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계]지구 구할 강력한 대안 ‘탄소포집’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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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해안에서 200㎞ 떨어진 북해 바닷가.
하지만 이렇게 쓰인 이산화탄소도 결국은 대기 중으로 흩어지므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고 하니 지구온난화를 막아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석유채굴 과정에서 이뤄진다.
노르웨이는 북해 DAC 시설을 통해 연간 약 100만 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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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해안에서 200㎞ 떨어진 북해 바닷가. 이곳에는 세계 최초의 해상 직접공기포집(DAC)’ 시설이 있다. 공기 중에 섞여 있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시설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인공장치인 셈이다. ‘이런 장치를 많이 만들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이산화탄소를 긁어모으는 기술을 흔히 ‘탄소 포집 및 이용, 저장(CCUS)’ 기술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도 종류가 있다. 노르웨이처럼 DAC를 적용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보통은 공장이나 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목표(?)로 삼는다. 그렇게 얻은 이산화탄소를 다른 산업에 활용(Utilization)하면 CCU라고 하고, 땅속에 묻어 ‘저장(Storage)’하면 CCS라고 부른다. 물론 DAC를 통해 얻은 이산화탄소도 활용하거나 저장할 수 있다. DAC를 CCUS의 한 종류로 보기도 하고, 또 구분해서 보기도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 원흉이라면서 왜 활용한다는 것일까. 이산화탄소는 쓸모가 많다. 이산화탄소를 액체로 만든 것을 '액화탄산'이라고 하는데, 용접·반도체 생산·식음료 산업·드라이아이스 제조 등에 두루 쓰인다. 드라이아이스가 없어지면 아이스크림 배송을 못 하는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제약 및 생명과학 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사안이다.
하지만 이렇게 쓰인 이산화탄소도 결국은 대기 중으로 흩어지므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 CCS도 마찬가지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고 하니 지구온난화를 막아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석유채굴 과정에서 이뤄진다. 유전 속에 이산화탄소를 밀어 넣어 압력을 높여서 기름을 뽑아내고, 마지막으로 이산화탄소만 남겨두고 입구를 막아버리는 식이다. 이렇게 뽑아낸 석유를 사용하면 다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물론 CCUS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한 번 더 활용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 각국 정부도 CCUS를 장려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공공 자금으로 지원된 CCUS 사업은 2023년 200억 달러(약 27조 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니 사람들도 DAC보다는 경제성이 높은 CCUS에 집중한다. DAC 설비를 만들어 봐야 계속 유지비가 들어갈 뿐인데, CCUS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갈무리했던 이산화탄소도 재판매 할 수도 있어 훨씬 매력적이다.
꼭 DAC가 최선의 수단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에겐 남아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탄소저감을 위한 노력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숲을 더 많이 가꾸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지속해서 늘려나가는 등 다양한 방안을 총력적으로 시도해야 할 때다. 그리고 DAC는 그중에서도 강력하고 현실적인 카드다.
노르웨이는 북해 DAC 시설을 통해 연간 약 100만 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의 한 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얼마나 될까.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만 약 358억 t에 달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분량이지만, 단순계산으론 노르웨이 DAC와 비슷한 시설을 400개 정도 만들면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다. 쉽지 않은 일이 되겠지만, 불가능할 거라 여겨지지도 않는 숫자다.
전승민 과학기술전문 저술가,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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