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獨총리 거론' 국방장관 "독일 유엔사 가입, 한국과 연대 신호"

이유정 2024. 8.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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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독일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독일 해군의 U-31 잠수함에 승함해 승조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 국방부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64) 국방부 장관이 1일 “독일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은 명백한 연대의 신호”라고 밝혔다. 이날부터 사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2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회담하고, 3일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독일의 차기 총리로도 거론된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방한에 앞선 중앙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독일의 유엔사령부 가입은 한반도 안정에 대한 독일의 의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연대의 신호”라고 밝혔다. 최근 독일이 유엔사 정식 회원국으로 사실상 가입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서다. 그는 이어 “특히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우리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유대의 표현이며, 독일의 인도 태평양 정책 가이드라인의 이행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이뤄지는 북·러 협력과 관련해 “유럽과 아태 지역의 안보가 매우 긴밀히 연결됐다는 인식에 따라 규범에 따른 국제 질서를 옹호하는 국가들은 함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발견되는 (북한)무기들을 분석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각종 국제 제재의 실효성 여부를 추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국 간 안보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한국과 안보 정책 분야의 많은 부분에서 동일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독 간 방위산업 분야의 관계를 강화하고, 협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독일은 대북 제재 모니터링 프로그램인 태평양안보해양교류(PSMX)에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여했던 독일 전력이 내달 6일부터 9일까지 인천항에 기항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한국의 F-15K 전투기는 (독일의)타우러스 순항미사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공동 개발의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스탠드 오프 무장의 고도화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쟁의 일부가 된 드론 개발 및 조달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매우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탠드오프 무장은 원거리에서 적 지휘부를 원점 타격해 도발을 사전 차단하는 능력으로, 한국 3축 체계의 '킬체인(Kill Chain)'에 해당한다.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타우러스는 킬 체인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최대 사거리 약 500km로 대전에서 쐈을 때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인데, 6m 두께의 지하 벙커까지 뚫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독일에 지원을 요청해왔던 무기 체계이기도 하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2월 독일 북부 에케른푀르데 해군 기지를 방문해 5800t급 호위함(프리깃) 헤세에 승함했다. 독일 국방부

한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 훈련 참여에 관해 그는 “인도 태평양 지역의 파트너들과 나토 틀 내에서 협력하는 데 원칙적으로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했다.

독일 사회민주당(SPD) 연립 정부는 최근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2029년까지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추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독일 연방 의회는 무기 현대화 등에 투자하기 위한 특별 기금 1000억 유로를 승인했다. 이에 더해 미국이 토마호크와 SM-6 등 중장거리 미사일을 독일에 배치하기로 하면서 러시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현재 유럽의 최대 위협은 러시아가 분명하다”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가 안보, 동맹 방위에 훨씬 더 힘을 써야 한다는 점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력 강화를 위한 '시대 전환' 구상의 대표적 프로젝트인 리투아니아의 여단급 주둔 계획은 독일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라면서 “나토 동부 전선의 억지력과 방위력을 증강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독일은 예비군 수를 확대해 유사시 연방군의 동원 병력을 확보하고, 전쟁 유지 능력을 강화하려 한다"며 "새로운 병역 제도로 6개월 간 기본 훈련을 이수한 사람은 비상사태 때 '독일 작전 계획'의 일환으로 국가 방위에 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독일은 징병제 폐지(2011년)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매년 1만명 수준인 군 지원자를 1만 50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독일의 연방 상비군은 약 18만명, 예비군은 84만명 수준이다.

11월 미 대선 결과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 축소 가능성에 대해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뱀을 마주한 토끼처럼 불안해 하는 대신 우리 유럽 국가들은 우리의 과제를 (스스로)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독일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 예산 규모는 2.1%로 작년 국방 투자 공약에서 약속한 액수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독일은 유럽 최대의 우크라이나 지원국(올해 70억 유로 지원)이며,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방어전을 변함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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