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림픽 MZ세대 유쾌한 에너지, 한국 사회 성장동력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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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무대의 한국 선수들은 이번에도 유쾌했다.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이 다 예선 탈락해 어느 때보다 관심도가 낮으리라 했는데, MZ세대 선수들이 유쾌한 도전의 드라마를 펼쳐내며 한여름 축제 같은 대회가 됐다.
기성세대가 한국 선수들의 낯선 모습에 놀라기 시작한 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빙상 금메달 모태범의 막춤을 보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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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무대의 한국 선수들은 이번에도 유쾌했다. 강한 상대에게 주눅 들지 않았고, 졌다 해서 좌절하지 않았다. 선진국에서 자란 세대답게 자신감이 넘쳐서 스무 살도 안 된 사격 선수들이 잇따라 메달을 따냈고, 공정에 예민한 세대답게 비겁하지 않아서 펜싱 선수는 넘어진 상대에게 칼 대신 손을 내밀었다. 무엇보다 울지 않았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수영 선수는 “이걸로 내 수영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 했고, 석연찮은 판정에 금메달을 놓친 유도 선수는 “꿈이었던 무대에서 행복했다”며 웃었다. 메달을 따낸 뒤 얼핏얼핏 보였던 선수들의 눈물도 우리가 알던 그 올림픽의 눈물이 아니었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세계무대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애국가 들으며 펑펑 울던 시절은 갔다. 다른 길이 없어 운동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 우연히 운동이었던 이들이다. “내 갈 길은 내가 정한다”(19세 사격 오예진)면서 올림픽에 도전한 선수들이 눈물을 지었다면, 그건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세리머니에 가깝다.
개인주의적이지만, 그래서 기성 질서를 깨고 새로운 힘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에너지가 파리올림픽을 향한 국민의 시선을 바꿔놓았다.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이 다 예선 탈락해 어느 때보다 관심도가 낮으리라 했는데, MZ세대 선수들이 유쾌한 도전의 드라마를 펼쳐내며 한여름 축제 같은 대회가 됐다. 기성세대가 한국 선수들의 낯선 모습에 놀라기 시작한 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빙상 금메달 모태범의 막춤을 보면서였다. 세계무대의 치열한 경쟁을 오히려 즐기는 신세대는 이후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등장했고, 지금 파리에서 더 새로워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예전처럼 강압적인 방법으론 이들에게서 최고의 기량을 끌어낼 수 없기에, 체육계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김미정 유도 대표팀 감독은 이를 “천지개벽”이라 표현했고, 오광헌 탁구 대표팀 감독은 “요즘 선수들 지도하려면 ‘라떼는’이란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런 열정과 패기의 유쾌한 신인류가 체육계에만 있을 리 없다. 지난 십수년간 사회 각 분야에 진출했을 테고, 지금도 배출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에너지를 기성세대의 해묵은 질서와 경직된 체제가 짓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겠다. 청년을 배려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정책과 선거 때나 한 자리 내주는 정치의 낡은 접근법은 그들의 역량을 충분히 끌어낼 수 없다. 젊은이들에게 판을 깔아줄 수 있는,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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