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심봤다'... 심마니만 잘 따라다녔습니다

이상헌 2024. 8. 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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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은 해보기 어려운 심마니 체험... 매번 꽝이다가 드디어 발견한 산삼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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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기자]

"이 선생 준비 되었소? 삼 보러 갑시다." 

H선생과의 짤막한 전화 통화였다. 생각해 보니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다. 햇수로는 약 4년 전, 강원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인적이 드문 한 휴게소에서 그이를 만났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몇 마디 말을 나눠보니 이 양반 직업이 심마니(산삼 캐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심메마니'라고도 한다)였다.

그렇게 귀갓길 내내 산삼 얘기로 꽃을 피웠다.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롭기 그지없는 심마니의 세계였다. 즉석에서 그가 캔 산삼을 몹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이날의 인연으로 우리는 같이 산을 타면서 삼을 찾아보기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
 
▲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필자. 장화 속은 땀이 흥건, 등줄기에는 소금이 허옇게, 모기 등쌀에 죽을 맛.
ⓒ 이상헌
 
지난 7월 말의 어느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H선생의 집 근처로 차를 달렸다. 경기도 모처의 약속된 장소에서 그의 동료 K선생과 만나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강원도로 향했다.

준비물은 장화, 가벼운 배낭, 작은 호미, 김밥 서너 줄이 전부다. 뱀에 물릴 수 있으니 장화를 필수로 신고 긴 옷을 입어야 한다. 삼을 찾아 움직이면서 배가 고프기 전에 김밥을 계속 먹으면 된다. 15시가 되거나 먹거리가 떨어지면 바로 하산이다.

무조건 잎이 5개인 식물을 찾으라니
 
 잎이 5개인 산삼. 갈라진 줄기 사이로 산삼 열매인 '딸'이 자란다.
ⓒ 이상헌
 
산삼은 반음지성 식물이란다. 동북 방향에 계곡 사이 안개가 끼는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또한 활엽수와 침엽수가 반씩 섞여서 자라는 땅을 좋아한다고 이른다. 애초, 심마니 H선생이 초보자에게 가르쳐 주는 포인트는 이러했다.

"잎이 5개인 풀을 찾으세요. 무릎 높이의 크기입니다."

이 한 마디를 금과옥조 삼아서 안구가 튀어나올 정도로 두리번 거렸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발견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실물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나같은 하룻강아지가 처음 나온 날 삼을 발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 3구 짜리 산삼. 생초보가 3년 동안 심마니를 쫓아 다니다가 처음 발견함.
ⓒ 이상헌
   
▲ 4구 짜리 산삼. 네 갈래로 갈라진 줄기에 5개의 잎이 달렸다.
ⓒ 이상헌
 
점심때쯤, 동행한 K선생이 4구짜리 삼을 봤다. 산삼 뿌리에서 줄기가 나와 2갈래로 갈라지면 각구라 칭한다. 3 가닥이면 삼구요, 4 방향으로 나면 사구다.

심마니 선생이 말해주기를, 자연에서 4구까지는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5구짜리는 평생에 두세 번 캘까 말까 할 정도로 귀하고, 6구 이상은 전설에서나 존재하는 삼이라고 한다. 

다시 H선생을 따라서 산을 탄다. 날이 더워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우거진 풀숲으로 들어간 그를 놓쳤다. 불과 십여 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방해되지 않으려고 했던 거리두기 때문에 사달이 났다. 이렇게 필자의 첫 산삼 캐기 체험은 어이없이 끝이 났다.
 
▲ 딸. 가을이면 빨갛게 익는다.
ⓒ 이상헌
   
▲ 산삼 뿌리. 뇌두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
ⓒ 이상헌
 
겨우 동행한 K선생을 찾아 뒤를 쫓으며 주차해 둔 곳으로 내려왔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H선생이 상당한 결실을 갖고 내려왔다. 4구 2개, 3구도 2뿌리. K선생은 4구 한 개가 오늘의 성과였고, 나는? 나는 '꽝'이었다.

귀갓길에서 우리는 삼 얘기로 지루한 줄 모르고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그날 나는 심마니 H선생의 배려로 삼구 짜리 삼을 공짜로 얻어왔다. K선생에게도 삼이 하나 분배되었다. 고생 끝에 삼이라니.

타고난 심마니 H선생... 산삼이 보인단다

듣기로 H선생은 자연스럽게 심마니가 된 사람이다. 처음에는 자기도 다른 심마니를 따라서 산을 탔다고 한다. 그렇게 동행한 첫날에 자신의 눈에 저절로 삼이 들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날 캔 산삼을 같이 간 심마니가 모두 챙겨갔다고 한다. '삼은 원래 맨 먼저 보러 가자고 한 사람에게 귀속된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과거의 심마니 풍습은 그랬다고 하는지라 황당하게 들린다. 그는 이런 경험을 쌓으며 홀로서기를 해 여태껏 심마니 생활을 하고 있다.

H선생의 말이 이어졌다. 그는 그럼에도 산세를 살펴 조심스럽게 걷다 보면, 빈 손으로 내려오는 때는 적다고 한다. 

'십중팔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십중칠팔'은 된다고 하니 심마니 재능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베풀 줄 아는 인심이 더해져서 그를 진짜 심마니로 만드는 것이라 짐작해 본다.
 
▲ 3구와 각구. 이제 자라기 시작하는 산삼이라 캐지는 않고 사진만 촬영 함.
ⓒ 이상헌
 
다섯개 잎을 보고 절로 나온 외침 

그 후, 나는 내 손으로 꼭 한 번은 삼을 캐고 싶다는 염원으로 H선생과 다시 약속을 잡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올해, 즉 지난 7월 나도 3구짜리 삼을 봤다. 무려 3년 만의 일이었다. 이 날의 희열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몸과 마음이 지쳤으나 피곤한 줄도 모르고, 내 안의 어딘가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경험을 했다. 사실 이 날의 발견은 H선생의 배려가 결정적이었다. 그이가 4구짜리 삼을 한 뿌리 본 후에, 근처에 산삼이 더 있을테니 '살펴보라'고 한 말에 주변을 훑어보다 용케 발견한 것이다.

심마니는 가파른 산비탈을 수 백번이고 오르내리면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 나름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으나, 그동안 심마니를 따라다녀보니 이건 보통 체력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올해까지만 도전해 보고 그만 둘 심산이었다. 그렇게 생초보의 심마니 흉내는 삼 년 만에 막을 내린다. 

다행히도 삼구삼을 보았기에 미련 없이 그만둘 수 있게 되었다. 그간 두 심마니와는 순댓국에 소주도 몇 번 마시면서 정을 쌓아 두었기에 삼이 필요한 사람을 소개해 주고 있다. 여름철 몸이 허해질 때면 삼을 구입하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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