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속실이 맡아야 할 첫 임무[강주안의 시시각각]

강주안 2024. 8. 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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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2년3개월 만에 김건희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설치가 진척을 보인다. 역대 영부인과 같은 조건을 갖추는 움직임일 뿐인데 김 여사에게 부담을 주는 변화로 인식된다.
어제 MBN과 YTN에 출연한 여야 정치인 발언에서도 혼란이 느껴진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야당이 처음에 (제2부속실을) 설치하라고 주장했는데 설치하니까 방탄용이라고 시비를 건다”며 “조금 지나면 거기서 카드 쓴 거 다 내놓으라 할 거다”고 꼬집었다.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지난 4월만 해도 “지금은 제2부속실을 만드느냐 안 만드느냐가 더 관건”이라던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어제는 “부속실 설치는 야권이 아니라 여권의 입장을 듣고 한 거 아니겠냐”며 뉘앙스가 달라졌다.
부속실 설치가 여당 때문이라는 장 의원 판단에 공감한다. 지난해 11월 김 여사의 ‘명품백 영상’이 공개된 이후 부속실 설치 요구가 쏟아졌으나 대통령실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달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영부인 활동에 대해 한동훈 대표는 “투명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나경원 의원은 “제2부속실 폐지 공약 자체가 잘못”이라고 했다. ‘친윤’으로 분류된 윈희룡 당시 후보마저 “공인이기 때문에 공적인 투명성과 감시, 견제를 받아야 그 공인도 안전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대통령실이 버티기 힘든 형국이 됐다.


명품백 사과 두고 증폭돼온 잡음


떠밀리듯 들어서는 제2부속실이 기대에 부응할까. 김 여사의 사과가 관건이다. 명품백 사건 이후 김 여사는 몇 차례 사과를 시도했으나 역효과가 컸다. 지난주 검사에게 한 사과가 그랬다. 검찰까지 코너로 몰았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김 여사의 공개 소환과 사과를 언급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원석 검찰총장을 고발했다. 대검찰청은 “총장은 사과를 받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해야 했다. 국민에 대한 사과를 수사 검사에게 한 정무적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동훈·검찰 루트 활용 불신 키워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대표를 궁지로 몬 사과 문자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자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친윤’의 공격을 받았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자로 인해 망신을 당한 게 불과 2년 전이다. 한 대표는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332건 때문에 진땀을 흘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여사가) 부하처럼 명령했다”고 추궁했다. 한 대표는 “총장(윤 대통령)과 연락이 되지 않을 때 사모(김 여사)를 통해 연락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공격은 계속됐다.
지난 총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당 대표 후보에게 '댓글팀'을 언급하는 문자. 채널A 보도 캡처

이런 곤욕을 치른 한 대표에게 김 여사는 또 사과 관련 문자를 보냈다. 이번엔 텔레그램이었다. 여기에 한 대표가 답하는 게 옳았을까. “영부인과 사적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한 대표의 말에서 곤혹스러움이 느껴진다. 결국 대국민 사과는 하지 않은 채 문자 공개로 논란만 키웠다.


국민에 진심 전달할 방법 찾아야


부활하는 제2부속실은 변죽만 울려온 김 여사의 사과가 제대로 이뤄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당에 떠넘기지 말고, 검찰을 끌어들이지 않고 온전히 대통령실 책임으로 감당해야 옳다.
사과에 담을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 ‘내조 전념’의 약속을 유지할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난 2월 명품백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김 여사가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내조에만 전념하겠다”는 국민과 한 약속에 배치하는 발언을 지적했다.
대선 전에 한 약속을 지키는 게 가장 좋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선거를 앞두고 내조만 하겠다고 말한 건 진심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는 게 진솔한 사과일지 모른다. 이후의 공과를 투명하게 평가받으면 된다. 여당 총선 참패 직후 김 여사가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와 신평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고 그 사실이 수신자를 통해 공개되는 낯선 정치 현상이 이젠 잦아들 시점이 됐다.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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