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 김민종 금사냥…30kg 차이 '日유도 영웅' 아들 넘겨라 [파리PLUS]
'헤라클레스' 김민종(23·세계랭킹 1위·양평군청)이 2024 파리올림픽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일본 유도 영웅의 아들과 맞붙는다.
김민종은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100㎏ 이상급(최중량급) 8강전에서 우샹기 코카우리(아제르바이잔)에게 허벅다리걸기 절반승을 거뒀다. 김민종은 황희태 유도 남자대표팀 감독이 금메달 후보로 꼽은 선수다.
김민종은 한국시간으로 같은 날 오후 11시부터 치러지는 준결승에서 까다로운 상대를 만난다. 일본의 '최중량급 신성' 사이토 다쓰루(22)와 맞대결을 벌인다. 사이토는 1984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과 1988 서울올림픽 남자 유도 최중량급(당시 95㎏ 이상급)에서 2연패를 차지했던 일본 유도 레전드 사이토 히토시 전 일본 대표팀 감독의 둘째 아들이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 유도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이토는 2015년에 54세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같은 체급에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사이토(1m92cm·165㎏)는 체격에서 김민종(1m83㎝·135㎏)보다 우위에 있다. 30㎏ 더 무겁다. 최중량급은 100㎏ 이상만 되면 체중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야수들의 체급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기술은 김민종과 사이토 둘 다 빠르고 화려하다. 결국 경기 운영과 큰 무대 경험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민종은 지난 5월 한국 남자 최중량급 선수로는 39년 만에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했다. 상대 전적도 1전 1승으로 사이토에 강하다. 김민종이 사이토를 넘으면 결승에서 개최국 프랑스의 '국민 영웅' 테디 리네르를 상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네르를 이번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김민종이 메달을 따내면 한국 선수로는 1984년 LA 대회 조용철(현 대한유도회 회장·동메달) 이후 40년 만의 남자 최중량급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1위인 김민종은 이번 대회에서 톱시드를 배정받았다. 결승까지 진출하면 청색 도복 대신 흰색 도복만 입고 경기하는 특별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유도 선수는 경기에 나갈 때 두 가지 색깔의 도복을 가지고 간다. 대진표 위의 선수는 흰색 도복을, 아래의 선수는 청색 도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흰색 도복만 입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건 세계 1위의 특권이자 자존심이다.
김민종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부모 밑의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유도계에선 '마장동 둘째 아들'로 통한다. 코로나19로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이 휴식기에 들어갔던 2021년엔 아버지를 도와 마장동에서 1톤 분량의 돼지고기를 옮기는 것으로 근력 운동을 대신한 건 유도계에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소든 돼지든 하루도 고기를 거른 적 없다. 공깃밥도 일곱 그릇까지 먹었다. 부모님께서 아낌없이 고기와 밥을 챙겨주신 덕분에 누구와 붙어도 힘에선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32강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김민종은 16강전에선 이브라힘 타타로글루(튀르키예)에게 한판승을 거뒀다. 경기를 침착하게 풀어나가던 김민종은 3분 29초에 소매들어허리채기로 절반을 따냈다. 김민종은 바닥에 엎어진 상대를 상대로 곧바로 꺾기 기술에 들어갔다. 격투기에서 '암바'로 불리는 팔가로누워꺾기로 항복을 받아냈다. 김민종은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이다. 3년 전 2020 도쿄올림픽에선 예선 탈락했다.
한편 양평군민도 한마음 한뜻으로 김민종의 금메달을 바라고 있다. 양평군청은 양평물맑은시장 쉼터광장에서 이날 오후 5시부터 3일 오전 1시까지 파리올림픽에 나선 양평군청 유도팀 거리응원을 펼치고 있다. 지난 27일엔 남자 60㎏급에 나선 또 다른 양평군청 유도팀 멤버 김원진의 거리응원이 열렸다.
파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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