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뉴스터치] "뇌 구조가 이상하다"
사람의 뇌와 관련한 비하 발언은 정치권에서 그동안 많지 않았다. 기존 최대치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들을 "새대가리", "닭대가리"라고 한 정도였다. 새나 닭처럼 뇌가 작아 상황 분석력이나 전략이 없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현안을 직시하도록 조언하지 못한다는 맥락이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는 ‘뇌피셜’이란 단어가 한동훈 당시 후보 입에서 나왔다. 원희룡 후보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뭐가 있는 줄 알았는데 뇌피셜이지 않나”라고 맞받았다. 뇌피셜은 뇌와 오피셜(Official·공식 입장)의 합성어다. 객관적 근거 없이 사실처럼 주장·추측하는 행위다. 일상용어처럼 쓰지만, '뇌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미가 담겼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청문회 도중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를 겨냥해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막말했다. 이 후보가 현장에서 "인격모독"이라고 반발했지만, 최 위원장은 “사고방식이 이상하다는 뜻”(김종배의 시선집중)이라며 취소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인간의 뇌 구조는 의학적으로나 뇌과학적으로 사람마다 다르지 않다. 각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제는 “뇌 구조가 이상하다”는 표현은 그 어떤 뇌 관련한 막말보다 상대를 비하하는 말로 여겨질 수 있다.
인지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는 소속 집단의 고정관념을 학습하고 중독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없으면 심리적·물리적으로 배타적이 된다. 지금 정치권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정치인들의 합리적 뇌 기능을 키우는 노력이 절실하다.
문병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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