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 떠안은 간호사…14년차도 "늘 부담 안고 산다"
집단사직한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간호 인력 중 상당수가 제도적 근거가 미비한 '전담간호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정부의 시범사업하에 진료 지원 업무를 행하고 있지만, 간호계에선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황선영 한양대 간호대학 교수가 '간호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주최)에서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한 151개 의료기관에서 진료 지원 업무를 하는 간호사는 총 1만3502명이었다. 이들 중 정부가 인증하는 자격을 취득한 '전문간호사'는 3.9%(523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96.1%는 일반간호사(29.8%)이거나 전담간호사(66.3%)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6~7월 진행됐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사직하면서 의료공백이 커지자, 정부는 간호사들에게 검사와 치료·처치, 수술, 마취, 중환자 관리 등 일부 의사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행 초기 업무 범위에 대한 혼란이 커지자 간호사를 숙련도 및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가칭)·일반간호사' 등 세 분류로 나눴다. 각 자격별로 수행 가능한 업무 범위도 제시했다.
하지만 전담간호사 기준이 여전히 모호한 게 문제다. 전담간호사는 뚜렷한 인증 기준이 없다 보니 병원마다 업무 범위나 명칭, 교육 방식도 제각각이다. 지난해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전국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163곳을 조사했더니 별다른 기준 없이 전담간호사를 선발한다는 비율이 20.8%였다. 또한 전담간호사 교육 체계가 없다는 곳이 64.4%, 전담간호사에 대한 별도 보상체계가 없다는 곳도 45%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불안한 지위도 무시할 수 없다. 진료 지원 업무를 하는 간호사는 흔히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불리는 명칭은 달랐다. 황선영 교수 실태조사 결과 '(임상) 전담간호사'라 불린다는 응답이 72%지만, PA 간호사는 8.5%에 그쳤다. 간협은 "'PA 간호사'로 부르지 않는 이유는 (PA 간호사라고 하면) 불법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고소·고발이 빈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법 제정 등을 통해 전담간호사의 진료 지원 업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14년 차 간호사는 "(전담간호사) 업무를 하면서 늘 내가 정식으로 배우지 못하고 시행한 처치로 '환자에게 해가 되진 않을까', 혹은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정신적 부담을 안고 있다"면서 "법이 생기면 정당하게 전담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현재 시범사업은 한시적인 것이라 (병원이) 정상화된다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교육과정 법제화를 포함한 법적 보호 체계가 마련된다면, 실무 현장에서 서비스 질이 높아져 국민 건강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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