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국의 티메프 '방임 규제', 누군가의 소중한 꿈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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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티몬에서 250만원 상당의 PC와 모니터를 구매했다.
이번 티메프 사태가 터진 뒤에도 금융감독원은 "티몬·위메프에 대해서는 경영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발을 뺐다.
박상원 금감원 중소서민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티몬·위메프로부터 결제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관련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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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티몬에서 250만원 상당의 PC와 모니터를 구매했다. 유명 유튜버를 활용한 특가여서 수백 대의 PC가 순식간에 팔렸다. 모니터 교환 건으로 용산에 위치한 업체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10평 남짓한 공간에 20대 초반 대여섯의 직원이 있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벌어진 뒤 이 업체는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정산금을 제때 받지 못해 부품 매입에 차질이 생겼고 매출과 연계한 유튜버 광고비는 늘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A사 대표는 한순간에 아꼈던 회사를, 직원들은 소중한 일터를 잃었다.
티메프 사태가 야기한 저마다의 불편한 경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곳곳에서 공유되고 있다. 어머니 칠순잔치로 준비한 해외여행이 무산됐다고 마음 아파하는 아들, 직원들 월급 줄 돈이 묶여 사채를 알아본다는 중소기업 사장, 아들 첫 월급을 보태 여행을 예약했다 무산돼 미안해하는 엄마까지. 티메프 사태는 단순한 e커머스 기업집단이 초래한 1조원대 정산지연 사태가 아니라 국민 다수의 소중한 일상과 추억, 생계까지 위협하는 참사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관계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불과 3년 전인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를 겪고도 소비자 보호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당시 금융당국은 "머지플러스가 등록업체가 아니라 감독할 법적 권한이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번 티메프 사태가 터진 뒤에도 금융감독원은 "티몬·위메프에 대해서는 경영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발을 뺐다. 티몬·위메프 상대로 2022년 6월과 지난해 12월 2차례 경영개선협약(MOU)을 맺었지만 서면 자료만 받았을 뿐 현장 한번 가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책임 있는 자세보다는 여론을 돌릴 희생양 찾기에 급급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9일 예고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박상원 금감원 중소서민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티몬·위메프로부터 결제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관련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해당 입장이 나온 뒤 카드사와 PG사 간 책임론과 손실분담론이 불거지며 고객 환불 절차는 더욱 지연되고 있다. 정치권 등에선 신속한 환불과 영세 PG사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카드사에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모든 e커머스는 전자상거래법을 소관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영역인 만큼 공정위는 더욱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위는 최근 2년간 티몬·위메프 등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한 영업행태와 규제 공백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입법 요청에 대해 자율규제 기조를 고수했다. 하지만 자율규제는 '규제 방임'이라 표현해도 될 정도로 허술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인 플랫폼 대금 정산 방식 등에 대한 문제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대금 유용 가능성과 정산주기를 연결 못 시켜 이런 사태를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제도 미비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관계당국은 시스템상 허점을 면밀히 파악해 다시는 평범한 국민의 소중한 일상과 추억이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 보완을 철저히 해야 한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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