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의 마켓 나우] 한국도 ‘로봇 신세기’의 주인공 될 수 있다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젠1’을 2021년 발표했을 때 그 어마어마한 반향을 직관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테슬라는 옵티머스 젠2, 젠3를 연이어 발표하며 신세기를 열어버렸다. 신세기의 주인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범용인공지능(AGI)이 올라탄 섬세한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여기서 ‘올라탄’은 ‘탑재된·내장된·적용된’을 뜻한다.
한때 휴머노이드 로봇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선도하는 분야였다. 카이스트의 휴보나 일본 혼다 아시모의 영광이 아직 생생하다. 우리의 휴머노이드 기술을 이전받은 미국 대학도 있었고 재난구조 로봇 대회인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 2015’에서는 카이스트 휴보가 최종 우승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로봇 자체보다 로봇 개발과정에서 새로운 요소 기술을 획득하는 경우가 많아 주목받았다. 하지만 극적인 성과가 없었던 탓인지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에 기반을 둔 ‘인더스트리 4.0’으로 세상의 관심을 빼앗기며 휴머노이드 로봇은 다음 세대 몫으로 잊히는 듯했다.
그 ‘다음 세대’의 비전을 되살리고 앞당긴 것이 옵티머스다. 옵티머스는 자유도(DoF)가 사람에 가깝게 설계되고 전 구간 전동화된 신형 하드웨어 요소 기술이 돋보였지만, 충격적이었던 점은 로봇이라는 디바이스에 ‘올라탄’ AGI이다. 꼭 로봇을 위해 개발한 것은 아니었던 AGI가 로봇을 만나 ‘즐거운 초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AGI를 가장 먼저 탑재한 것은 미래차였지만 그다음 타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배터리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신세기를 열었고, 레거시 자동차 OEM으로 치부되던 현대기아차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AGI를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패러다임은 ‘사람보다 강하고 빠르다’에서 ‘사람만큼, 혹은 사람보다 더 섬세하고 정확하다’로 전환했다. 새 패러다임에 따라 보스턴 다이내믹스 올뉴 아틀라스 001, 오픈AI와 제휴해 주목받는 피규어 01, 유니트리 H1 등이 앞다투어 세상에 나오고 있다.
신세기의 첨단은 두말할 나위 없이 AGI이지만, 주요 요소 기술을 산업별로 짚어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미래차를 포함한 지능형 모빌리티, 지능형 로봇이 눈에 띈다. 새로운 도약을 설계하기 위해 현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육성·보호하고 있다. 더 늦지 않게 지능형 로봇과 지능형 모빌리티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추가 지정해 육성책 중심으로 지원할 때다. 테슬라 옵티머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부러워만 하고 있을 것인가.
박철완 서정대 교수·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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