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감독이 던진 과정이라는 작은 공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2024. 8.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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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게 창작은 언제나 고뇌와 고통을 수반한다.

개봉을 앞둔 영화 '공드리의 솔루션 북'은 영화제작 과정에서 미셸 공드리 감독이 겪는 고뇌를 코믹하고 사실적으로 그렸다.

연출을 맡은 미셸 공드리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영상미로 영화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광고 제작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공드리의 솔루션 북'은 창작의 고통을 통해 과정의 중요함을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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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드리의 솔루션 북’

예술가에게 창작은 언제나 고뇌와 고통을 수반한다.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화법으로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창작의 고통에 힘겨워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자른 사건은 예술 역사상 잘 알려진 일화다. 영화예술을 하는 감독 역시 창작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 ‘공드리의 솔루션 북’은 영화제작 과정에서 미셸 공드리 감독이 겪는 고뇌를 코믹하고 사실적으로 그렸다.

마크(피에르 니네 분)는 세계가 인정한 천재 감독이라는 타이틀과 가장 한심한 감독이라는 평을 동시에 듣고 있는 영화감독이다. 자신의 새로운 걸작이 제작자의 간섭으로 망할 위기에 처하자, 마크는 영화 촬영본이 담긴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숙모(프랑수아즈 르브항 분)가 있는 작은 마을로 도망간다. 그리고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스텝들을 불러들여 자신만의 다양한 아이디어로 영화를 제작한다. 그러나 넘치는 아이디어로 영화의 완성이 늦어지자,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되는 솔루션 북을 만들기에 이른다.

영화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는다. 연출을 맡은 미셸 공드리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영상미로 영화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광고 제작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휴먼 네이처’와 ‘이터널 션샤인’ 등으로 잘 알려진 감독은 2014년 ‘무드 인디고’를 촬영하던 3개월 동안의 경험을 영화에 녹여냈다. 당시 감독은 여러 생각을 한 번에 쏟아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적잖은 혼란을 줬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감독의 독특한 창작 방식을 상기시키면서 동시에 함께 영화를 만들어 온 동료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감사의 의미를 담아냈다.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우리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과정이 아무리 옳아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영화에서도 감독의 창의적인 작품활동과 노력과는 별개로 흥행 수익의 결과에 따라 좋은 영화인지 여부가 평가된다. 그러나 감독에게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창작활동은 고통이 수반될지라도 자신의 가치와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직면하는 도전 과정이다. 주인공 마크가 영화를 완성하고도 정작 자신은 보지 않는 이유는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의 재치와 유머도 돋보인다. 미셸 공드리의 영화는 음악적이고 미술적으로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인다. 이는 우리에게 멜랑꼴리하면서 달콤한 음악으로 각인되어 있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번 작품 역시 미술적이며 음악적이지만 기존의 작품과 다르게 코믹함이 녹아져 있다. 마크는 한밤중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동료에게 말하는가 하면 영화음악을 만들 때도 즉흥적이다. 엉뚱하고 투박하지만 반면에 진정성과 추진력 모두를 아우르는 모습에서 유쾌함이 쏟아져 나온다. 마크의 캐릭터가 공드리 감독과 닮아있다는 점에서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시네필들에게는 더욱 재미있는 요소로 다가온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좋게 만들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려는 압축성장의 부작용일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 최근 젊은 세대에서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조금씩 자리잡고 있다. 이는 파리 올림픽에서 MZ 세대들이 강팀을 만나도 위축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승패를 떠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영화 ‘공드리의 솔루션 북’은 창작의 고통을 통해 과정의 중요함을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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