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도 리호남이 없다... 통일부 명단과 사진 일치 확인
[김종훈 기자]
▲ 리종혁 북한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을 단장으로 한 북측대표단이 ‘2019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필리핀 현지시각으로 24일 0시 50분 필리핀 마닐라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리 부위원장 바로 옆 양복을 입은 인물이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다. |
ⓒ 경기도 |
2019년 7월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있었는지 여부가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와 관련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당시 마닐라 공항 입국 때 북한 대표단이 한꺼번에 찍힌 사진(위)이 확인됐다. 입국 출입문을 빠져나온 직후 사진인데, 여기에는 리호남이 없었다. 이는 '리호남이 당시 필리핀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여준다.
검찰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서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차 아태평화국제대회(이하 국제대회)에서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을 만나 70만 달러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리호남에게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중 일부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은 검찰의 공소사실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사용됐고, 1심 재판부는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이 전 부지사에게 중형(9년 6개월, 뇌물 및 정치자금법위반 혐의)을 선고했다. 이 판결을 토대로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상황이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사진은 2019년 7월 24일 00시 50분께 북한 대표단이 입국장을 막 통과하는 시점에 행사 주최였던 경기도가 찍은 것이다.
북한 대표단의 수장인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이 다소 구부정한 모습으로 7명 가운데 제일 중앙에 자리해 있다. 바로 왼쪽 양복 차림의 남자가 이 사건의 또 다른 핵심 피고인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다.
나머지 5명은 모두 북한 대표단이다. 사진 맨 왼쪽이 송명철 아태평화위 정책부실장이고, 그 오른쪽이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부회장이다. 중앙 리종혁 부위원장 오른쪽이 조정철 아태평화위 연구원이고, 나머지 두명이 박철용 조선중앙력사박물관장과 리근영 아태평화위 연구원이다.
안 회장을 제외한 북한 대표단 6명은 모두 붉은색 또는 초록색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있다.
당시 행사를 준비한 핵심 관계자는 "사진에서 맨 오른쪽 두명 중 누가 박철용이고 누가 리근영인지는 다소 부정확할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두명 모두 리호남은 아니다"라며 "당시 리호남은 이미 70세가 넘었다"라고 말했다.
▲ 2019년 7월 열린 국제대회 후 통일부에서 작성한 '필리핀 아태평화 국제대회 종합 결과 보고' 문서 일부. |
ⓒ 이재강 의원실 |
이는 지난달 25일 민주당이 밝힌 통일부 공식문건 '필리핀 아태평화 국제대회 종합 결과 보고'와 일치한다. 이 문건에는 2019년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필리핀 아태평화 국제대회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이 총 6명으로만 기록되어 있다.
이 문건은 당시 국제대회에 참석했던 통일부 직원(당시 사무관 2인)이 작성한 것이다. 24일 자정께 북한 대표단이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시간부터 27일 북경을 거쳐 북한으로 귀환할 때까지 회의와 인터뷰, 연회 등 개별 일정뿐 아니라 주요 인사가 누구와 대화를 나눴는지, 어떤 내용으로 접촉했는지, 행사에 참석했는지 등이 시간별로 상세하게 기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문건이나 당시 사진 모두 리호남이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 당시 리호남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위장해서 대표단에 포함되어 필리핀에 입국했을 가능성은 없어졌다.
현재 검찰은 당시 리호남이 명단이 없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 리호남이 가명을 사용하는 등 신분을 위장해온 점 ▲ 경기도 명단에 김성태도 빠져있는 점 ▲ 그동안 이화영 변호인들이 1심 재판에서 리호남 불참 주장을 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명단 뿐 아니라 사진에도 리호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검찰의 공소사실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식 명단과 별개로 비공식적으로 리호남이 필리핀에 들어왔을 가능성만 남게 됐다.
지난달 26일 열린 이 전 부지사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 측은 이 쟁점과 관련해 국제대회에 참석했던 통일부 직원 2인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분들(통일부 직원 2인) 진술만으로 (리호남의 존재 여부를) 단정할 수 있는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리호남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건 '리호남을 본 적 있냐', '만난 적 있냐'로 확인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 아태협 관계자 증언 "그때 북한 인사 모두 서류를 경기도에 냈다" https://omn.kr/29gap
- 검찰 "이화영 1심 판결은 리호남 참석을 전제했다" https://omn.kr/29g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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