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군멍군’ 커지는 북·중 균열, 거리 좁혀 가야 할 한·중

2024. 8. 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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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랴오닝성 다롄의 휴양지 방추이다오 해변을 함께 걷는 장면. 왼쪽 아래 사진은 방추다이오 해변에 설치됐다 철거된 '김정은 발자국 동판'을 확대한 모습. 북·중의 미묘한 갈등 상황에서 동판이 제거된듯하다고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중앙포토]


북·러 관계 밀착 이후 북·중 미묘한 갈등 양상


한·중 수교 32주년 계기 협력 공간 확대해 가길


북한과 중국 관계가 심상찮아 보인다.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유사시 군사 개입’ 조항을 담은 동맹 조약을 사실상 되살리며 밀착하자 그동안 ‘혈맹’을 과시해 온 북·중 관계의 균열 조짐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응해 결속 양상을 보이던 북·중·러 진영이 북·러와 중국으로 갈라지면 한국 입장에선 전략적 운신의 공간이 그만큼 열리는 셈이다.

북·중 관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호 불신을 야기하는 ‘장군멍군’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대결 국면이 다소 유화적으로 변했다. 북한은 중국이 ‘반미 연대 전선’에서 오락가락하며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인다고 의심해 왔고, 중국은 ‘불량 국가’로 낙인 찍힌 북·러와 한 묶음으로 분류되는 것을 경계해 왔다.

지난 4월 북·중 수교 75주년 ‘친선의 해’ 선포 행사에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방북했지만, 5월 한·일·중 정상회의에는 서열 2위 리창(李强) 총리가 방한했다. 한·일·중이 ‘한반도 비핵화’를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자 발끈한 북한은 그날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했다. 그러자 중국은 2018년 다롄 북·중 정상회담을 기념해 만든 ‘김정은 발자국 동판’을 철거했다.

북·중 사이에 비자 갈등도 불거졌다. 북한은 중국에 나가 있는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비자 연장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중국은 출국조치로 북한의 불만을 샀다. 북한은 이들 노동자를 대거 러시아로 돌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북·러 관계를 1961년의 ‘조·소 동맹 조약’ 수준으로 복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중국 눈치 보지 말라”고 주중 북한 외교관들에게 지시했다고도 한다.

사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한 2013년부터 2016년 한·중 사드(THAAD)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중국은 북한에 거리를 두면서 한·중 관계에 공을 들였다.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이후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도 2014년이 처음이었다.

물론 북·중 관계가 시진핑 정권 1기(2013~2017년)의 냉각기로 돌아갈 거라 예단하긴 이르다. 다만 북·중 사이에 틈이 생긴 상황에서 한·중은 쌓인 앙금을 털어내고 관계를 재정립할 기회를 맞고 있다. 마침 지난 5월 리창 총리의 방한과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관계 개선의 모멘텀은 마련됐다.

조만간 새로운 주한 중국대사도 부임한다. 오는 24일 한·중 수교 32주년을 계기로 양국 정상들이 우호협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낸다면 관계 강화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서로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고, 상호 존중과 실용주의에 따라 ‘윈-윈’하도록 다양한 레벨에서 협력의 공간을 더 많이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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