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내연·하이브리드 공존 길어질 것… 학계·업계 공감”
우리나라 수출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반도체와 자동차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때에도 한국 자동차는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냈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관세청에 따르면 상반기 신차 기준 승용차 수출액은 336억 달러(약 46조3000억원)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9%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이지만 전망이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계속되는 고금리, 글로벌 시장에서의 업체 간 경쟁 심화,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이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뚜렷해지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불확실성을 동반한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는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전기차 대세와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은 어떤 식으로 구축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박장우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을 지난달 24일 충남 보령 아주자동차대학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 부회장은 아주자동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도 겸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자동차업계가 처한 위기와 기회,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복잡하고 도전적인 상황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과 신생 전기차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중국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으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고,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라 해외 시장 확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숙명인데 캐즘이 찾아왔다. 캐즘 극복과 내연기관차와의 공존 전략 등도 구축해야 한다.”
-‘100% 전기차 시대’는 언제쯤 도래할까.
“장기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시기를 2030년, 2050년 이런 식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2030년까지는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후 급속도로 전기차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변화는 점진적이고 복잡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가 공존하는 기간이 상당히 지속될 것이라는 게 학계와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장거리 운송이나 중장비, 국가별 차이에 따라 내연기관차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로의 완전 전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동화 전환에 시간이 걸리는 구체적인 이유는.
“결정적으로 충전 인프라 영향이 크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만큼 많이 다닌다고 가정할 때 현재는 그걸 감당할 수준의 충전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 전기차 충전 시설을 만드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전기선을 깔아야 하는데 비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건물 주차장에 전기선을 인입하는 경우 주차장 외에서 전기 사용에 불편을 줄 수도 있는 일이다. 전기요금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캐즘 극복을 위해 충전 인프라 외에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나.
“배터리 기술 향상으로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배터리 성능이 높아지면 충전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비싼 가격도 소비자에게 심리적 장벽을 높인다. 전기차의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지금보다 더 쌓여야 할 것 같다. 소비자의 신뢰와 안심이 필요하다.”
-전동화 시대를 앞두고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수요 확대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 환경 규제를 어떻게 하느냐, 보조금 정책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전기차의 대세 전환에 속도 차이가 생긴다.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은 다각도로 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공급망 문제가 있다. 반도체 부족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했을 때 자동차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 노사 갈등도 풀어야 할 문제다. 전기차로 전환하면 고용 구조가 바뀔 수밖에 없는데, 기존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재교육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현재는 부분 자율주행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연구와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와 정책, 안전 규제, 데이터 관리, 보험제도, 인프라 구축 등도 필요하다. 도심항공교통(UAM)은 교통체증 해결과 이동 편의성 제고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2030년대 초반이면 상용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에너지 저장 기술, 인공지능(AI), 네트워크 기술 등이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 것이다. 교통 혼잡 해소, 환경 문제 개선, 이동 편의성 향상 등이 미래 모빌리티로 구현되는 진보라고 생각한다.”
보령=글·사진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양궁 김우진 옆 1점 쏜 차드 선수 “고마워요 한국”
- “완벽”…‘연속 5점’ 히든카드 도경동 “질 자신 없었다”
- 서울대공원 주차장서 남녀 3명 숨진 채 발견
- 이재용 집 찾은 삼성전자 노조…“직접 나서 파업 해결해달라”
-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전기차 폭발 화재…5시간 만 초진
- “이제 오상욱 시대” “최고 검객” 찬사에…오상욱 반응
- 부산 60대 노동자, 열사병 추정 사망…“체온 40도 육박”
- “동메달은 그냥 가방에” 신유빈 다시 성큼…일본과 8강
- ‘괴물 오상욱’ 역사적 2관왕… 대회 ‘그랜드슬램’도 달성
- 뇌종양 있는 아이 벽에 밀쳐… 키즈노트엔 “놀다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