이 3일 밤을 새며 만든 코드를 AI는 2시간 동안 100만개 만들어낸 사례도 있다”며 “AX 혁신 여부에 따라 선진국과 후진국 격차 정도가 아닌 ‘문명급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AX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여러 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권한슬 스튜디오프리윌루전 대표는 콘텐츠 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AX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위기를 들려줬다. 스튜디오프리윌루전은 100% AI 기술로 만든 영상으로 최근 열렸던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거머쥐었다. 실사 촬영과 CG 작업 없이, 텍스트 입력만으로 AI가 만든 영화 ‘원 모어 펌킨’이 수상작이다.

매출도 일어난다. 광고나 영화 등 큰 비용이 드는 영상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 간단히 시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리비즈(Pre-Visual)’ 시장에 주목하면서다. 권한슬 대표는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비가 워낙 높아지면서 투자 리스크도 그만큼 커진 상황이다. 투자자는 AI가 빠르게 제작한 데모 영상으로 사전에 콘텐츠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다소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굉장히 저렴하고 빠르게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AI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시장뿐 아니다. 이미 반도체·통신·금융 등 전통 산업에서 AX 혁명이 진행 중이다. 선박을 설계하고 장비 고장을 예측하는 AI, 소비자 문의 즉시 금융상품을 파악해 알려주는 AI 콜센터 ‘AICC’, 계약서에 독소 조항이나 사실과 다르게 명시된 부분을 즉각 알려주는 ‘법률 AI’ 등이 대표적이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 중심으로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 AI가 갖고 있던 문제점이 해결되고 있다. 사실이나 전체 맥락과 다른 결괏값을 내놓는 ‘환각’을 비롯해 보안과 비용 문제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로봇과 AI 결합을 일컫는 ‘임베디드 AI’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임베디드 AI란, AI에 보고 듣고 움직일 수 있는 ‘신체’를 달아주는 기술을 말한다. ‘로봇과 AI의 결합’이라고 보면 쉽다. 챗GPT같이 언어를 기반으로 한 LLM(Large Language Model)을 넘어 실제 물리 세계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LAM(Large Action Model)으로의 진화다. 로봇을 매개로 AI가 현실 세계를 학습하고 직접 행동에 나서는 방식이다.

‘로봇에 AI를 입히다’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AI 기술 발전에 맞춰 진화하는 로봇 기술을 설명했다. 이상민 대표는 “AI가 인간과 동일한 지능을 보유한 AGI로 점차 진화하면서 로봇 기술 트렌드도 바뀌었다. 단순 산업용 로봇을 넘어 서비스 로봇, 나아가 범용 휴머노이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LAM 모델은 앞으로 GPT보다 일상 속에 훨씬 더 빨리 침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대표 역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아우르는 LAM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듯 말로 업무 명령을 내리면 AI가 그대로 처리해주는 세상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전문가 좌담도 진행됐다. 사진 왼쪽부터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차장,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 (윤관식 기자)
산업 전방위로 확산하는 AX

기업 맞춤형 AI 솔루션이 해법

이 밖에도 각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 AX 경영 사례가 공유됐다.

AI로 숏폼 콘텐츠 제작을 자동화해 커머스 혁신을 이끈 ‘샵라이브코리아’, AX를 교육 시장에 접목한 ‘엘리스그룹’, 신용평가·맞춤형 자산관리 등 금융에 AI를 도입한 하나금융융합기술원, AI와 블록체인 기술을 융합한 ‘리버밴스’ 등이 대표적이다. 스윙 데이터 학습으로 클럽 제작 등 골프 산업에 AI를 도입한 ‘크리에이츠’, 계약서 작성과 법률 자문을 AI가 돕는 리걸 AI 스타트업 ‘BHSN’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LG AI 연구원과 협업으로 사실상 무인공장을 운영, 연 450억원 비용 절감 효과를 내고 있는 LG이노텍 사례도 주목받았다.

AX 경영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언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기업 AX를 돕는 AI 소프트웨어(SW)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체 개발한 소형언어모델(sLLM) 혹은 GPT-4 등 기존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해 기업 AX를 돕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업마다 맞춤형 AI가 대중화될 경우 그동안 AI 한계로 지적됐던 비싼 비용 문제와 보안 리스크도 줄어든다.

정부 지원도 필수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우리 정부는 AI 전환을 통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조만간 AI 투자 전략, 생태계 조성, AI 안전과 안보 등 AI 정책 전반을 다루는 최상위 거버넌스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 인공지능위원회도 곧 출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 참석자는 이번 콘퍼런스가 최신 AI 동향을 파악하는 데 유익했다고 입을 모았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최근 AI 관련 팀만 두 개를 신설할 정도로 관심이 많은데, 조금 더 빠르게 시장 변화 대응에 나서야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AI 시대 발전 방향성을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개회사
“한국은 AI 후진국…돈 버는 AI 고민 필요”
“실질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인공지능(AI) 투자와 개발 전략이 중요합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20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매경이코노미 AI 콘퍼런스에서 기업의 효율적인 AI 전략 수립을 주문했다. 챗GPT가 작성한 인사말로 개회사를 시작한 장 회장은 “오늘 콘퍼런스 주제를 입력하니 그럴듯한 인사말 하나가 금세 만들어졌다”며 “이처럼 이미 실생활에, 또 회사 업무에 AI 기술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고 AI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사업 성과를 낼 수 있는 AI 활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AI 원천 기술 개발과 투자도 중요하지만, 당장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는 AI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장 회장은 “최근 직원 1640명으로 공장을 가동 중인 한 CEO를 만났는데, 중국을 가봤더니 고작 64명만으로 같은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하더라. 한국이 자동차·조선 등 전 세계 제조 산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제조 AI 분야에서는 후진국”이라며 “AI 개발 투자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해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중국·유럽을 부지런히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어진 외부 환경이 어려울수록 기업의 대응 전략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장 회장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 AI 트렌드 변화도 놓쳐선 안 된다”며 “이번 콘퍼런스에서 돈 버는 AI와 범용인공지능(AGI)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AX 혁명’을 위한 전문가 좌담
“추격에만 익숙한 한국…AX 없이는 도태”
AX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수긍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다. AX 경영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작은 변화에서부터 출발하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 경영 전반에 무리하게 AI를 도입하는 건 쉽지 않다. 조직 내부에서 AI에 관심이 많은 엔지니어와 개발자를 중심으로 소규모 AI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경영 과정에서 자동화가 가능한 영역을 선별해 우선 적용하는 식으로 출발하는 편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는 “작은 변화라고 할지라도 내부에서 일단 AX 성공 사례가 나오면 보다 본격적으로 AI 활용을 논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특히 의사결정권을 가진 최고경영자 결단이 중요하다. 단순히 실험용 프로젝트에 그치지 말고 AX를 장기적이고 중대한 사안이라는 인식을 내부에 심어 힘 있게 추진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AI 혁신이 필요한 분야는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임베디드 AI’ 투자·개발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특히 그렇다는 의견이다. 임베디드 AI가 상용화되면 텍스트, 사진, 영상, 코딩 등 디지털 결과물만 만들어낼 수 있던 AI가 물리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 현실 세계를 학습하고 제품을 직접 생산해내는 것도 가능해진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로봇과 AI가 결합되는 임베디드 AI는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 입장에선 필사적인 각오를 갖고 추진해야 할 과제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던 인지·판단까지 AI가 담당하는 진정한 ‘무인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가 결합되지 않은 하드웨어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한국 제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향후 완전히 도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X 혁명이 진행되기 위해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술 주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현재 국민 인식을 바꾸고 AI 발달을 위한 공감대 형성을 주도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는 급선무다.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은 “우버는 불법, 코인은 사기로 치부되고 의료 정보는 여전히 CD에 담아갈 만큼 한국은 기술 변화에 폐쇄적인 국가”라며 “한국은 추격에 익숙해 규제를 뚫고 선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뛰어난 제조 인프라와 우수한 인재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규제를 완화해나가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성큼 다가온 ‘AGI’의 미래는
수백 개 AI 모델 간 소통으로 탄생할 ‘슈퍼 AI’
AX 경영을 선도할 것으로 평가받는 기술은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igence)’이다. 주어진 문제만을 해결하는 기존 기술을 넘어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 생각·판단·학습을 하는 AI를 일컫는다. 인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진 AI다.

먼 미래로만 여겨졌던 AGI는 빠른 기술 발달에 힘입어 이제는 ‘수년 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3년 이내 AGI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이면 AI가 인간 지능에 도달하고 2045년에는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는 AGI 특이점이 온다”고 내다본다.

AGI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까. 전문가들은 엄청난 기술을 지닌 하나의 ‘초지능’이 아닌 수백 개 ‘AI 모델 연합’을 통해 AGI가 완성될 것으로 내다본다. 각각의 영역에 특화된 AI 모델이 서로 활발히 소통하면서 의사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기술 스타트업 ‘베슬AI’의 안재만 대표는 “회사에서도 수십 개 부서가 모여 전체 의사 결정을 하듯, AGI도 각 기능에 특화된 AI 모델이 소통하며 만들어질 것”이라며 “전문가 역할을 하는 수백 개 AI 모델이 상호 협력하는 방식이 안착하면 기업 의사 결정이나 운영도 자동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인호 바운드포 대표 역시 “반도체 기업은 기술이 집약될수록 설계, 제조 등 여러 개 전문 회사로 나눠졌다”며 “AGI 시대에도 전문화된 데이터 기업과 모델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각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이 여럿 등장할수록 AGI 시대가 더 빨리 도래한다. 문제는 AI 모델까지 정보와 데이터 공유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AI 스타트업 ‘리버밴스’는 블록체인에 AI 기술을 결합한 ‘웹3 AI’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흥노 리버밴스 대표는 “현재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는 AI가 모두 학습을 완료한 상태다. 개인과 기업, 나아가 전문가가 갖고 있는 ‘비공개 사적 데이터’를 활용해야 진일보한 AI를 만들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보상 구조로 사적인 정보 공유를 촉진할 수 있다. 정보 검증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가 간 지리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GI 기술이 고도화될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도 있다. 국가 간 기술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면서 나타나는 ‘기술 종속’이 그중 하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소버린 AI’ 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버린 AI는 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AI 역량을 구축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미 각국 소버린 AI 투자 경쟁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칩스법을 따로 만들어 인텔 등 자국 AI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4500억원을 투자해 일본 문화를 잘 이해하는 일본 중심 소버린 AI 개발에 나섰다. 프랑스 기업 미스트랄AI가 1년 만에 기업가치 8조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프랑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자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소버린 AI는 기업 혼자 감당하기보단 기업과 정부가 한 팀이 돼 움직여야 한다”며 “네이버 초거대 AI 모델 클로바처럼 미국 기업이 만든 AI의 전 세계 장악을 막고자 하는 움직임이 각국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조동현 기자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0호 (2024.07.31~2024.08.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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