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장대높이뛰기 선수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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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높이뛰기 경기를 보면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장대의 탄성을 이용해서 자신의 높이를 뛰어넘는 것.
장대가 휘었다가 펴지면서 선수를 허공으로 날려 보낸다.
이때 선수도 장대를 손에서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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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높이뛰기 경기를 보면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장대의 탄성을 이용해서 자신의 높이를 뛰어넘는 것. 그 행위가 어떤 은유나 상징보다도 결연하고 확고한 믿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파리올림픽이 한창인 요즘, 손택수 시인의 시를 다시 읽는다.
“허공으로 들어 올려져 둥글게 만 몸을 펴 올려 바를 넘을 때/ 목숨처럼 그러쥐고 있던 장대까지 저만치 밀어낸다/ 결별은 그가 하늘을 만나는 방식이다/ 그러나 바 위에 펼쳐진 하늘과의 만남도 잠시, 그의 기록을 돋보이게 하는 건 차라리 추락이다/ 어쩌면 추락이야말로 모든 집중된 순간순간들의 아찔한 황홀 아니던가.”(‘장대높이뛰기 선수의 고독’)
손은 단단히 장대를 움켜쥐고, 시선은 바를 노려보며 어깨와 허리, 골반과 온몸의 근육이 오로지 도약을 위해 헌신한다. 장대가 휘었다가 펴지면서 선수를 허공으로 날려 보낸다. 이때 선수도 장대를 손에서 놓는다. 그의 몸은 중력을 배반하며 허공에 들렸다가 꼭짓점을 찍고 서서히 추락한다.
그 모습이 은비늘을 빛내며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숭어 같고, 가장 높이 빛났다가 사그라지는 폭죽 같다. 어떤 느낌일까.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자기 한계를 시험하고, 동시에 육체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해방감을 느끼는 기분은. 그 짜릿한 부력은 자신의 고독과 치열하게 독대해 본 사람만이 얻는 찰나일까.
아니다. 공중에 붕 뜨는 순간, 선수는 자신이 날아올랐다는 사실도, 경쟁자나 순위도 다 잊었는지 모른다. 육체의 완전한 몰입은 정신을 넘어선다. 우리는 저마다 인생이라는 레이스에 몰두한다. 어떤 승부는 1등만이 남는다. 패배해도 승리한 것 같은 명예로운 승부가 있는가 하면, 메달을 거머쥐어도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는 부끄러운 승부도 있다. 이 모든 결과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달라진다. 당신의 인생 곡선은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는가.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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