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노렸던 사람들, 각기 다른 결말

양형석 2024. 8. 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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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주식을 정면으로 다룬 첫 영화 <작전>

[양형석 기자]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포츠에서 '작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승부처에서 감독이나 코치가 잘못된 작전 지시를 내리거나 선수가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패배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구와 배구 등 많은 구기종목에서는 경기 도중 작전시간을 부를 수 있고 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경기 흐름과 승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도 '작전'이라는 두 글자는 상당히 익숙하다. 군대에서는 대부분의 훈련을 할 때마다 'xxx 작전'이라는 이름을 붙여 의미를 부여한다. 심지어 비가 올 때 건물 주변에 빗물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삽으로 길을 터주는 작업을 '배수로 작전', 겨울철에 눈이 내려 부대 내에 쌓인 눈을 치우는 작업을 '제설작전'이라고 부른다(물론 병사들은 이를 조금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주식시장에도 '작전'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주식시장에서 이야기하는 작전은 특정 세력이 막대한 이익을 남기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거나 내리거나 고정하는 일을 뜻하는 말로 주가조작 또는 시세조작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 2009년에 개봉했던 이호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 <작전>은 한국 상업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식을 주요 소재로 다룬 범죄 스릴러 영화다.

엔딩까지 정신 못 차린(?) 주인공
 
 <작전>은 주식에 관한 지식 없이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주)쇼박스
 
세상엔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을 삶의 모토로 삼으면서 땀과 노력이 인생 최고의 가치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인생은 한 방'이라는 생각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작전>은 후자의 가치관을 가진 강현수(박용하 분)와 황종구(박희순 분)라는 인물을 통해 주식으로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지만 5년간 독학으로 주식을 공부해 프로 개미가 된 강현수는 우연히 황종구가 주도한 작전주를 통해 수입을 냈다가 황종구가 계획하는 600억 원짜리 작전에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개미' 출신의 강현수는 주식전문가들이 즐비한 황종구 팀에서 겉돌다가 황종구의 배신을 알게 된 유서연(김민정 분)과 손을 잡고 황종구의 작전을 역이용해 속고 속이는 '주식작전'의 최종승자가 된다.

 <작전>은 전개가 빠르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해 주식을 잘 모르는 관객들도 영화를 즐기기에 큰 부담이 없다. 설 연휴가 지난 2009년 2월에 개봉한 <작전>은 전국 153만 관객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아주 높은 흥행성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작전>은 한국의 주식시장을 정면으로 다룬 첫 번째 상업영화였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도 관객들에게 종종 소환되고 있다.

만약 <작전>이 주식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주제의 영화였다면 주인공 강현수가 '한탕주의'의 허무함을 깨닫고 착실한 청년으로 개과천선하거나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관객들에게 교훈을 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전>은 강현수가 1년 후 대학로에서 연극을 다시 시작하지만 주식 투자도 멈추지 않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다행히 '단타'보다는 장기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건전한 투자자가 됐다).

<작전>의 각본과 연출을 모두 담당하며 상업영화에 데뷔한 이호재 감독은 2016년 이성민과 이희준 주연의 <로봇, 소리>를 연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흔치 않았던 SF소재의 <로봇, 소리>는 47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호재 감독은 지난 2022년 드라마로 진출해 한석규와 김서형이 출연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한류 열풍 이끌어떤 '욘하짱'
 
 2009년2월에 개봉한 <작전>은 주식을 정면으로 다룬 한국의 첫 상업영화였다.
ⓒ (주)쇼박스
 
1994년 테마극장을 통해 데뷔한 고 박용하는 <사랑이 꽃피는 교실>과 <스타트> 등 주로 젊은 배우들이 출연한 청소년 드라마나 청춘 드라마를 위주로 활동했다. 데뷔 초 곱상한 외모와 준수한 연기로 주목받은 박용하는 1998년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를 통해 영화에 데뷔했고 1999년에는 임성한 작가의 <보고 또 보고>에서 윤혜영과 김지수의 남동생 명원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박용하는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뛰어난 운동신경으로도 유명했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많은 인기를 끌었던 KBS 예능프로그램 <출발 드림팀>에서 조성모와 함께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박용하가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작품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2002년 겨울을 강타했던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였다.

<겨울연가>에서 서브남주 김상혁을 연기한 박용하는 '욘사마' 배용준에겐 미치지 못했지만 일본에서 '욘하짱'으로 불리며 한류스타로 떠올랐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같은 해 여름에는 S.E.S 활동을 마치고 배우로 변신한 유진과 함께 청춘 드라마 <러빙유>에도 출연했다. 2003년에는 이병헌,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올인>에서 OST <처음 그날처럼>을 부르면서 가수로서의 재능도 뽐냈다.

실제로 박용하는 일본에서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 골든디스트상을 4년 연속으로 수상했다. 그렇게 일본 활동에 전념하던 박용하는 2008년 김은숙 작가의 <온에어>에 출연해 까칠한 드라마PD 이경민 역을 맡아 스타작가 서영은(송윤아 분)과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박용하는 <온에어>를 통해 SBS 연기대상 10대 스타상과 드라마스페셜 부문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박용하는 2009년 <작전>을 통해 <미워도 다시 한번 2002> 이후 7년 만에 영화에 출연해 '프로개미'로 불리는 전업투자자 강현수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박용하는 <작전>이 개봉한 지 1년여가 지난 2010년 6월사망했다. 박용하의 사망 후 한국과 일본에서는 추모행렬이 이어졌고 2014년에는 박용하의 일본 데뷔 10주년 기념앨범이 발매되기도 했다.

'경제사범' 꿈꿨던 조폭 출신 강력범죄자
 
 김준성이 연기한 브라이언 최는 독특한 말투를 앞세워 영화의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 (주)쇼박스
 
영화 개봉 1년 후 박용하가 세상을 떠나면서 <작전>은 '박용하의 유작'으로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작전>은 강현수와 전직 조폭 두목 황종구가 함께 이끌어가는 영화다. 황종구는 영화 막판 강현수의 또 다른 '작전'에 당해 경찰에게 체포될 때도 "나는 경제사범"이라고 경찰에게 큰소리치지만 자신이 매장을 지시한 시체가 발견되면서 조직 폭력배 시절처럼 강력범죄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

올해 <범죄도시4>를 통해 천만 배우가 된 김무열은 <작전>이 데뷔 첫 영화였다. 김무열은 <작전>에서 황종구와 함께 주식작전을 설계하는 증권 브로커 조민형 역을 맡았는데 조민형은 명문대 출신으로 엘리트 의식이 매우 강한 인물이다. 이 때문인지 개인투자자 강현수에게 대놓고 반감을 드러내는데 사실 조민형은 과거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강현수로부터 갑질을 당했던 원한(?)이 있다.

김민정이 연기한 유서연은 정·재계 거물들의 불법 자금을 관리하는 인물로 황종구가 주도한 '600억 작전'의 자금줄이다. 황종구가 돈을 모두 차지할 목적으로 배신하자 강현수와 함께 또 다른 '작전'을 통해 황종구 세력의 체포를 끌어낸다. 유서연은 영화 속에서 강현수와 별다른 러브라인이 없었지만 1년 후를 다룬 에필로그에서 서로 반말하면서 강현수와 꽤 친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홍콩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자라 유럽계 증권회사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김준성은 <작전>에서 전직을 살려 재미교포 출신의 펀드매니저 브라이언 최 역을 맡았다(극 중 한국 이름은 최홍만이다). 한국어가 꽤 능통함에도 허세를 부리기 위해 평소 대화할 때 영어를 많이 섞는데 이 때문에 황종구로부터 "조선말 쓰라"고 핀잔을 듣는다(물론 이 대사를 할 때 황종구는 특유의 욕설을 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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