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내전' 승리한 김준호, 중국 넘어 모자 금메달 이룰까 "올림픽 무대, 하늘이 내려주실 것" [2024 파리]

차승윤 2024. 8. 2.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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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복식 결승에 진출한 정나은과 김원호. 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어머니께서 '올림픽 무대는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것이라 하셨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으니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고 하시더라."

한국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반전이 쓰여졌다. 세계랭킹 2위 서승재-채유정 조가 아닌 8위 김원호-정나은 조가 깜짝 승리를 거두며 결승으로 진출했다.

세계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 조는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서승재-채유정 조와 맞대결을 펼친 끝에 2-1(21-16, 20-22, 23-21)로 승리하고 대회 결승에 올랐다.

승리를 예상한 이가 많지 않았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랭킹도 상대적으로 낮았고, 무엇보다 상대 전적이 0승 5패로 절대 열세였다. 조별 예선에서도 서승재-채유정은 3전 전승을 거둔 반면 김원호-정나은은 1승 2패에 그친 후 게임 득실로 8강에 올랐다. 하지만 8강 들어 2-0 완승으로 경기력이 올라오더니 준결승에서 '대마'를 잡는 드라마를 썼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원호는 "아직 이겼다는 느낌이 들질 않는다. 내가 이겼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보다 한 수 위 실력인 선배들이라고 새각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활기차게 뛰려고 했다. 더 패기 있게 다가간 게 부담을 준 것 같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나은이가 잘 이끌어줘 마지막까지 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정나은은 "한 팀은 결승에 가고 한 팀은 동메달 결정전에 가야 할 상황이었지만,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예선을 치를 때보다 긴장은 덜 됐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3게임까지 가니 (긴장해서)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고 돌아봤다.

Paris 2024 Olympics - Badminton - Mixed Doubles Semifinals - Porte de La Chapelle Arena, Paris, France - August 01, 2024. Won Ho Kim of South Korea and Na Eun Jeong of South Korea react during the match against Seung Jae Seo of South Korea and Yu Jung Chae of South Korea. REUTERS/Ann Wang/2024-08-02 03:14:45/<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원호는 막판 경기를 이끈 건 정나은이라고 공을 다시 한 번 돌렸다. 김원호는 3게임 중반 돌연 구토감을 느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경기엔 복귀했으나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기 쉽지 않았다. 김원호는 "배터리가 아예 바닥난 상태였다"고 당시를 돌아보면서 "나은이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니가 해줘야 해'라고 부담을 줬다. 그런데 나은이가 그 부담을 안으면서도 나를 잘 다독여주고, 이끌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김나은은 "오빠가 '너 믿고 하겠다'고 했는데, 그 한 마디가 부담은 됐지만 그 상황에서 그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오빠를 잡아주고 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김원호의 결승전 진출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수상했던 길영아 현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이다. 김원호가 만약 중국을 꺾고 우승한다면 모자 금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김원호는 "어머니의 금메달을 보며 어릴 때부터 꿈꿔왔는데, 이렇게 기회가 올지는 몰랐다. 기회가 온 만큼 도전을 후회 없이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올림픽 무대는 하늘이 내려주시는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훈련했으니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금메달 도전을 앞둔 패기를 어머니에게 전하기도 했다. 김원호에게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이제는 길영아의 아들 김원호가 아니라 김원호의 어머니로 살 수 있으실 것 같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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