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무' 되는데, 쿠팡은 안된다…"주류판매 역차별…주세 개혁 시급"
"주류 해외직구 급증…온라인 판매금지 유명무실"
"높은 주세가 원인, 종가세→종량제 바꿔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주세 체계로 인해 우리 소비자들이 일본으로 홍콩으로 넘어가 위스키와 와인을 직접 구매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 후생을 침해하는 것일뿐 아니라 우리 주류업계와 외식업계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일입니다. 이제는 양질의 술을 합리적인 가격에 마실 수 있는 주세 체계 개편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
마승철 한국주류수입협회 회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주류에 부과되는 조세인 주세 체계를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나라 주류 산업과 문화를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위스키·와인 해외직구…온라인 판매 금지 유명무실
마 회장은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주류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와인·위스키 등 해외 주류의 직구 규모는 빠르게 늘어나 2018년 26억원에서 2022년 344억원으로 13배 증가했다. 특히 위스키의 경우 국내 수입금액 중 해외직구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품목이다. 2022년 기준 7만4950건의 직구가 이뤄지며, 일년새 7배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786건)과 비교하면 95배 급증한 수준이다.
마 회장은 주류의 해외직구 급증 배경으로 국세청의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라 국내에서 주류 통신판매가 금지된 규제를 꼽았다. 그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주류의 온라인 판매만큼은 엄격하게 금지됐다"며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면서 관련 산업과 제도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동안 해외직구를 통한 주류 구매는 폭발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주류 통신판매 금지는 국내 주류업계를 둘러싼 대표적 규제로 꼽힌다. 실제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국가는 한국과 폴란드 두 나라뿐이며, 대부분 국가에서 온라인 판매는 허용하되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한국은 1998년부터 전통주에 대해선 제조자가 직접 판매하는 경우 온라인 등 통신판매가 가능하도록 허가했고, 2020년 음식점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에 부수해 배달하는 주류, 스마트오더를 이용한 주류에 한해 통신판매가 가능하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골목상권 보호와 청소년 음주 예방 등의 명목으로 막고 있는 통신판매 금지가 해외직구 등 각종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점이다. 마 회장은 "현재 국내 주류업체나 유통업체에서 온라인 주문은 불가능하지만 알리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 등을 통해선 주류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규제의 취지는 퇴색되고 국내 사업자에게만 역차별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류의 해외직구가 증가하면서 재판매 문제도 심각하다. 음식점과 편의점, 리커샵 등 주류판매 면허를 받은 소매점들이 자가 소비를 목적으로 면세를 받은 주류나 현지에서 값싸게 구매한 주류를 직·간접 매입해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마 회장은 "이는 관세법·주류면허법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하는 범법 행위이자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운영하는 영세 주류업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관세청과 국세청 등의 지도·단속이 시급한 상황이고, 특히 이들 소매점에 해외직구 주류 등을 공급하는 업체들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주류는 진품 여부도 확실하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국민 건강에도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 회장은 현 규제가 주류의 소비방식을 반영하지 못하고 각종 문제를 야기하는 만큼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계가 사라지는 글로벌 시대에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형평성에 맞는 규제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절한 규제 아래 통신판매를 허용한다면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의성 증대, 세수 확보의 투명성과 준법성 증대, 건전한 음주문화 확대, 중소 주류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통한 경쟁 확대, 전통적인 주류유통업계의 미래경쟁력 확보 등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OECD 국가 대부분 종량세…주류별 단계적 종량세 전환 필요
마 회장은 주류의 해외직구를 부추기는 온라인 판매 금지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내 주류업계에 대한 역차별, 혁신 부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류에 부과하는 세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일한 술을 두고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세금이 매겨지는 과세 체계로 인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문제인 과세 체계 개편 없이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직구가 증가하는 데는 온라인 구매가 주는 편의성만큼이나 국내 구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한몫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세법은 기본적으로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종가세는 출고가격을 과세 표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가격이 높은 술일수록 많은 세금이 붙게 되는 과세 체계다. 특히 증류주의 세율은 72%로 약주·청주·과실주 등 발효주(30%)보다 세율이 높다. 예를 들어 국내 출고가 10만원인 위스키 한 병에 현행 과세 체계를 적용하면 주세 7만2000원이 부과된다. 여기에 간접세로 주세의 30%인 교육세(2만1600원)가 붙고, 부가세 10%(1만9360원)까지 더해지면 최종 가격은 20만원 이상으로 훌쩍 뛴다. 과세표준의 두 배 이상으로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는 셈이다.
종가세와 반대되는 과세 체계가 술의 용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한국,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터키까지 5개국을 제외하고는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0년부터 맥주와 탁주에 한해선 과세 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했다. 양질의 원재료를 사용해 출고가가 오르면 세금도 같이 오르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여 준 것이다.
이 때문에 종가세는 고급 증류식 소주나 위스키를 만들 유인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주장이다.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오랜 기간 숙성하거나 고가의 재료를 사용할수록 출고가가 인상되고, 이는 큰 폭의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생산비용이 아닌 세금으로 인한 판매가격 상승은 결국 제품의 실제 가치와는 무관한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한 것인 만큼 제품의 판매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 회장은 "최근 주류의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한 상황으로 국세청에서도 이 같은 우려에 따라 국내 주류의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주류수입협회 역시 이 같은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국내 주류의 수출을 위해선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내수 시장에서 충분히 제품력을 인정받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출발점이 되는 프리미엄 제품 개발이 종가세 제도로 인해 근본적으로 막혀있는 상황"이라며 "종량세 도입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이 개발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위스키 등 고가의 술은 세금이 줄어 가격이 하락하지만 희석식 소주 등 저가주는 세 부담이 올라가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소주가 서민들이 즐기는 대표 주류라는 점과 이로 인해 정부가 물가 안정책을 취할 때마다 살피는 주요 품목이라는 점은 종량세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이 때문에 맥주·탁주에 이어 나머지 발효주부터 시작해 증류주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전환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 회장은 "이미 종량세가 도입된 맥주·탁주에선 지역을 기반으로 탄탄하게 성장하는 수제 맥주와 프리미엄 제품들이 앞 다퉈 출시되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약주·청주·과실주 등 업계의 이견이 없는 주종부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종가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는 2002년 설립 이후 주류산업의 발전과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와인·맥주·위스키 등 다양한 수입 주류를 유통하는 60여개 주류 수입사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마승철 회장은
1960년 부산 출생인 마 회장은 1984년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씨그램에 입사하면서 주류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디아지오코리아의 CFO와 나라로지스틱스 대표 등을 거쳐 현재 와인 수입사인 나라셀라를 비롯해 나라로지스틱스, 더박스의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마 회장은 두산씨그램 근무 당시 윈저·시바스리갈 등 유수의 브랜드를 담당했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와인 물류회사인 ‘오크라인’(현 나라로지스틱스)을 2005년 설립했다. 2015년에는 국내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민와인’으로 불리는 ‘몬테스 알파’를 수입하는 나라셀라를 인수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고, 지난해 6월에는 나라셀라를 국내 와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2021년 한국주류수입협회의 5대 회장으로 취임해 햇수로 4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