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보수와 진보에 대하여

2024. 8. 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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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태초부터 주어진 두 가지 중요한 명령이 있습니다.

보수는 보존해야 할 것의 가치를, 진보는 개혁해야 할 것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문제는 보수가 개혁해야 할 병폐를 지키려 하고 진보가 보존해야 할 가치를 바꾸려 한다는 것입니다.

학문이든 종교든 정치든 기업이든 보수와 진보가 각자의 고유한 일에 충실하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협력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날이 좋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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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수 전주대 교수·선교신학대학원장


성경에는 태초부터 주어진 두 가지 중요한 명령이 있습니다. 하나는 “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하나는 “경작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키라”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끊임없이 개선해야 할 것도 있고 꾸준히 보존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보수는 보존해야 할 것의 가치를, 진보는 개혁해야 할 것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보수와 진보는 이렇게 보완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본질상 대립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보수가 개혁해야 할 병폐를 지키려 하고 진보가 보존해야 할 가치를 바꾸려 한다는 것입니다.

부패한 보수는 지켜야 할 것의 항목을 변별하는 눈이 없습니다.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자신의 이기적 모습이 부끄러울 때면 법의 정당성과 사회적 유익 같은 그럴듯한 명분을 수치의 가리개로 삼습니다. 공부와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당당하게 잘 가리기 위한 것입니다. 학문성과 성실성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기심과 손을 잡습니다. 보수가 보존해야 하는 건 사람들 사이에 합의된 게 아니라 사람들의 기호와 무관하게 주어진 천부적 윤리나 질서와 관련돼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권은 천부적인 것으로 성경은 한 사람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합니다. 돈·권력·명예보다 한 사람의 생명을 더 소중히 여기는 문화는 세월이 흐르고 장소가 달라져도 변경되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성별도 개인의 선택이나 사회적 합의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생각이 바뀌거나 법이 바뀌거나 몸의 한 부분이 바뀐다고 변경되는 게 아닙니다. 성경은 남자와 여자의 구별된 창조를 가르치고 있으며 여자나 남자로 태어나는 것은 고쳐야 할 무질서가 아닙니다. 그리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이, 사람은 사람이고 짐승은 짐승이고 풀은 풀입니다. 주어진 본성의 경계를 허물거나 넘어가는 것은 질서를 파괴하는 죄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을 이루는 부부도 정해진 것이어서 배우자의 숫자를 늘리거나 성별을 바꾸는 것은 죄입니다.

공의와 정의도 사람들의 기호와 무관하게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질서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께 속한 백성의 정체성을 공의와 정의에 두고 있습니다. 공의는 한 사람의 내재적 가치에 맞도록 예우하는 것입니다. 돈·권력이나 생김새와 같은 외적인 요소가 아니라 내재적 가치의 중요성을 고수하는 것은 보수의 몫입니다. 정의는 한 사람이 행한 대로 갚아주는 것입니다. 사법적 정의 수호는 보수의 몫입니다. 사회적 윤리로서 인간이 보존해야 하는 건 부모를 공경하고 살인하지 말고 간음하지 말고 훔치지 말고 거짓을 증언하지 말고 탐하는 마음을 품지 않는 것입니다.

진보는 개선해야 할 게 어떤 것인지 발견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데 보존해야 할 것을 건드리며 개악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부적인 질서를 인위적으로 변경해 무질서를 일으키는 일에 겁이 없습니다. 진보가 집중해 바꿔야 할 것은 사람들 사이에 합의를 본 법입니다. 공의와 정의에 이를 때까지 휘어지고 치우친 분야의 지속적인 교정이 진보의 일입니다. 진리를 아는 온전한 지식에 이르기 위한 학문적 갱신도 진보 몫입니다. 성경에 의하면 인간의 죄로 자연이 저주를 받았기에 인간의 도리로서 그 자연을 최상의 상태로 회복하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도 진보의 일입니다.

학문이든 종교든 정치든 기업이든 보수와 진보가 각자의 고유한 일에 충실하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협력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날이 좋아질 것입니다. 개인의 경우에도 분별력을 가지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고쳐야 할 것을 고치며 보수성과 개혁성의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그의 인생은 보다 아름답고 향기로울 것입니다.

한병수 전주대 교수·선교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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