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지원法 국회 통과에…정부 “나라빚 미래세대에 전가”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이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어서자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다. 법률안을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관련 입장 합동 브리핑’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법률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민생회복지원금 관련 브리핑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의한 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론 1호 법안은 국가·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민생경제 회복을 목적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3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면 생계 안정을 꾀할 수 있고 소비도 촉진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는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헌법에서 정한 정부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민생회복지원금 법률안은 정부가 법안 공포 후 3개월 이내에 반드시 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민 장관은 “헌법이 부여한 정부의 예산 편성 권한을 침해하고, 국회가 예산의 편성·집행 기능을 실질적으로 독점하고 있다”며 “삼권 분립의 본질을 형해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금성 지원의 재정적·경제적 부작용도 지적했다. 국가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 이 장관은 “국채 발행은 막대한 나랏빚을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전가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하며 “대규모의 현금성 지원은 추가 소비를 창출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오히려 물가 상승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수용 어려워…재의 건의”
더불어 정부는 민생회복지원금 법률안을 집행하려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 중인 국민은 약 1000만명이다. 나머지 4100만여명의 국민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먼저 카드·지류 형태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스스로 일일이 신청하고 발급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장관은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대량의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큰 혼란과 국민 불편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상품권 가맹점이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 4개월의 기간 동안 13조원 규모의 상품권이 소비되기를 기대 어려운 데다, 상당히 많은 양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부정 유통하거나 사용 기간을 넘겨 폐기할 우려도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때문에 정부는 일단 재의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상민 장관은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민생회복지원금 법률안을 국회가 정부로 이송하면,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한 재의요구를 건의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불륜은 과학입니다” 그 길로 빠지는 이유 있다 | 중앙일보
- 센강 나온 뒤 '우웩'…"구토만 10번" 포착, 그대로 생중계 됐다 | 중앙일보
- 배달음식은 해롭다? 집밥도 이렇게 먹으면 노화 온다 | 중앙일보
- "여자라면 XX싶다" 야구중계 중 성희롱 발언 캐스터, 대기발령 | 중앙일보
- '금메달 포상금' 1위 홍콩은 10억 쏜다…9위 한국은 얼마 주나 | 중앙일보
- 한국인은 외면하더니…북한 안창옥, 선수촌서 세계 선수들과 한 일 | 중앙일보
- 패배 후 대성통곡한 일 유도 천재…"원숭이 같다" 조롱에 결국 | 중앙일보
- "성노예로 쓰고 죽여야겠어" 쯔양 전남친 악행 폭로 '충격' | 중앙일보
- [단독] "효진이 사격하고 싶대요" 최연소 금뒤엔 단짝의 하얀거짓말 | 중앙일보
- 'XY염색체' 복서 주먹에 얼굴 퍽…46초만에 눈물의 기권 외쳤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