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이후 최대’ 서방-러 수감자 교환… 승자는 푸틴?
크라시코프 석방에 “푸틴 최대 승리” 평가도
트럼프 “돈 주고 살인범 풀어줬나” 평가절하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과 러시아가 모두 24명의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백악관은 “냉전 이후 최대 규모”라며 “외교의 개가”라고 자평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베를린 시내 한복판에서 러시아 반체제 인사를 살해한 ‘충성파’ 바딤 크라시코프를 오랜 시도 끝에 석방시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승자로 지목한 평가도 나온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살인범을 풀어줬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가 미국인 3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의 서방국 수감자를 석방했다. 서방국에서는 러시아 국적 수감자 8명이 본국으로 송환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풀려난 서방국 수감자는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 자유유럽방송(RFE) 기자, 해병대 출신 폴 휠런 등 미국인 3명과 다른 영주권자 1명, 독일인 5명, 러시아인 7명이다.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지난해 3월 우랄산맥 일대 최대 공업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군수업체 비밀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쿠르마셰바 기자는 같은 해 6월 ‘외국 대리인’ 허가를 받지 않고 활동하며 군 관련 허위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각각 러시아에서 기소됐다. 러시아는 지난달 19일 간첩 혐의로 게르시코비치 기자에게 징역 16년을, 쿠르마셰바에게 징역 6년6개월을 선고했다. 휠런은 이미 간첩 혐의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이었다.
서방국의 요구로 이번에 석방된 러시아인 7명 중에는 지난 2월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옥중 사망한 러시아 ‘반(反)푸틴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측 인사들이 포함됐다. CNN은 “수감자 교환이 지난 2월에 이뤄졌다면 나발니가 석방 대상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탄식도 나온다”고 전했다.
수감자 교환 협상에는 미국과 러시아 외에도 독일, 폴란드,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튀르키에, 벨라루스가 참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 3명은 러시아에서 부당하게 간첩 혐의를 받고 오랜 시간 구금됐다”며 “이들이 석방된 것은 외교와 우정의 개가로, 동맹국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서방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수감자 교환이 성사됐다”며 “러시아 공직자를 광범위하게 접촉했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 푸틴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CNN은 “대규모 수감자 교환까지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튀르키예에서 물밑 협상을 진행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지난 2월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두 차례 숄츠 독일 총리 등과 대화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잡한 막후협상으로 성사된 이번 수감자 교환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외교적 승리”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억류된 미국인을 모두 데려오겠다고 약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인질 외교’가 승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방국에서 석방된 러시아 수감자 8명 중에는 2019년 독일 베를린 시내의 한 공원에서 러시아 반체제 인사인 조지아 출신의 전직 체첸 반군 지휘관 젤림칸 칸고슈빌리를 바로 앞가지 다가가 총격으로 살해한 크라시코프가 포함됐다. 대낮 수도 한복판 시민들 앞에서 발생한 러시아인의 총격 사건은 당시 독일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푸틴 대통령은 독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크라시코프를 ‘애국자’라고 칭하며 석방을 추진해왔다. WSJ은 “크라시코프는 푸틴 대통령이 가장 원했던 수감자”라며 “푸틴 대통령에게는 최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협상 과정에서 현금이 오갔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감자 맞교환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세부 내용을 언제 공개할 것인가. 그들(러시아)에게 현금을 주는지, 살인범과 폭력배를 풀어주는지 궁금하다”며 “나는 (집권기에) 여러 인질을 돌려받았지만, 어느 무엇도 상대국에 건네지 않았다. 돈을 절대로 주지 않았다. 돈을 주면 나쁜 선례가 된다”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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