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도 친윤도 아니다…김상훈 인선에, "파격" 말 나온 이유
“정책적으로 뛰어나고 안정감이 있다. 같이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새 정책위의장으로 지명한 4선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에 대해 한 말이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와 개인적으로 가깝거나 우정을 나눌 기회도 없었고, 전당대회에서 저를 위해 뛰지 않았다. 친소 관계를 따지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정치인으로서의 색채가 짙은 편은 아니다. 딱히 ‘000계’로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로 계파색도 엷다. 4선이면 명실상부한 중진인데, 중앙 정치무대에서의 존재감도 크진 않다. 반면, 정책 분야는 해박하다. 영남대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 33회에 합격해 공무원이 된 그는 주로 대구시에서 근무하다 경제통상국장을 지낸 뒤 정치인이 됐다. 19대 총선 당선 후 내리 4선을 하면서 국토교통위나 기획재정위 등 경제분야 상임위에서 주로 활동했다. 재선 때는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3선 땐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내면서 정책통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대표가 이런 김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택한 건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에 더 천착하겠다”던 공언을 실제로 구현할 적임자로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튀지 않는 성격 탓에 의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계파색이 엷어 친한이니 친윤이니 하는 프레임에서 비껴나갈 수 있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위의장 지명에 대해 “한동훈 대표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을 강조했다”며 “야당과 대화의 물꼬를 터서 성과를 올려 주길 바라는 의지가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정책 전문성과 당내 안정감을 고려한다면 중진의원 중에선 적임자”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파격’이라고 평가한다. 원내사령탑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3선이라 김 의원의 선수가 더 높기 때문이다. 통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러닝메이트 개념으로,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선수가 같거나 아래인 경우가 많았다. 김 의원은 내주 초 의원총회의 추인을 거치면 정책위의장으로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다만, 추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대구(달성)고, 서범수 사무총장의 지역구가 울산(울주)인 마당에 김 의원까지 중용되면서 당3역(원내대표·정책위의장·사무총장) 모두 영남 출신인 점은 외연 확장을 내세운 한 대표에게 부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대표는 새 정책위의장 지명과정에서 불거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과의 갈등 진화에도 나섰다. 사퇴 압박을 받아온 정 의원은 전날 “당 대표가 정책위의장 면직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서도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사퇴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2일 “(정 의원에게) 결단해줘서 대단히 고맙다고 말씀드렸다. 그 뜻을 잘 생각해서 우리 당을 잘 이끌겠다”며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별도로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직전 당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 했다. 정 전 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참석자들은 한 대표에게 “당을 포용해서 끌고 가달라”, “화합하면 대표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며 당내 화합을 당부했고, 한 대표는 “경청하면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찬을 시작으로 5일 조경태ㆍ권성동 의원, 6일 주호영ㆍ권영세ㆍ윤상현ㆍ조배숙 의원 등과 점심을 함께 한다. 또 8일엔 4선 의원들과 오찬을 하는 등 본격적으로 ‘식사 정치’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홍보본부장에는 장서정 전 비대위원,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 등을 내정하며 주요 당직 인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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