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허가구역 인접한 조정경기장 조명탑 18년 지나 철거 명령 위법"

최석진 2024. 8. 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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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야간 경기를 할 때 꼭 필요한 반환점을 비추는 조명탑이 개발제한구역 내 허가 없이 설치됐다는 이유로 설치한 지 18년 만에 철거를 명령한 것은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하남시장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경기 하남 미사리 경정장에 설치된 조명탑 모습. 사진 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재판부는 "하남시장의 이 사건 처분 중 2번 조명탑에 대한 처분이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비례의 원칙,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공단은 2002년 경기 하남에 미사리 조정경기장(경정공원)을 지으면서 전광판 1대와 조명탑 11개를 함께 설치했다.

그런데 하남시는 2021년 3월 전광판과 조명탑이 개발행위제한 구역 내에 있는데도 허가 없이 설치한 불법 시설물이라며 철거하라는 내용의 원상복구(시정) 명령을 내렸다.

1심 법원은 11개의 조명탑 중 10개와 전광판은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허가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단이 행위허가를 받은 하천 부지 경계선 밖에 설치된 2번 조명탑은 적법한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허가 없이 설치됐다는 이유로 하남시의 철거 명령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봤다.

결국 1심 법원은 공단이 취소를 청구한 시정명령 중 2번 조명탑에 대한 철거 명령을 제외한 나머지 하남시의 시정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하남시가 5분의 4를 부담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공단의 주장에 대해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허가 내용과 다르게 설치된 2번 조명탑에 관해 피고가 원고에게 적법한 공작물이라는 공적인 표명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20년 동안 원고에게 특별한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또한 원고가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허가 내용과 다르게 설치된 2번 조명탑을 설치한 이상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 보전, 건전한 생활환경 확보 등의 목적을 고려할 때 개발제한구역법을 위반한 자의 행위를 제한할 공익상 필요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2번 조명탑이 설치된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했지만, 2번 조명탑 설치가 위법함을 인식하면서도 이 사건 처분을 지연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으며, 오히려 피고는 이 사건 처분 무렵 민원인이 제기한 민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위법사항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는 공단의 주장에 대해 "2번 조명탑을 철거하고 재설치하는 비용으로 9억3000만원 상당이 들고, 그 공사 기간 동안 원고의 이 사건 경정장 운영에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이는 사실이 인정된다"라면서도 "그러나 개발제한구역법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토지에 조명탑을 설치하는 것이 행위허가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행정의 적법절차원칙을 관철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1·2심 법원과 달리 하남시장의 2번 조명탑에 대한 철거 명령도 비례의 원칙을 위배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이기 때문에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비례의 원칙은 법치국가 원리에서 당연히 파생되는 헌법상의 기본원리로서, 모든 국가작용에 적용된다"라며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그 목적달성에 유효?적절하고, 또한 가능한 한 최소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그 수단의 도입으로 인한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2번 조명탑은 야간 경기 시 반환점을 비추는 기능을 해 철거할 경우 안전사고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심판의 판정과 관객의 관람에도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이 사건 경정장에서의 야간 경기 전체가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2번 조명탑은 약 34m, 가로 약 6.5m, 세로 약 7.8m, 무게 약 18.5톤으로 상당한 규모의 구조물이다"라며 "2번 조명탑의 필요성에 비춰 보면 2번 조명탑을 철거하더라도, 원고로서는 다시 피고로부터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같은 위치나 인근에 같은 역할을 하는 조명탑을 다시 설치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번 조명탑은 이 사건 경정장 부지 중 행위허가를 받은 부지의 경계선에 거의 접해 설치됐다"라며 "이 사건 경정장에 대한 사용승인이 이뤄진 2002년 6월부터 이 사건 처분일인 2021년 3월까지 약 18년 이상의 상당한 기간이 지나기까지 이 사건 토지는 사실상 이 사건 경정장의 부대시설 부지로서 이 사건 경정장의 운영에 이용돼 왔을 뿐이고, 기록상 그때까지 이 사건 토지에 보전할 만한 자연환경이 조성돼 있었다거나, 피고가 2번 조명탑 설치를 문제 삼았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고 했다.

이어 "2번 조명탑의 설치 위치와 그 부지의 이용 현황, 설치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 중 2번 조명탑에 대한 부분으로 인해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해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한다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의 공익상 필요가 원고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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