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후변화 대응할 ‘물그릇’ 확대…주민 충분히 설득해야

2024. 8. 2. 00: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14년 만에 새로운 댐 14곳 후보지 발표


달라진 강수 패턴에 저수 용량도 면밀히 설계를


최근 한반도 강수 패턴은 강수일은 주는데 강수량은 늘어나는 특징을 보인다. 비가 올 때면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나고, 반대로 안 올 때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게 된다. 올 장마에도 시간당 100㎜ 정도는 가볍게 넘기는 곳이 속출했다.

지난달 30일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14개를 만들겠다며 후보지를 발표한 것은 이처럼 달라진 강수 패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변환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는 2011년 보현산댐 이후 다목적댐을 짓지 않았고, 2018년에는 더 이상 신규 댐을 짓지 않겠다고 발표까지 했다. 하지만 강수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를 잠시 보관하고, 가뭄 때 물을 서서히 흘려보낼 수 있도록 ‘물그릇’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환경부 설명대로 경북 포항에 항사댐이 건설돼 있었다면 2022년 태풍 힌남노가 상륙했을 때 하류의 냉천이 범람해 주차장에서 8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매년 전남 지역을 괴롭히는 봄 가뭄도 섬진강의 동복천댐이 숨통을 틔워줄 수 있게 된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단지의 물 부족에도 시급히 대비해야 한다.

댐 건설이 꼭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동시에 보완해야 할 점도 한둘이 아니다. 과거 대형 댐을 지을 때 딱 수몰되는 땅만 보상해 주고 밀어붙였다. 이제 국가 시책이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미 인근에 소양강댐이 있는 강원도 양구에선 수입천댐 건설에 반발하고 있다. 충남 청양의 지천댐도 2012년 주민 반대로 좌절된 경험이 있다.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득과 합리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환경적인 측면도 보다 꼼꼼히 따져야 한다. 경북 영주댐의 경우 2016년 완공하고도 7년간 놀리다 지난해에 간신히 준공 허가가 났다. 주변 오염원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강행한 탓에 내성천 수질이 급속히 악화하고 담수가 시작되기도 전에 댐에 녹조가 가득 찼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후보지에 대해 충분한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앞으로 타당성 조사와 기본 계획 수립 과정에 문제가 될 만한 소지를 미리 파악하고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댐 용량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이번에 후보지로 결정된 댐들은 80~200㎜ 정도의 폭우에 대비할 수 있는 용량으로 준비된다. 그런데 이젠 이 정도 양의 비가 불과 한두 시간 만에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댐 용량을 초과한 비가 내리면 수문을 열어야 하고 이는 하류에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부지방 폭우에 월류한 괴산댐이 대표적 사례다. 자칫 홍수 방어용 댐이 홍수 피해를 키우는 일이 없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