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효진이 사격하고 싶대요" 최연소金 뒤엔 단짝의 하얀거짓말
“효진이가 사격하고 싶대요.” 한국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반효진(16·대구체고)의 사격 인생은 십년 단짝 친구의 ‘하얀 거짓말’에서 시작됐다. 3년 전, 먼저 동원중학교 사격부에 입부한 전보빈(16·대구체고)이 등굣길에 반효진에게 사격을 같이 배우자고 권유했다. 한동네에 사는 두 선수는 같은 초·중학교와 태권도장을 다니던 단짝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단호한 ‘노(No)’. 전보빈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어릴 때부터 많은 걸 함께 해왔고 사격도 잘할 것 같아서 계속 꼬셨는데 안 넘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보빈은 포기하지 않았다. 억지로 반효진을 동원중 사격부 감독 앞에 데려간 전보빈은 대뜸 “효진이가 사격하고 싶대요”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반효진도 차마 감독 면전에서 싫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얼떨결에 사격에 입문한 반효진은 3년 만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더니,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전보빈은 “효진이가 처음엔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수준이었는데, 코치님이 알려주는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속도가 빨라 2~3개월 만에 실력이 확 늘었다”고 말했다.
감격의 순간, 반효진은 자신을 사격의 길로 이끈 친구 전보빈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10m 여자 공기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반효진은 취재진 앞에서 “결선 들어가기 전에도 연락하고 왔다. 항상 정말 고맙다. ‘너 하던 대로만 해’라고 믿음직스러운 말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보빈아, 네 덕분에 내가 메달을 땄어. 정말 고맙게 생각해. 잘해줄게”라며 활짝 웃었다.
대구체고 사격부원 등 40여명과 반효진의 결선 경기를 관람한 전보빈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마음 졸이며 극적인 승부를 지켜본 전보빈은 “진짜 해냈구나 싶기도 하고 내 일인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절친의 선전에 전보빈도 힘을 내고 있다. 최근 그는 공기소총에서 10m 공기권총으로 주 종목을 전향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전보빈은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 사격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두 선수의 우정과 성장을 지켜본 고훈 동원중 코치도 뭉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선수는 지난 2021년 10월 사격 코치 생활을 시작한 고 코치의 첫 제자다. 고 코치는 “효진이와 보빈이 동기는 첫 제자다 보니 아무래도 마음이 더 가는 것 같다”며 “MBTI에서 ‘극 T(이성적인 성격)’ 성향인데 효진이가 메달을 땄을 땐 엄청 울었다”고 감격했다.
보자마자 ‘대박’ 직감…“개인장비 사게 적금 드시라”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오예진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각종 대회를 휩쓰는 특급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 덕에 임 코치도 교내에서 ‘최우수 지도자’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임 코치는 “예진이가 적극적으로 하는 데다 기록도 너무 잘 나와서 부모님께 ‘크게 될 친구니까 고등학교 진학할 때 개인장비 살 수 있게 적금 들어서 총값을 미리 모아두라’고 당부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임 코치는 “예진이가 25m 공기권총도 주 종목으로 삼을 재능을 갖고 있는데 제주엔 25m 사격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변변한 사격 대회장도 없는 열악한 제주 사격 환경을 뚫고 낸 성과라 더 뜻깊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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