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있다" 신유빈, 韓 탁구 20년 만의 단식 4강 진출(종합)[파리올림픽]
2004년 이후 20년만의 단식 메달 기대
2일 8시 30분 도쿄 금메달 천멍과 혈전
신유빈(20·대한항공)도 울고, 히라노 미우도 눈물을 훔쳤다. 신유빈이 한국 선수로는 20년 만에 올림픽 탁구 단식 4강에 진출했다.
신유빈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13위 일본의 히라노 미우를 상대로 1시간 30분에 가까운 접전 끝에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 승리를 거뒀다.
경기는 신유빈이 앞서다 따라잡히며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양상으로 펼쳐졌다. 게다가 히라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신유빈에게 패배를 안겼던 선수다. 당시 신유빈은 일본전에서 1단식과 4단식 모두 패했는데, 특히 4단식에서 히라노에게 무릎 꿇으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그때의 아쉬움을 이번 경기에서 갚은 셈이다.
지난 31일 이번 대회 혼합복식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과 동메달을 합작한 신유빈은 여자 단식에서 1승만 더 올리면 생애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추가한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 단식 메달을 수확한 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유승민(대한탁구협회 회장)의 남자 단식 금메달과 같은 대회 김경아의 여자 단식 동메달이 마지막이다. 이를 끝으로 한국 선수들은 남자부나 여자부 모두 올림픽 단식에서 4강에 오르지 못했다.
신유빈과 4강에서 맞붙는 상대는 세계랭킹 4위, 중국의 천멍이다. 쑨잉사와 왕만위, 왕이디, 천멍이 나란히 여자 단식 세계 1위, 2위, 3위,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탁구, 그 뒤로 5위 하야타 하나(일본)를 건너 6위가 천싱퉁이다. 세계 톱랭커가 즐비한 중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여자 단식에 쑨잉사와 천멍이 출전한다.
천멍은 8강에서 세계 23위 오스트리아 소피아 폴카노바를 4-0(11-5 11-3 11-0 11-8)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4강에서 신유빈과 만난다. 지금은 쑨잉사에게 왕좌를 넘겨주고 세계 랭킹 4위에 머물러있지만, 천멍은 3년 전 도쿄올림픽 여자 단식과 여자 단체전에서 모두 우승해 2관왕을 차지하는 등 2010년대 중후반까지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 중국 여자 탁구 간판선수 중 한 명이다.
신유빈은 앞서 천멍과 지난 3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싱가포르 스매시 8강에서 한 차례 맞붙어 1-4로 패배했다. 중국 선수에게 약세를 보이는 신유빈의 특성상 다소 힘든 승부가 예상되지만, 이번 대회 상승세를 감안하면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신유빈은 임종훈과 함께 출전한 혼합복식 준결승에서도 왕추친-쑨잉사 조와 붙어 두 세트를 빼앗는 등 분전 끝에 2-4로 아쉬운 패배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신유빈의 승리가 예견된 분위기였다.
경기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공격하며 히라노를 제압하며 1~3게임을 연달아 따낸 신유빈의 기세에 경기는 기우는 듯 보였다. 히라노가 1~3게임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따낸 게 2세트 7점이 전부였다.
하지만 히라노가 옷을 갈아입고 반격에 나선 4게임부터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경기가 뒤집혔다. 신유빈의 범실이 늘어나며 히라노의 공격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4, 5, 6게임을 연달아 가져가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날 경기는 7게임에서 클라이맥스에 가까운 혈투를 선보였다. 초반 5-1로 앞서나간 신유빈을 끝까지 따라붙은 히라노가 결국 경기를 10-10 듀스로 이끌었고, 이내 한 점씩 주고받으며 11-11두 번째 듀스를 기록하며 팽팽한 긴장이 경기장에 감돌았다.
그 순간, 행운의 여신은 신유빈을 향해 미소 지었다. 마지막 히라노의 두 샷이 연달아 네트에 걸리며 신유빈이 4강행을 확정 지었다.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1시간 30분의 접전을 펼친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나자 동시에 눈물을 보였다. 패배가 확정되자 히라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고, 신유빈은 안도와 기쁨의 눈물을 수건으로 훔쳤다.
신유빈은 남은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이겨도 여자 단식 메달을 차지하게 된다. 현재 상대 대진은 세계 1위 쑨잉사와 일본 에이스 하야타의 대결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 탁구에서 돌풍으로 떠오른 북한 탁구의 변송경이 하야타와 접전 끝에 변수로 떠오를지도 주목된다.
신유빈과 천멍의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전은 한국 시간 2일 오후 8시 30분 열린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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