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진입로 '민폐주차' 차량, 사흘 만에 이동

차주, 불법 주차 후 해외로 출국
구청, 과태료 12만원 부과 예정

부산 김해공항 진입로 입구에 차량을 불법 주차하고 해외로 출국해 '역대급 민폐 주차' 논란을 일으킨 수소 차량 차주가 주차 사흘 만인 1일 한국으로 돌아와 차를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지자체는 이 차량에 최대 과태료 12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2일 연합뉴스는 해당 차량 차주가 당초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진 1일 귀국해 이날 밤 9시쯤 차량을 이동시켰다고 보도했다. 해당 차량의 '무개념 주차' 사실은 지난달 3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해공항의 역대급 민폐 주차'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이 게시글에는 한 차량이 갓길에 불법 주차한 사진이 첨부됐다.

김해공항 진입로에 불법주차된 차량의 모습[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글 작성자 A씨는 "무개념 휴가객이 김해공항 주차장 만석이 되자 비행기 시간이 다 됐다며 저기에 주차하고 해외에 가셨다고 한다"며 "차량이 아직 그대로고, 견인도 못 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사진이 찍힌 곳은 김해공항 주차장에 인접한 진입로인데, 이곳에는 차량 여러 대가 불법 주차돼 차량 통행을 방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승용차뿐만 아니라 공항 리무진 버스, 시내버스 등의 차량 진입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문제가 공론화하자 다른 차주들은 차를 뺐으나 수소차 1대는 끝까지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었다.

1일 김해공항 관계자는 "차량 번호 조회 결과 (수소차) 차주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며 "현재 해외에 있는 차주가 2일 귀국해 즉시 차를 빼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애초 온라인상에 퍼진 주장과 달리 버스 등 차량이 서행해서 진입하는 건 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는 해당 차량이 진입로에 주차된 시점은 지난달 30일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차주는 공항 내 주차장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자 탑승 시간에 쫓겨 이곳에 주차한 뒤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차량 때문에 통행이 어려워지자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쳤고 공항공사 측은 차주에 연락했다. 차주는 보험사를 불러 즉시 차량을 견인하겠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은 수소차라 바퀴 4개를 견인차에 연결해야 하는데 좌측 바퀴가 인도에 바짝 붙어 있는 상황이라 견인이 불가능했다. 결국 해당 차량은 3일 동안 공항 입구에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당초 차주는 2일 귀국해 차를 빼겠다고 했지만, 하루 빠른 1일 돌아와 차량을 이동시켰다.

이번 일을 두고 공항 불법 주정차 단속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해당 진입로에는 주정차 단속 폐쇄회로(CC)TV가 없었던 데다 그간 이동형 카메라는 계도 위주로 주정차 관리를 해왔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해공항에는 10여대의 고정형 주정차 위반단속 카메라가 있지만, 공항 청사로 진입하는 주요 길목인 해당 지점에는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매일 이동형 카메라로 단속한 촬영 영상을 지자체에 전송해 신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강서구는 이동형 카메라로 단속한 내용을 받은 적이 없어 국민신문고로 신고가 들어온 내용을 토대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서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공사에서 이동형 카메라로 단속한 위반 내용을 전달받아 과태료를 부과한 적은 올해 한건도 없다"며 "공항공사 이동형 카메라는 계도 위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민 신고 기준으로 하루 최대 4만원, 최대 3일 치 과태료 12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며 "이마저도 국민신문고에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날이 있으면 그날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해공항 관계자는 "신고했는데 시스템이 누락됐을 수도 있다"면서 "촬영해 뒀으니 강서구에 재신고해 위반 차량에 과태료가 부과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