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피터의 저주를 벗어나는 법
그 역할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을 때 리더로서 성공 가능
그간 팀장부터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에 이르기까지 많은 리더를 만나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코칭했다. 이런 이야기를 담아 올해 초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팀장의 고민에 답하는 책을 출간했다. 책을 쓰며 공동저자들과 많은 논의를 했다. 우스갯소리로, 모두가 팀장이 되기를 원하는 시대였다면 리더십에 대한 책들은 안 나왔을지 모른다는 얘기를 하며 함께 웃었다.
경영학에는 ‘피터의 원칙’이 있다. 조직에서 어떤 직책의 적임자를 승진시킬 때 그 직책에서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보다 지원자가 현재까지 경험하고 성취해온 업무 성과에 기초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원칙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승진한 직원은 이전 직무 역량이 높아서 승진한 것이기에 실제 새롭게 승진한 업무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부족하다. 즉, 직원의 업무 성과가 부족하다면 더는 승진이 어렵겠지만, 역으로 업무 성과가 좋다면 그 직무수행 능력과 맞지 않는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게 된다. 이렇게 승진을 거듭하다 보면 최종 승진 직위(고위 관리자)에서는 결국 역량 부족에 빠지기 때문에 ‘피터의 저주’라고도 불린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이클 왓킨스 교수는 피터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과거의 나를 잊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성공 경험은 기억하되 그 성공 방정식이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매니저가 됐는데 아직도 이전 나의 사고에 머문다면 승진은 됐지만 나 자신이란 내용물은 아직 매니저가 아닌 것이다. 이미 승진이 기정사실화됐다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팀과 뜻을 맞춰가는 작업이 가장 필요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승진시켜야 한다.
반대로 나에게 승진 차례가 왔을 때 승진을 받아들이기 전에 치열하게 나에게 질문하며 나를 들여다보는 것도 유용하다. 승진하게 됐을 때 사람들은 스스로 “이 직위를 내가 정말 원할까?”를 묻기 전에 “상사가 나를 승진시켜줬는데 기대에 부응해야지”를 생각한다. 내가 물어야 할 것은 이 직위가 지금 내게 맞는 것인지, 내 개인적인 목표와 일치하는지이다. 하지만 우리는 나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를 먼저 생각한다. 만약 승진을 거절한다면 나는 패배자로 보일 것이다. 어떻게 온 승진인데 이런 좋은 기회를 버릴 수는 없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덜컥 직위를 받아들고 일과 삶 사이를 줄타기하면서 어떻게든 일은 해낸다. 하지만 자연스레 나를 돌볼 시간은 줄기에 슬슬 지쳐가고 번아웃이 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
최근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리더의 고민은 유사했다. 그중 한 친구의 용기 있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회계 전문가로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다니고 있는데 더는 팀장을 하지 않겠다고 회사에 요청해 최근 드디어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일도 잘하고 주변 사람과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친구는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전문가와 매니저 사이에서 고민하다 매니저의 길 대신 회사에서 인정받는 회계 전문가의 길을 택했다. 물론 회사에서는 부장급 인재인 네가 웬말이냐고 여러 번 반려했지만 그는 뚝심 있게 주장을 밀어붙여 결국은 전문가로 남기로 했다. 팀장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요새 젊은이들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새로웠다.
리더라는 직책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배움을 택해야 하는 길이다. 리더십은 우선 나를 돌아보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데서 출발한다. 나의 인생 목표와 매니저 역할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거절하고 다른 선택을 밀어붙이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피터의 저주에서 어떻게 벗어날까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피터의 저주가 발생하지 않도록 나를 먼저 들여다보는 창의적인 접근도 필요하겠다. 남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나를 돌아보고 나만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만들고 있는 친구에게, 오늘도 나를 돌아보며 지금 내가 가는 길을, 혹은 다른 길을 고민하는 모든 리더에게 응원을 보낸다.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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