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성, 이것이 솔루션스다

박세연 2024. 8.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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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스. (사진=엠피엠지뮤직 제공)

팝과 록을 넘나드는 멀티 장르의 선두 주자, 밴드 솔루션스가 세 번째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발표한 솔루션스의 세 번째 정규 앨범 ‘N/A’는 직전 앨범인 EP ‘타임’ 이후 2년 만의 신보고, 정규로는 2집 ‘무브먼츠’ 이후 무려 10년 만의 앨범이다. 

“2집이 나온 뒤엔 EP나 싱글 위주로 곡을 발매했어요. 새로운 방향을 계속 모색하는 차원에서 음악신 판도도 점점 더 EP 위주로 활동하고 새로이 곡을 내고 하던 추세가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나름 이런저런 방향으로 색을 내며 작업을 해왔죠. 나쁘진 않았는데, 우리끼리도 우리의 정체성이 뭘까를 다시 생각을 점점 많이 해보게 됐죠. 정규 앨범을 만들 때 장기간에 걸쳐서 집중해서 작업하면서 만들어지는 ‘정체성’이라는 게 옅어지는 것 같았어요.”

최근 엠피엠지 사옥에서 만난 솔루션스 멤버 나루는 “다양한 경험 속에서 배우고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해결하면서 무언가 교훈을 얻는 과정은 계속됐던 것 같고 많이 집대성이 됐다”며 “우리끼리도 많이 여물었다는 게 된 시점에, 자연스럽게 정규 앨범을 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 정규 작업을 해봤다”고 말했다. 

박솔 역시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솔루션스의 정체성에 대해 멤버 각자 갖고 있는 생각이 있었고, 서로 하나씩 풀어가면서 ‘이게 온전히 우리의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번에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리끼리 정의한 솔루션스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신경을 썼고, 우리 안에서 합의한 안에서 멤버 각자가 하고 싶은 걸 풀어내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솔루션스. (사진=엠피엠지뮤직 제공)

2019년부터 이어진 ‘SLTN 4부작’의 최종장으로도 볼 수 있는 이번 앨범은 솔루션스 특유의 실험적인 음악성과 과감한 시도를 담은 13개의 트랙으로 채워졌다. 솔루션스는 전작 대비 확연히 달라진 강렬한 사운드에 직설적인 가사까지 180도 변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는 이 수작(秀作)의 묘미는 불편함의 미학이다. 더없이 유려한데, 곳곳에서 허를 찌른다. 곡이 끝나는 지점이 어딘지 종잡을 수 없는 타이틀곡을 시작으로, 하나의 곡 안에서 무지막지한 변주를 보여주는 곡들까지 각 수록곡이 보여주는 흐름이 여간 치밀하고 정교한 게 아니다. 

치열했던 작업의 물꼬를 튼 건 타이틀곡 ‘N/A’가 나오면서였다. “처음 ‘N/A’라는 노래가 나오기 전엔 뭉쳐지는 느낌을 갖진 못했어요. 하지만 이 노래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고 사운드적으로나 가사적으로 실험하고, 변화무쌍한 걸 보여주는 모습들을 담고 있어 앨범 아트워크와 함께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만들어갈 수 있었죠.”(권오경)

타이틀곡 ‘N/A’는 세상 속 다양한 위협, 개인에 관한 불합리한 평가 속에서 스스로를 수호하기 위한 다짐을 담아낸 곡으로 예측할 수 없는 변주가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정해놓은 일반적인 범주나, 사람들이 우리에게 씌워놓은 이미지 혹은 프레임을 벗어나야겠다는 했어요. 편곡이나 연주도 낯설고 생소할 수 있게끔 새로운 것들을 찾았죠. 어떻게 하면 새롭고 독특하게 받아들일까, 혹은 불편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의미를 ‘N/A’라는 단어 안에 포괄적으로 담기도 했어요.”(박솔)

일반론을 벗어나고자 했다 하니 오히려 궁금해졌다. 소위 ‘규격’ 안에 들어가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던 걸까. 

솔루션스. (사진=엠피엠지뮤직 제공)

“그런 시도를 많이 해보긴 했어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접점을 못 만난 것 같고, 우리도 크게 재미를 못 느꼈죠. 이번엔 우리 안에서 더 즐거움을 찾으려 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것 안으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었죠.”(박솔)

“규격 안에 들어가기 위핸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개인적인 걸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권오경) 

“모난 지점을 하나 툭 만들면 시선이 가잖아요. 그런 걸 추구했던 것 같아요. 음악을 너무나 잘 하는 뮤지션들도 많이 등장했고, 세상도 되게 버라이어티해진 가운데서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해야 스스로도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있고, 원동력을 찾을 수 있을까(를), 어쩌면 원점을 계속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오는 시점에 적절하게 새로운 걸 해보자는 생각이 동했죠.”(나루)

하지만 답습이 아닌,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업은 결코 호락하지 않았다. 솔루션스는 “처음엔 많이 헤맸던 것 같다. 1집 스타일로 시도해보고, 스포티한 콘셉트도 시도해봤는데 약간은 비뚤어진 정서가 가득한 곡들이 나오면서 구심점이 잡히기 시작했다”며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정형화된 게 아닌 새로운 걸 계속 만들어갔다”고 했다. 

“웬만하면 외부의 기대나 시선을 신경쓰지 말자고 생각하고 만든 앨범이에요. 예술성이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 했어요. 그래서 더 디테일하게 신경쓴 부분들이 있죠.”(권오경) 

또 나루는 “곡을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최근 대세다, 혹은 유행이다 하는 걸 의식을 안 할 수가 없더라. 그래도 이번 음반만큼은 소위 말하는 레퍼런스나 영향을 하나도 생각 안 하고, 밑바닥부터 순수하게. 우리만의 리듬을 갖고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솔은 “작업 하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들 혹은 기대했던 사람들까지 그 기대를 다 박살내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했고, 나루는 “그래서 관습적으로 뭔가 자연스럽게 잘 나왔다 싶은 곡도 한번씩 더 비틀고 변화를 주려 했다”며 “노래마다 순수한 날것의 상태라기보다는 중무장한 느낌으로 밀도 있게 나온 것 같다”고 작업 과정을 돌아봤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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