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장관·세종시장님, 천막농성 100일 잔치에 초대합니다

박은영 2024. 8. 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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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 소식 94일-95일차] 시원한 금강바람이 머무는 천막농성장

[박은영 기자]

 
▲ 물총새와 잠자리 다시 찾은 금강변에서 만난 물총새
ⓒ 이경호
'폭염주의보'

세종보 농성천막에 앉아있는데 삐~ 삐~ 알림음과 함께 안전재난문자가 연이어 날아온다. 폭염주의 문자이다. 연일 이어지는 더위는 천막농성장을 피해가진 않는다. 점심 때부터 농성장으로 들이치는 뜨거운 햇볕. 다리 밑 그늘로 피신을 하면 시원한 금강바람이 불어 그나마 버틸만 하다.

천막을 다시 치고 오랜만에 물총새를 만났다. 잠자리와 한 가지에 나란히 앉아있는데 푸른 빛의 자태가 여전히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한 달 전이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또 반갑다. 하나 둘씩, 예전에 보았던 친구들이 눈앞에서 서성인다. 수달 발자국과 어린 친구를 데리고 밤새 나돌아 다닌 고라니 가족의 흔적. 원래 자리로 돌아온 것이 실감난다.  

이 와중에 환경부는 '댐을 만든다', '보를 다시 활용한다'는 등의 말을 무책임하게 내뱉고 있지만, 강의 친구들은 우리가 이런 엄혹한 현실과 맞설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속세의 평판, 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본능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복잡하고 긴장된 마음을 내려놓는다. 우리 또한 금강에 기대어 이 투쟁을 해야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 신규 댐 건설 규탄… 4대강 모두 반대해
 
 윤석열 정부 신규 댐 건설 추진 규탄한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댐은 기후 대응이 될 수 없다."

전국의 환경단체들이 지난 1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환경부의 신규 댐 건설 후보지 선정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을 비롯해 4대강 유역에서 강살리기 운동을 해 온 연대체들이 공동주최했다(관련기사: 14개 신규 댐 건설, 토건족을 위한 윤석열 돈 잔치 https://omn.kr/29nb9).

환경부는 현재의 물그릇으로는 장래 물 수요를 감당하기 부족하다며, 댐 건설을 통해 연간 2.5억 톤의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관리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우리의 용수 부족량은 2030년 최대 가뭄 기준 연간 6.6백만 톤이다. 두 수치 사이에는 단순 계산으로도 약 40배라는 괴리가 존재한다. 2.5억 톤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툭 튀어나온 것일까?

기본계획에서는 미래 물 부족에 대해 '공급 및 수요 효율화 등을 통해 대비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기본계획의 범위 안에 물 부족 해결을 위한 댐 신설은 담겨있지 않으므로, 환경부는 2.5억 톤의 물 수요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타당한 근거를 우선 제시해야 한다.
 
 양구군 수입천 모습
ⓒ 양구군
 
"이미 댐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은 주민에게 또 다른 댐을 건설해 같은 피해를 반복할 수는 없다."

환경부가 지난 24일 양구군을 방문해 댐 건설이 불가피하고 방산면 지역이 최적지라고 설명하자 양구군수가 한 말이란다. 게다가 이곳은 천연기념물 열목어와 산양 서식지이고 두타연계곡이 있다. 이 뿐 아니다. 국민의 힘 소속인 단양군수도 지역 대표관광지인 선암계곡이 수몰된다며 댐 건설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이번 댐 신설 계획을 살펴보면 진짜 홍수와 가뭄을 막을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진심으로 국민들이 걱정은 되는지 말이다. 댐이 지역공동체에 줄 파급과 막대한 국민 세금을 생각하면 최대한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당장의 분위기 전환이나 면피용으로 대책을 내놓아서는 안된다. 환경부는 당장 무분별한 댐 건설 추진 계획을 중단하고 물정책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100일 투쟁문화제… 환경부장관, 세종시장 오시라
 
 천막농성장 모습
ⓒ 대전충남녹색연합
 
오는 8월 6일이면 세종보 천막농성 100일을 맞이한다. 아직 달라진 상황은 없지만 전국에서 3500여 명의 사람들이 농성장을 다녀갔다. 이중 세종시민들도 많았다. 이들과 4대강사업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얼굴도 모르던 시민들이 찾아왔던 순간들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날, 100일 동안 이어온 우리의 투쟁을 기억하고 앞으로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4월 30일부터 지금까지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왜 우리가 이토록 간절하게 투쟁을 이어가는지에 대한 기록 영상도 보여줄 예정이다. 또 세종시민들의 100초 연대 발언과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연도 마련하고 있다.

100일 동안 세종보 수문을 닫지 못하도록 막아온 승리의 자리에 김완섭 환경부 장관과 최민호 세종시장도 꼭 와주셨으면 한다. 아름답게 흐르는 금강을 보면서 강의 친구들 곁에서 시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활동가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두 분 모두 그간 소통을 강조해 오지 않았나.
 
 살아있는 흐르는 금강이 우리 투쟁의 원동력이다.
ⓒ 임도훈
 
'천막농성을 계속 할 수 있던 원동력이 뭔가요?'

100일 영상을 준비한 도요필름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짧은 순간, 많은 이들의 얼굴이 지나갔다. 농성장을 함께 지켜주는 수많은 활동가들도 있고, 이름도 모른 채 응원의 말만 남기고 간 세종 시민도 있다. 우리가 지치지 않는 데에는 이런 연대의 손길도 있지만, 결국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금강이다. 살아있는 존재, 흐르고 있는 금강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 

100일, 그 이후에도 우리의 투쟁이 지치지 않길 바라는 각오와 소원을 금강에 띄워 보낸다. 늦은 오후가 되자 열풍기에서 내뿜는 것 같았던 바람이 식었다. 그 바람에 버드나무 잎새가 흔들린다. 물떼새들이 지저귄다. 매미가 운다. 긴 여름을 우리는 금강과 함께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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