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러, 北에 정찰위성 신형 로켓엔진 통째 준듯" [국방과제 긴급점검]
지난 5월 27일 북한이 발사했다 공중폭발한 군사정찰위성과 관련, 국가정보원은 러시아가 완제품 형태의 신형 엔진을 북한에 제공했을 가능성에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의 북한 위성 기술 지원 의혹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아예 엔진을 통째로 이전했을 가능성을 국정원이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국정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정찰위성의 신형엔진에 대해 "(추력을 높이고 독성 물질을 줄일 수 있는) '액체 산소·케로신(등유)' (조합)을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볼 때 러시아로부터 지원 받은 엔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가 밝혔다. "북한이 신형 엔진을 사전 개발하는 징후는 없었다"는 게 국정원 보고였다.
'지원'의 정확한 의미와 관련, 해당 분야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1일 중앙일보에 "사전개발 징후가 없었음에도 액체 산소·케로신 연료 엔진을 최초로 사용했다는 국정원의 보고는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니라 북한이 러시아 측으로부터 아예 엔진을 통으로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처음 '하이드라진(UDMH) 연료·사산화이질소(N2O4) 산화제 조합' 1단 엔진으로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불과 6개월 만에 신형 엔진을 적용해 시험 발사에 나서면서 러시아가 도왔을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는데, 완제품 형태의 엔진을 제공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역시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기술 수준이 불과 1년 사이에 실전화 직전 단계까지 급진전했다고 진단했다. 중앙일보가 1일 군사 전문가 6인에게 북한의 군사력 과업 진척 단계를 물은 결과다.
이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계속되는 한 향후에도 빠른 속도의 위성 기술 발전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이 과업 달성도를 부풀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러시아를 등에 업고 '선택과 집중'에 나선 가운데 위성 개발 속도를 가볍게 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군사 전문가 6인 "9개 과업 1년 새 5.5→6.3점으로"
전문가 평가에서도 '주먹' 격인 미사일과 핵탄두보다는 '눈' 격인 위성에서의 기술 진전이 눈에 띄었다.
전문가들이 진척도를 평가한 무기체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직접 제시한 9대 국방 과업이다. ▶전술핵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핵탄두 ▶무인기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극초음속미사일 ▶군사정찰위성 ▶핵잠수함 등이 대상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8월에도 9개 과업에 대해 전문가 심층 설문을 통해 기술 진척도를 평가했다. 1년 사이 진척도 비교를 위해 두 해 연속 동일한 1~10점 척도를 적용했다. 1~3점은 개념화 및 기술개발, 4~7점은 기술 시연 및 고도화, 8~9점은 기술 성숙 및 양산, 10점은 최고 선진국 수준의 완성을 각기 뜻한다.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한 결과 9개 분야의 전체 평균 점수는 5.5점에서 6.3점으로 올랐다. 김정은의 군사 숙제가 전체적으로 완연한 고도화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北 정찰위성, 4→5.8점…"발사체 기술은 성숙 단계"
이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낸 건 군사정찰위성으로, 지난해 4점이던 점수가 5.8점으로 뛰었다. 지난해 5월과 8월 두 차례 실패를 딛고 같은 해 11월 발사체인 천리마-1형을 통해 탑재체인 만리경-1호를 우주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린 점을 의미 있게 평가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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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등 탑재체 기술, 지상과 송·수신 능력…"상당한 보완 필요"
다만 북한 정찰위성이 유의미한 정보를 보내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만리경의 광학 카메라는 쌍둥이 망원경 형태의 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상도는 1.5m에서 4m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당국 역시 일반적으로 군사정찰위성의 카메라 해상도는 가로·세로 1m 이하 범위를 위성 사진에서 하나의 점으로 나타내는 '서브 미터급'은 돼야 군사적 실효성을 인정받지만, 일본제 상용 카메라를 탑재한 북한 위성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발사 능력뿐 아니라 지상수신소와의 교신·통제 등 기술 역량을 모두 갖춰야 군사정찰위성 운용이 가능하다"며 "가까운 시일 내 북한이 관련한 모든 기술을 개발해 자체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치게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지원은 상수…빠른 기술 향상 가능성
■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 순)
「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 김황록 전 국방부 정보본부장,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춘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연구위원,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
정영교·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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