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 꺾고 울음 터졌다…김원호-정나은 "이제 목표는 金" [올림PICK]
잔인한 운명의 대결에서 이긴 후배들은 밝게 웃지 못했다.
김원호(25)-정나은(24)은 1일(현지시간) 파리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서승재(27)-채유정(29)을 게임스코어 2-1(21-16 20-22 23-21)로 물리쳤다. 이로써 결승행 티켓을 가져가며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반면 서승재-채유정은 결승 진출 문턱에서 물러서면서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했다.
이날 경기는 얄궂은 운명이 함께했다. 서승재-채유정과 김원호-정나은은 앞선 8강에서 홍콩의 탕춘만-체잉슈와 말레이시아의 천탕지에-토이웨이를 차례로 꺾고 4강행을 확정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대진으로 올라오면서 결승이 아닌 4강에서 두 조가 맞붙게 됐다.
누구보다 상대를 잘 아는 사이인 만큼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1게임과 2게임을 서로 주고받은 가운데 3게임은 혈전으로 펼쳐졌다. 경기 도중 김원호가 구토 증세를 보일 정도로 치열한 랠리가 계속됐다. 김원호-정나은은 20-18 매치포인트를 만들고도 김원호의 컨디션 난조로 20-20 동점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3점을 뽑아 23-21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만난 김원호와 정나은은 활짝 웃지 못했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선배 서승재와 채유정을 올림픽이란 무대에서 물리쳤기 때문이다. 앞서 선배들을 상대로 무승 5패로 부진했지만, 이날 처음으로 승리를 맛봤다.
김원호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 이렇게 될지는 몰랐다. 아직도 우리가 이겼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승리가 확정된 뒤 눈물부터 쏟은 정나은 역시 “이게 맞나 싶다. 예선부터 힘들게 올라왔는데 결승까지 왔다. 믿기지 않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들은 서승재와 채유정의 이름은 꺼내지 않았다. 선배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대신 김원호는 “우리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갖고 있는 선배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활기차고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다. 경기 막판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는 (정)나은이가 내 정신력을 다잡아줬다”고 공을 동료에게 돌렸다.
이날 경기 도중 구토 증세를 보였던 김원호는 이어 “가끔씩 그런 경우가 있다. 그래도 코트 안에서는 힘든 티를 내지 않았는데 하필 올림픽에서 보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원호-정나은은 2일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충과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김원호는 “오늘은 누가 이기든 올라가면 금메달을 따야 했다. 우리가 이긴 만큼 더 책임감을 가지고 꼭 결승전에서 이기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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