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인하 늦었나? 커진 침체 경계감…美국채금리 4%붕괴(종합)

조슬기나 2024. 8. 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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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피벗(pivot·정책 전환) 시그널이 확인된 다음 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반년 만에 3%대로 내려앉았다. 여전히 인하 조치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제조업·고용 지표가 악화하며 경기침체 우려가 급격히 높아진 탓이다. 시장에서는 Fed가 지난달 금리 인하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침체 경계감은 뉴욕증시도 짓눌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커진 침체 우려에 국채금리·증시 급락

뉴욕 채권시장에서 1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12bp(1bp=0.01%포인트) 하락한 3.97%선에서 움직였다. 10년물 금리가 4% 아래로 밀린 것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 역시 4.19%까지 떨어져 반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이러한 국채 금리 급락은 전날 제롬 파월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고한 가운데 이날 공개된 경제지표까지 약세를 보인 탓이다. Fed가 금리를 내리기 전 경기침체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시장을 뒤덮은 것이다.

이날 공개된 경제지표들은 일제히 경기위축 시그널을 강화시켰다. S&P글로벌이 발표한 7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에 그치며 한 달 만에 위축 국면으로 전환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공개한 7월 제조업 PMI 역시 46.8로, 전월(48.5)보다 위축세가 더욱 가속했다. PMI가 50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 50보다 높으면 확장을 의미한다. 여기에 고용시장에서도 약화 시그널이 추가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7월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9000건으로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이털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전략가는 "예상보다 낮은 PMI는 국내 경제 성장 여건이 냉각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평가했다. FWD 본즈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침체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3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3% 미끄러졌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장중 3개월 내 최고치로 뛰었다.

인하 시기 놓쳤나…오늘 고용보고서 눈길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Fed가 전날까지 진행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제조업 위축으로 3분기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둔화할 수 있다"면서 "고용시장마저 악화해 Fed의 통화정책 전환이 너무 늦었다는 우려가 확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Fed가 올해 남은 9월, 11월, 12월 FOMC 회의 중 ‘빅컷’, 즉 통상적인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연말까지 금리를 0.7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100% 반영 중이다. 연내 1%포인트 이상 낮출 가능성은 26.1%가량인데, 이는 Fed가 올해 남은 회의에서 한 차례 빅컷에 나설 것이란 데 베팅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는 7월 금리 인하의 불을 댕기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 있다"며 "금리 선물 시장이 올해 남은 회의 중 하나에서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제 시장의 눈길은 2일 오전 발표되는 미 노동부의 7월 비농업고용보고서에 쏠리고 있다.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 시그널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기 때문이다. 현재 월가에서는 비농업 신규 일자리가 17만7000개 증가해 전월(20만6000개) 대비 크게 둔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률은 4.1%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이러한 일자리 성장 둔화가 ‘노동시장 정상화’의 일환인지, ‘광범위한 침체 초기 징후’인지다. 만약 실업률이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올 경우 ‘삼의 법칙’에 따른 경기 침체 경계감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삼의 법칙은 최근 3개월 실업률의 이동평균이 지난 12개월 저점 대비 0.5%포인트 상승했을 때 갑작스러운 침체가 올 수 있음을 파악한 내용이 골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1970년 이후 과거 침체 사례에서 모두 유효하게 확인됐다. 6월 기준 삼의 법칙상 수치는 0.43%포인트로 기준선에 근접하고 있다.

삼의 법칙을 고안한 클라우디아 삼 박사는 FOMC 첫날 "인하하라. 때가 됐다"면서 "(인하를)계속 기다리면 점진적 삭감이 어려워져 근거 없는 긴박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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