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대선 앞두고 ICBM 다탄두 기술 시연 단계 진입 가능성 [국방과제 긴급점검]

이근평 2024. 8. 2.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전후로 북한의 고강도 전략 도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다탄두(MIRV) 관련 기술이 시연 단계에 진입했을 수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이 평가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기만·과장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전문가들은 ICBM 완성을 향한 북한의 '속도전'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결이 다른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17일 중요국방공업기업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ICBM 다탄두 분야, 3.3점에서 5.1점으로 '점프'


중앙일보는 1일 전문가 6명에게 의뢰해 북한의 핵 전력화를 상징하는 ICBM의 기술 분야를 ▶추진력 ▶고체연료 ▶재진입기술 ▶다탄두 등 4개 분야로 나눠 평가를 진행했다. 이를 지난해 8월 같은 항목·척도 평가와 비교한 결과 진전이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다탄두였다. 3.3점에서 1.8점 오른 5.1점을 기록했다. 1~3점이 개념 및 기술개발 단계, 4~7점이 기술 시연 및 고도화 단계를 의미한다고 보면 해당 점수로 기술 시연 단계를 추론할 수 있다.
박경민 기자

전문가들은 지난달 26일 북한이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한 데 주목했다. "개별기동전투부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의 목적은 다탄두에 의한 각개표적격파능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대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1월 다탄두 개별유도 기술과 관련 "연구사업의 마감 단계"라고 언급했는데, 실제 시험이 공개된 건 처음이었다.

다탄두, 그리고 분리된 다탄두의 자세를 제어하고 유도하는 후추진체(PBV)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마지막 단계로 꼽힐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술로 볼 수 있다. 이 중 하나라도 막지 못하면 큰 타격을 입는다.


軍 "다탄두 시험은 기만" 반박…전문가들 "시험 공식화, 개발 의미할 수도"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다른 미사일을 쏘고 비행 초기 단계에서 폭발하니 실패를 덮기 위해 기만과 과장에 나섰다"고 반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지난 6월 26일 발사하고 '성공적인 다탄두 시험'이었다고 주장한 탄도미사일을 발사 전부터 추적했으며 실패 정황을 명확하게 포착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공중 폭발해 파편으로 흩어지는 북한 미사일. 합동참모본부

그러나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북한이 다탄두 기술 향상에 관심을 쏟는 징후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상황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시험 자체를 발표했다는 건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체연료 기술, 극초음속 미사일 등으로 외연 넓히며 고도화


고체연료 기술은 6.5점에서 7.3점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화성-18형 ICBM 세 번째 시험발사는 물론, 올해 두 차례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쏘는 등 고체연료 기반 미사일의 외연을 넓히는 점 때문에 고도화 단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추력과 재진입 기술 부문에선 지난해와 큰 차이 없이 각각 7.2점, 5.8점을 나타냈다. 지난해 시험발사한 액체연료 기반 ICBM 화성-17형과 고체연료 기반 ICBM 화성-18형 모두 기존보다 추력을 크게 높였고, 사거리도 미 본토 전역을 포함할 정도로 향상됐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18일 실시한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 장면. 노동신문

재진입 기술을 놓고서는 북한의 특별한 활동이 드러나지 않아 평가가 제한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ICBM 완성을 위해서는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섭씨 1만도의 고온을 버티는 시험이 필수적이지만, 아직 북한은 이를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2월 "화성-15형 시험발사를 통해 탄두의 탄착 정보를 수신했다"며 재진입 성공을 주장했지만, 탄두부가 비정상적으로 갈라지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실패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여러 발사체 시험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열성이 강한 고성능 탄소 복합재가 엔진 노즐목에 적용됐을 가능성을 주시한다. 이런 일련의 시도가 ICBM 재진입체 기술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진입 시험 자체는 쉽지 않겠지만 일련의 우주발사로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얻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 순)

「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 김황록 전 국방부 정보본부장,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춘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연구위원,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